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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제주 교사 추모 문화제
30일 오후 6시 제주시 연동 제주도교육청 광장에서 ㄱ교사를 추모하는 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서보미 기자
“어릴 때 내 꿈은 선생님 되는 거였어…아직도 내 꿈은 좋은 선생님이 되는 것…험한 물살 흔들리는 아이들의 징검다리 되고파.”

30일 오후 6시 제주시 연동 제주도교육청 광장에 노래 ‘어릴 적 내 꿈은’이 흘러나오자 교사 몇몇이 고개를 떨구고 흐느꼈다. 도종환의 시에 멜로디를 입힌 이 노래를 부르려 멀리서 온 전국교사노래모임의 한 교사는 “오늘 많이 슬프다”고 했다.

지난 22일 제주의 한 중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된 ㄱ교사의 분향소 운영이 마무리되는 이날 추모 문화제가 열렸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제주지부와 제주교사노동조합, 제주도교원단체총연합회 등 6개 교직단체가 함께 주최한 추모 문화제에는 ‘진상 규명이 추모다’라 쓰인 손팻말을 든 교사와 학생, 도교육청 공무원, 시민이 함께했다.

20년간 동료로 지낸 한 교사는 추모사에서 “내가 학생과 학부모 때문에 힘들다고 하면 옆에서 대신 위로해주고, 학교 업무로 힘들어하면 도와줄 일 없냐고 챙겨주었던 선생님이 큰 힘이 됐는데 아무 말 없어도 다 아는 줄 알고 고맙다는 말도 못했다”며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편안하게 지내기를 바란다”고 기도했다.

올해 초 졸업한 제자 대표로 추모사를 맡은 현지호군은 “졸업식 날 선생님과 포옹하며 ‘선생님 덕분에 공부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졸업 후에도 종종 찾아뵐게요’라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끝내 지지지 못하고 이 자리에 섰다”며 “선생님을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고, 항상 감사했다”고 말했다.

ㄱ교사에게 “감사했고 사랑했다”고 말하는 제자 현지호군. 서보미 기자
이날 추모제에는 유족도 함께했다. 유족 대표는 “일상을 제쳐 두고 시간 내 (문화제에)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유족을 대표해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한다”며 “고인은 아내에게는 다정한 남편이자 아이들에게는 혼 한 번 안 내던 착한 아빠, 처가도 살뜰하게 챙기던 사위였다”고 회상했다. 유족은 철저한 진상 규명과 처벌, 순직 인정, 학생 인권과 교권이 공존하는 시스템 마련을 요구했다.

김광수 제주교육감은 “오늘 추도사를 잘 들었고 교육감에게 뭘 바라는지도 잘 들었다”며 “교육감의 권한 내에서라면 바꿀 것은 바꾸고 투자할 것은 투자해서 다시 한 번 선생님들과 도민들에게 발표할 기회를 갖겠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새벽 근무하던 학교 창고에서 발견된 ㄱ교사는 교무실에 ‘학생 가족과 갈등으로 힘들었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생전 고인이 학생 가족의 지속적인 민원으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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