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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제폭력·디지털성범죄 등 치중
여성가족부 정책과 상당수 겹쳐
남녀 임금 격차 해법 제시 못해

6·3 대선에서 여성·성평등 의제는 실종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후보들이 교제폭력·디지털성범죄 예방이나 노동 현장에서의 권익 신장 같은 표피적인 공약에 치중했을 뿐 성평등을 실현할 비전이나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30일 각 후보의 10대 공약과 SNS, 정책공약집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교제폭력·디지털성범죄 강력 대응, ‘고용평등 임금 공시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여성 공약을 발표했다. 접근금지 명령을 어긴 교제폭력 가해자를 유치장에 가두는 등 처벌을 강화하고 관련 범죄 예방 대책을 체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고용평등 임금 공시제는 사업자가 성별, 고용형태별 임금 관련 정보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로 이를 통해 성별 임금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구상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여성 대상 범죄 해결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이 후보 공약과 크게 다르지 않다. 김 후보는 교제폭력 등 각종 폭력 피해 보호 법 체계를 보완하고 ‘여성 안전주택 인증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사업장 내에서 특정 직군·직종 근로자가 자신에게 맞는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부분 근로자 대표제’, 경력 단절 여성의 복귀를 돕는 ‘WOW(Wonderful Opportunity for Woman) 프로젝트’ 등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두 후보의 공약이 성차별 현실에 대한 인식 부족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기존 정책의 재탕에 불과하다며 혹평하고 있다. 지난 12일 공개된 이 후보와 김 후보의 10대 공약에서는 ‘여성’이나 ‘성평등’ 키워드가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여성연합은 성명을 내고 “지금 필요한 것은 성평등 민주주의에 대한 국가 비전과 그에 걸맞은 공약을 제시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이 후보는 지난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김 후보는 지난 20일 여성 공약을 추가로 발표했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지난 26일 한국의 주요 대선 후보들이 성평등 의제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할 정도다.

특히 두 후보가 내세운 교제폭력이나 디지털성범죄 등 여성 대상 범죄 대책은 여성가족부에서 추진 중인 과제와 상당 부분 겹친다는 평가가 많다. 이 후보는 디지털성범죄 대응 방안으로 여가부 산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디성센터)를 언급하며 불법 촬영물의 삭제·수사·법률 및 의료 지원이 원스톱으로 가능하도록 협력체계를 고도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는 여가부가 지난달 발표한 제2차 여성폭력 방지 정책 기본계획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당시 여가부는 중앙디성센터를 ‘중앙디지털성범죄종합대응센터’로 개편하고 피해 촬영물 삭제와 더불어 관련 기관의 협조를 구해 수사 및 처벌까지 일원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후보와 김 후보가 강조한 교제폭력 사각지대 해소도 기존에 논의된 내용이다. 교제폭력은 친밀한 관계를 기반으로 한다는 특수성이 존재하지만 법적 정의가 따로 없어 기존 형법상 폭행, 상해, 감금 등이 연인 관계에서 발생했을 경우 관련 규정에 따라 처벌하고 있다. 이에 여가부는 제2차 여성폭력 방지 정책에서 교제폭력에 대한 법적 사각지대 해소를 주요 과제로 담았다.

노동 분야에서도 성평등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해법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후보가 발표한 고용평등 임금 공시제의 경우 성별 임금 격차를 보여주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해소 방안까지 제시됐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임금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것과 더불어 남성과 여성의 임금 격차를 어떻게 해소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빠졌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의 부분 근로자 대표제도 여성 근로자들의 의사만으로 여성 관련 근로조건이 변경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구상이지만 노조의 역할과 크게 구분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권수현 경상국립대 사회학과 조교수는 “노조와 어떤 차별화가 있는지 잘 보이지 않는, 보여주기식 공약이 아닌가 싶다”며 “노조 안에서 여성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높이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 방안을 논의하는 게 더 적절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력 단절 여성의 복귀를 돕는 ‘WOW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애초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예방’에 초점을 맞추는 게 시대적 흐름”이라고 지적했다.

후보들이 현금성 출산·육아 지원책에 집중한 것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권 조교수는 “‘어머니’라는 전통적인 여성상에 대한 후보들의 시각이 드러난 것 같아 안타깝다”며 “‘일하는 여성’ 등 다양한 모습의 여성을 포괄할 수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 여성들의 돌봄 부담을 덜고 일·가정이 양립될 수 있는 공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여성·성평등 정책을 담당하는 여가부 역할에 대한 논의도 지지부진하다. 여가부는 1년 넘게 장관직이 공백 상태로, 윤석열정부 내내 ‘식물’ 상태였다는 평가가 많다. 존폐론도 현재진행형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여가부 폐지’가 담긴 조직 축소 개편안을 첫 공약으로 내세우며 “(여가부의) 존속으로 인해 이득을 보는 집단은 여성 단체 카르텔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여가부를 성평등부로 격상하자고 제안했다. 김엘리 평화페미니즘연구소장은 “(여가부 존폐를 떠나) 성평등 실현을 위한 건설적인 논의를 하기 위해서는 관련 실무를 담당할 수 있는 부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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