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종사 고 박진우 중령 세 살 아들
장난감 손에 쥔 채 아빠 찾아
사망 군인 4명 모두 20·30대
대통령 권한대행 애도에 유족 통곡
30일 경북 포항시 남구 해군 항공사령부 체육관에 마련된 '해군 P-3CK 917호기 순직자 합동 분향소'에서 순직 해군 유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포항=연합뉴스


30일 오후 해군 초계기 P-3CK 917호기 추락 사고 순직자 합동 분향소가 마련된 경북 포항시 해군 항공사령부 실내체육관 '금익관'. 꼬마 아이가 어른들의 손을 잡고 뒤뚱거리며 들어오는 순간 분향소는 눈물바다로 변했다. 조종사인 고 박진우(34) 중령의 하나뿐인 생후 27개월 아들은 영정 사진 속 아빠의 얼굴과 똑 닮아 있었다.

아이는 한 손에 장난감 자동차를 꼭 쥔 채 체육관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연신 흐느끼는 엄마와 주변 어른들에게 다가가 "아빠는 부대에 있지? 아빠 보고 싶어"라는 말을 건넸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가 고향인 고 박 중령은 뼛속까지 참군인이었다. 해군사관학교(67기)를 졸업하고도 해군 유일의 항공 작전 부대인 항공사령부 조종사가 되기 위해 다시 공군사관학교에 들어가 2년간 비행교육을 받았다. 조종사들이 중령 진급 전 급여가 많은 민간 항공사로 떠나도 그는 "끝까지 남아 항공사령관이 되겠다"고 했다. 고 박 중령의 장인(57)은 "딸에게 종종 '비행기 사고가 나면 살점 하나 못 찾는다'는 얘기를 했다는데 정말 이렇게 될 줄은…"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장인 역시 해군 원사로 25년간 잠수함을 타다가 2013년 만기 전역했다. 같은 해군 출신이다 보니 대화가 잘 통해 사위를 더 아꼈다. 고 박 중령의 장인은 "초계기 추락 직전 모습을 보면 민간에 떨어지지 않기 위해 급선회했다고 하는데 사위라면 그러고도 남았을 것"이라며 "탈출할 수 있어도 최후까지 자리를 지켰을 강직한 군인"이라고 말했다.

부조종사인 고 이태훈(30) 소령 또한 포항에서 3개월간 근무하는 등 900여 시간의 비행경력을 갖고 있다. 고 윤동규(27) 상사는 항공기 엔진과 조종석 계기 등을 모니터링해 조종사를 보좌하는 역할을 했다. 고 강신원(25) 상사도 항공기 내외부 점검 등 비행 안전을 위한 임무를 수행했다.

유족들은 이날 오후 3시쯤 분향소를 찾은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일일이 손을 잡고 위로의 말을 건네자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이 소령의 어머니는 가슴을 치며 흐느꼈고, 윤 상사의 어머니는 "이렇게 보낼 아들이 아닌데 우리 아들 좀 데려와 달라"며 "영정 사진 속에서 저렇게 좋다고 웃고 있는데 먼저 가면 어떡하냐"고 울부짖다 끝내 주저앉았다. 강 상사의 어머니는 "아들 생일이 내일이라 오늘 오전 9시 비행기를 타고 집에 오기로 했는데 왜 저기 있느냐"며 "이제 우리 아들을 만질 수도 없다"고 통곡했다.

해군본부 보통전공사상 심사위원회는 초계기 탑승자 4명을 모두 순직으로 결정했고, 순직자들은 이날 1계급씩 추서 진급했다. 영결식은 다음 달 1일 항공사령부 강당에서 해군참모총장 주관으로 거행되며,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에 봉안된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1282 기관사·승객 합심해 참사 막았지만…지하철 안전 허점 드러나 랭크뉴스 2025.06.02
51281 “키 110cm, 하지만 꿈은 누구보다 크다”…세계에서 가장 작은 축구 코치의 반전 인생 랭크뉴스 2025.06.02
51280 미 재무 "트럼프, 시진핑과 곧 통화…무역합의 위반 해결될 것" 랭크뉴스 2025.06.02
51279 연기 뚫고 불 껐다 ‘5호선 참사’ 막은 영웅들 랭크뉴스 2025.06.02
51278 윤 ‘김문수 지지’에 거듭 선긋는 국힘… 이재명은 “우리야 고맙지” 랭크뉴스 2025.06.02
51277 민주당 강선우, 유세 중 폭행당했다…"민주주의에 대한 폭력" 랭크뉴스 2025.06.02
51276 “참관할래” 의왕선관위, 직원 폭행·협박한 신원불상자 1명 고발 랭크뉴스 2025.06.02
51275 [사설] 너도나도 “성장·일자리” 공약…경제 살릴 지도자 가려내야 랭크뉴스 2025.06.02
51274 [사설] '리박스쿨' 댓글 조작 의혹, 정치 공방보다 진상 규명부터 랭크뉴스 2025.06.02
51273 환경운동가 툰베리, 배타고 가자지구 진입 시도 예고 랭크뉴스 2025.06.02
51272 미 국방 “중국 억제 최우선”…동맹국에 ‘국방비 대폭 증액’ 요구 랭크뉴스 2025.06.02
51271 지갑 얇아진 2030…소득 늘어도 덜 쓰는 중장년층 랭크뉴스 2025.06.02
51270 “생각만큼 강하지 않네”… 번번이 좌절하는 트럼프 외교 랭크뉴스 2025.06.02
51269 김진향 "짐 로저스, 이재명 지지는 사실…지지문 착오 있었다" 랭크뉴스 2025.06.02
51268 美재무 "트럼프, 시진핑과 곧 통화…무역합의 위반 해결될 것"(종합) 랭크뉴스 2025.06.02
51267 [사설] 美中 수출 8% 감소…시장 다변화와 체질 개선이 답이다 랭크뉴스 2025.06.02
51266 고1 치를 ‘통합형 첫 수능’ 2027년 11월 18일 시행 랭크뉴스 2025.06.02
51265 “테슬라 ‘모델3’·‘모델Y’ 대체할 전기차, 현대·기아 ‘아이오닉6’·‘EV6’가 유력” 랭크뉴스 2025.06.02
51264 이·김 한목소리… ‘한국판 플럼북’ 이번엔 될까 랭크뉴스 2025.06.02
51263 ‘짐 로저스, 李 지지’ 진실공방… 김진향 “사실, 대선 후 공개” 랭크뉴스 2025.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