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을 무효화한 데 이어 2심 법원이 이 판결의 집행을 중지하는 등 관세 정책의 예측 불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업과 투자자들은 쉽사리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을 항소심 심리 기간 일시적으로 복원하기로 했다. 항소법원은 이 결정에 대한 이유를 정확히 밝히지는 않았다.
항소심 법원의 결정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를 계속 부과할 수 있게 됐지만 이는 일시적인 조치다. 법원은 원고들과 미국 정부가 제출한 서류를 보고 1심 판결의 집행 정지 여부를 다시 결정할 예정이다. 항소법원은 원고들에게 다음달 5일까지, 미국 정부에는 다음달 10일까지 관련 서면 답변을 제출하라고 했다.
전날 미 연방 국제통상법원은 상호관세의 효력을 영구히 정지한다고 판결하고, 트럼프 정부를 향해 열흘 안에 관세 징수를 중단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내리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의 근거로 삼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대통령에게 제한 없는 관세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 같은 판결을 내린 지 24시간도 되지 않아 항소법원이 트럼프 행정부가 긴급 제출한 ‘판결 효력 정지’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 향후 연방대법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업들은 일단 고율 관세 부과가 지속된다고 상정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롤러코스터 같은 무역 전쟁으로 인해 몇 주 이상 미리 계획을 세우는 것이 불가능해진 최근의 상황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며 “(1심이 관세 효력을 정지했어도) 다툼이 연방대법원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관세 발효 이전의 사업 관행으로 돌아가는 기업은 거의 없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수개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 관세 부과, 관세 철폐 관행에 시달려 온 기업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여전히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며 “항소법원이 이런 결정을 내리기 전에도 현장에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간밤 미 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4%, 나스닥은 0.39% 상승에 그쳤다. 변덕스러운 관세 정책이 ‘뉴노멀’이 되면서 1심 법원의 판단에도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은 탓이다.
전문가들은 법원의 결정 등으로 관세 정책의 방향성이 뒤집히는 상황 등이 반복되면서 관세와 관련한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가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라고 봤다. 세계무역기구(WTO) 출신 국제 무역 컨설턴트 드미트리 그로주빈스키는 BBC에 법정 싸움으로 인해 관세로 타국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력이 약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관세를 올리는 것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사안과 관련해 대법원까지 판단을 받아볼 예정이다. 법적 분쟁이 길어지며 관세 정책과 관련한 불확실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