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작가가 28일 유튜브 채널 딴지방송국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유튜브 '딴지방송국' 채널 캡처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배우자 설난영씨에 대한 유시민 작가의 "(남편이 대선 후보가 돼) 제정신이 아니다" 등 발언이 '여성 비하' 논란으로 확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유 작가의 해당 언급과 관련, 6·3 대선 국면에서 내내 열세를 면치 못했던 국민의힘은 이를 빌미로 막판 총공세에 나섰다. 일부 여성단체도 유 작가를 향해 "여성에 대한 인식을 알 수 있는 망언"이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논란이 된 유 작가 발언은 지난 28일 공개된 유튜브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나왔다. 유 작가는 당시 "대통령 후보 배우자라는 자리가 설씨 인생에서는 갈 수 없는 자리다. (설씨는) 지금 발이 공중에 떠 있다. 그러니까 '제정신이 아니다', 그런 뜻"이라고 말했다.

유시민 "설씨, 대단한 남자와 혼인 후 고양돼"

유 작가가 선거 후보자도 아닌 설씨를 저격하고 나선 맥락은 이렇다. 설씨는 지난 24일 공개된 쿠팡플레이 예능 프로그램 ‘SNL 코리아 시즌7’에 출연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을 대놓고 비판했다. 또 이에 앞서 이달 1일에는 국민의힘 포항북당원협의회 사무실을 방문해 "노조는 아주 그냥 과격하고, 세고, 못생기고" "저는 반대되는 사람이거든요. 예쁘고, 문학적이고, 부드럽고" 등 '노조 비하·성차별' 발언도 했다. 유 작가는 "유력한 정당의 후보 배우자가 다른 유력한 후보 배우자를 헐뜯는 것은 처음 본다. 한 번도 없었던 일"이라고 운을 뗐다. 설씨의 문제적 언행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설씨의 발언 배경을 분석했다. 유 작가는 "설씨는 세진전자 노동조합 위원장이었고 김 후보는 한일도루코 노조위원장이었다"며 "대학생 출신 노동자(김 후보)와 '찐(진짜) 노동자'(설씨)가 혼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설씨가 생각하기에 김 후보는 너무나 훌륭한 사람"이라며 "(설씨는) 본인과는 균형이 안 맞을 정도로 훌륭한 삶을 산 대단한 남자와의 혼인을 통해 (자신도) 고양됐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부인 설난영(가운데)씨가 29일 경기 성남시 모란시장을 방문해 남편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유 작가는 설씨의 인생 궤적에 대해 "남편이 감옥 들락날락하면서 뒷바라지하고 구속자 가족으로 험하게 살다가 국회의원 사모님이 됐다. (김 후보가) 경기도지사도 돼서 자기 남편을 더더욱 우러러볼 텐데 (이제는) 대통령 후보까지 됐다"고 말했다. 결국 "그래서 자신의 남편에 대한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기 어렵다. 유력 정당 대통령 후보 배우자라는, 본인이 감당할 수 없는 자리에 온 것"이라는 게 유 작가의 주장이었다.

국힘 "유 작가, 여성 인식 수준 알 수 있어"

국민의힘과 여성단체는 일제히 유 작가 발언을 비난하고 나섰다. 이성원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29일 논평에서 "유 작가의 여성 인식은 '남편에 의해 인생이 좌지우지되는 뒤웅박', 딱 그 수준밖에 안 되는가"라며 "해당 발언은 개발주의 시대를 살아 온 우리들의 어머니이자 여성인 그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부정하고 비하한 폭언이자 망언"이라고 일갈했다. 한국여성의전화도 같은 날 논평을 통해 "'찐 노동자'인 여성은 대학생 출신 노동자 남성에 의해 고양되는 수동적 존재인가"라며 "여성과 노동자에 대한 멸시가 우스갯거리로 소비된 현실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오세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