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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돌발 발언
제 역할 못하는 TV토론 개선해야
정책 경쟁 없으면 흥미와 재미라도
국민MC 유재석이 자신이 메인인 한 프로그램에서 MC 선발대회에 도전한 조세호를 향해 사퇴를 권유하고 있다. MBC 캡처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대선 토론 망언을 들여다보다 문득 궁금해졌다. 실망을 넘어 이젠 환멸 수준까지 전락한 지금의 한국 정치판에 들어온 그를 개인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었을까.

처음, 기대가 없지 않았다. 물론 판을 흔들 '게임 체인저'라거나 나락에서 정치를 건져 올릴 구원자로 볼 만큼 대단하게 보진 않았다. 그저 국민을 입에 올리면서 자신을 국민이라 착각하는 이들,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 뒤로 잇속만 따지는 이들, 그런 진부한 정치인들과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 하는 정도였다. 연못 속 메기, 그걸 '신선함' 정도로 얘기할 순 있겠다.

기대는 무너졌다. '청년을 대변하겠다'고 했지만 '압도적 새로움'을 슬로건으로 내세웠지만 그도 다를 건 없었다. 문제의 발언에 대처하는 "제 질문 어디에 혐오가 있냐"는 반문, "자극이 아니라 검증이었다"는 발뺌, "표현의 자유"라고 우기는 무지함, "집단 린치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뻔뻔함. '이게 새로움인가'라는 한숨 외 더할 건 없었다. 냉장고 안에 오래 쌓아 두면, 음식은 결국 썩는다.

'돌아보면'이란 말은 허망하지만 토론회를 보는 내내 불안했다. 수년 전 '더지니어스'에서 출연자들과 약속한 룰을 "가상의 룰"이라고 내팽개친 그는 "다수 연합이 꼴 보기 싫어서"란 이유를 들었다. 그냥저냥 '깽판'을 치고 반골 성향으로 '미래나 도모하겠다'는 모습이 얼핏 겹쳐 보였다. 어쩌면 그에게 토론 생중계는 악인이 오히려 주목받는 서바이벌 게임일지도 모른다.

생중계가 끝난 뒤 '토론회 계속해야 하나'란 의문이 터져나온다. 온전히 이준석 후보 때문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토론 방송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에 분명 힘은 실리고 있다. 7개 채널로 생중계된 토론회 시청률은 지상파 14.2%, 종합편성채널 6.3%였다. 1997년 첫 토론회(55.7%) 이후 역대 최저치다. 상대 후보 흠집 내기에 열을 올리는 그들만의 진흙탕 잔치를 유권자가 외면한 결과다.

여전히 있어야 할 이유도 분명 적지 않다. 가공되지 않은 후보의 행동과 말을 보고 들으며 대통령의 자질을 검증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은 합당하다. 그럼에도 3차례 120분 토론은 짧아도 너무 짧다. 후보 주도권 토론 역시 6분 30초밖에 안 된다. 기계적 균형 진행 탓에 '예' '아니오' 답변 말고는 귀에 들어오는 말도 별로 없다. 유권자가 직접 질문할 기회도 없다. 거짓말이 난무하지만 현장의 팩트 체크는 언감생심이다. 무엇보다 재미가 없다. 방송 보는 시간이 아깝지는 않아야 할 텐데 채널은 자꾸 돌아간다.

그래서 제안한다. 진행자부터 바꾸면 어떨까. 룰을 소개하고, 발언 순서를 정해 주는 진행자로는 시청자 눈을 사로잡는 데 어림도 없다. 토론을 장악하고, 이를 한 편의 쇼로 승화시킬 사람이 필요하다.

좀 더 과감하게 '국민MC' 유재석이면 어떨까. 그라면 후보들의 공약까지도 달달 외워올지 모른다. 그라면 후보들의 난장을 특유의 예의와 배려와 웃음으로 바로 제압하는 게 가능할지 모른다. 그라면 후보끼리 저열하게 치고받는 블랙코미디를 한층 흥미로운 토론으로 만들어낼지 모른다. 비현실적이라고? 글쎄, 지금 후보들이 내놓은 몇몇 공약보다 훨씬 실현 가능한 제안 아닐까.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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