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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0시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의원회관 사무실을 찾아갔다. 후보 단일화 담판을 위해서였는데 이 후보가 자리에 없어 면담이 불발됐다. 한밤중에 사람이 있는지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사무실에 간 게 보여주기 용도의 쇼였는지, 아니면 실제로 대화 가능성을 기대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이 후보가 시종일관 후보 단일화는 결코 없다고 딱 잘랐는데도 끝까지 단일화에 목을 맨 김 후보의 처지가 딱하다.

김문수ㆍ이준석 대선 셈법 다르고
1ㆍ2위 격차 커 단일화 유인 부족
각자 갈 길 간 뒤 결과 책임질 수밖에
돌이켜보면 인과응보인지도 모르겠다. 김 후보는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때 한덕수 전 총리와의 후보 단일화를 굳게 약속했다. 하지만 막상 당 후보로 선출되자 당 지도부의 단일화 스케줄에 불응하고 시간 끌기 전술을 펴 결국 한 전 총리를 고사시켰다. 그랬던 김 후보가 같은 당도 아닌 남의 당 후보가 자신과의 단일화에 순순히 응할 것으로 생각하는 건 말이 되는가. 정치에는 어떤 일도 가능하다고 하지만 이제 사전투표가 시작된 마당에 김문수-이준석 단일화가 성사될 확률은 사실상 0이 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왼쪽)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5월 19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약자와 동행하는 서울 토론회'에 참석했다. [뉴스1]

보수 후보 단일화는 애초부터 어려운 얘기였다. 근본적으로 이번 대선에 대해 국민의힘과 이준석 후보의 셈법 자체가 다르다. 국민의힘은 이번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당선을 저지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반면 이 후보에게 이번 대선은 2030년 대선을 위한 빌드업일 뿐이다. 김 후보는 이번에 낙선하면 사실상 정계 은퇴이기 때문에 지금 올인할 수밖에 없으나 이 후보는 오히려 대선 이후 보수 진영이 새판을 짜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큰 기회가 올 것으로 기대한다.

또 단일화를 해도 이재명 후보를 꺾는다는 보장이 없다. 국민의힘 후보가 이재명 후보와 박빙의 승부였다면 이준석 후보도 흔들렸을지 모른다. 완주할 경우 자칫 ‘제2의 이인제’라는 비난 속에 재기 불능의 치명상을 당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을 단순 합산해도 이재명 후보에게 미치지 못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많다. 게다가 설령 이준석 후보가 김 후보 지지를 선언한다고 해도 이 후보 지지율이 그대로 김 후보에게 옮겨간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이준석 후보 지지층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 후보가 주저앉으면 투표를 포기하거나 오히려 이재명 후보 쪽으로 돌아서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 후보가 김문수 후보로 결정되면서 단일화는 종지부를 찍었다고 봐야 한다. 아마 국민의힘이 이준석 후보와 개인적 인연이 있는 유승민 전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후보로 선출했다면 단일화 성사 가능성이 어느 정도는 있었다고 본다. 한덕수 전 총리, 한동훈 전 대표라도 지금보단 나았다. 그러나 김문수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너무 짙게 드리워진 인사다. 국민의힘에서 쫓겨난 이준석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이라면 이를 갈고 있고, 지지층도 대부분 그런 성향이다. 이 후보 입장에서 김 후보와 손을 잡는 건 정치적 계산을 떠나 심리적으로 수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5월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앞으로 국민의힘 어떤 인사와도 단일화와 관련해 소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뉴스1]

그러니 이제 단일화 얘기는 걷어치우고 남은 기간이라도 온전히 각자의 갈 길을 가는 게 좋겠다. 김 후보는 당내에서 극한 충돌까지 벌여가며 후보를 쟁취한 것인 만큼 여한 없이 모든 걸 쏟아붓고 선거 결과를 온전히 감당하면 된다. 선거에선 승리의 영광이나 패배의 책임 모두 어차피 후보 자신에게 귀결되는 법이다.

이준석 후보도 만약 ‘이재명 정권’이 등장할 경우 국민의힘 도움 없이 홀로 설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은 이준석 후보가 지난 27일 TV 토론에서 이재명 후보 아들을 겨냥해 노골적인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의원직 제명을 거론하고 있다. 의원직 제명안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통과되는데, 국민의힘에서 몇 명만 찬성해도 이 후보의 금배지가 떨어진다.

김정하 논설위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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