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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물이 무섭다’던 정제씨는 왜 바다를 헤엄치다 숨졌나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261437&ref=A

40대 하청 노동자 이정제 씨는 울산의 한 조선소 앞 방파제 보강 공사에 투입됐습니다. 공사가 끝나고 테트라포드와 바지선을 연결한 밧줄을 풀기 위해 잠수 슈트만 입고 바다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정제 씨는 물에서 나오지 못했습니다. 숨진 지 2주가 됐지만, 유가족들은 여전히 빈소에 있습니다. 원·하청 기업의 침묵에 아직 정제 씨를 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 사고 원청 업체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단 한 번도 빈소를 찾아온 적이 없고, 하청 기업은 사망한 정제 씨를 탓하고 있습니다.

결국 유가족은 상복을 입고 기자회견장에 나타났습니다. "슬픔을 가누지 못하다 분노가 점점 퍼져 영정을 들고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는 시민단체 관계자의 말에 고개를 푹 숙였습니다.

유가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연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은 HDC현대산업개발 법인과 정경구 사장 등 5개 단체와 인물을 노동청에 고발했습니다.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구조적 살인"이라고 주장합니다.

정제 씨의 죽음은 작업 위험성 평가, 잠수 2인 1조 원칙, 잠수 시 필요한 장비 지급 등 모든 것이 부실했기 때문에 벌어진 '인재'라는 겁니다.

■원청이 쓴 위험성 평가서엔 '잠수 익사 위험' 없다

HDC현대산업개발이 2023년 4월 작성한 표준 작업지도서/유해 위험성 평가서

① 사업주는 건설물, 기계ㆍ기구ㆍ설비, 원재료, 가스, 증기, 분진, 근로자의 작업 행동 또는 그 밖의 업무로 인한 유해ㆍ위험 요인을 찾아내어 부상 및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의 크기가 허용 가능한 범위인지를 평가하여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이 법과 이 법에 따른 명령에 따른 조치를 하여야 하며, 근로자에 대한 위험 또는 건강 장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추가적인 조치를 하여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6조(위험성 평가의 실시)

KBS 취재진이 작업에 들어가기 전 HDC현대산업개발이 작성해 하청 업체에 전달한 '유해 위험성 평가서'를 살펴봤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유해·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그 위험성을 평가하여 개선 대책을 수립하는 과정으로 사업주가 실시해야 하는 의무 사항입니다.

그런데 '바지선 접안 중 충격으로 바다 추락', '인양물을 풀며 무리한 작업으로 추락' 등만 담겨있을 뿐, 정작 사망사고가 발생한 밧줄 해체 작업에서 주의해야 할 위험 요인에 대해서는 하나도 적혀있지 않습니다. 시민단체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라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습니다.

기본 원칙도 모두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잠수 작업의 기본인 '2인 1조'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고, 바지선에는 선장과 크레인 운전사, 그리고 이정제 씨만 타고 있어 잠수 업무를 지휘해야 할 지휘·감독자나 감시인이 전혀 없었습니다.

심지어 잠수 작업을 하게 될 경우 제공해야 할 잠수 장비(수중 시계, 부력조절기 등)가 전혀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사망 사고 이후에 하청 기업인 아진건설의 사장은 "정제 씨가 전날 술을 많이 마셨다"며 책임을 피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합니다. 시민단체의 고발 대상에는 하청 기업 법인과 대표도 포함돼 있습니다.

■원청 HDC현대산업개발 '감감무소식'…"5년간 17명 사망, 이번엔 꼭 처벌해달라"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해경에 조사를 받으러 며칠 전에 (울산에) 왔다고 했는데, 그다음 날 "조사가 늦게 끝나서 못 왔다"고 그런 식으로만 말하고, 그것도 아진 건설(하청) 대표한테 들었고…"

-하청 노동자 이정제 씨 누나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은 원청 HDC현대산업개발을 향한 비판도 이어갔습니다.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사고, 학동 4구역 철거 현장 건물 붕괴 등 현대산업개발에서 5년간 숨진 노동자와 시민만 17명"이라며, "이런 중대재해를 예방하려면 원청 경영 책임자를 구속하고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유가족들도 '근조화환 하나 보내지 않았다'며 원청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를 요구했습니다. 유족들은 심지어 관계자가 해경 조사를 받으러 왔음에도 빈소에는 들르지 않았고, 하청 대표로부터 "조사가 늦게 끝나서 못 왔다"는 말만 남겼다고 말했습니다.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고발장 접수와 관련한 KBS의 질의에 "다시 한번 고인에 대한 애도를 표한다"며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는 입장만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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