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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부와 갈등 속 하버드대 졸업식…졸업가운엔 항의 스티커
'저항 상징' 총장 환영사 내내 기립박수…"어디서 왔든 사고지평 넓혀야"
졸업 축하 연설 인도계 작가 "내가 이 자리 선 게 미국의 위대함"


하얀 꽃으로 장식된 학사모를 쓴 하버드 졸업생
[케임브리지 EPA=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의 갈등 속에 29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명문 하버드대 졸업식은 학문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는 저항의 목소리와 외국인 학생과의 연대를 나타내는 표식으로 가득했다.

이날 특별 연사로 초청된 의사 겸 소설가인 에이브러햄 버기즈는 본인 역시 이민자라고 밝히고, 자신이 하버드대 졸업식 연단에 선 사실이야말로 미국의 위대함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하버드대는 이날 오전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의 캠퍼스에서 졸업생 약 9천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374회 졸업식을 열었다고 뉴욕타임스(NYT)와 CNN 방송, 보스턴글로브 등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학사모에 졸업 가운을 입고 캠퍼스 중앙광장인 하버드야드의 행사장에 모여든 일부 졸업생들은 가슴이나 모자를 흰 꽃으로 장식해 외국인 학생들을 향한 연대와 지지를 나타냈다.

일부 학생은 '국제 학생 없는 하버드는 하버드가 아니다' 등 트럼프 행정부의 외국인 학생 등록 차단 시도를 비판하는 문구 등이 적힌 스티커를 부착했고, 일부 교수들도 상징물을 부착하며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학생들의 저항에 동참했다.

앨런 가버 하버드대 총장이 졸업식 축사를 위해 연단에 올라 "환영합니다"라고 입을 떼자 졸업생들은 긴 기립 박수를 보냈다.

가버 총장은 미 대학들과 트럼프 행정부와의 싸움에서 최전선에 서며 학문의 자유를 대변하는 투사로 떠올랐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가버 총장은 축사에서 "2025년 졸업생 여러분, 근처에서 왔든, 전국 곳곳에서 왔든, 세계 각지에서 왔든, 모두 사고의 지평을 넓히고 그 과정에서 생각을 바꿀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졸업생들은 '세계 각지에서 왔든'이란 가버 총장의 말에 다시 오랜 기립 박수로 화답하기도 했다.

기립박수에 화답하는 가버 하버드대 총장
[캠브리지 A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이날 졸업식 특별 연사로는 에티오피아 출신 인도계 이민자로 감염병 분야 의사이면서 '눈물의 아이들' 등 베스트셀러 소설의 작가로 유명한 버기즈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가 나섰다.

그는 하버드대 졸업생들이 자신보다 스타나 노벨상 수상자의 졸업식 연설을 들을 자격이 충분히 있다면서도 "합법적 이민자들과 합법적으로 거주하는 다른 이들, 많은 외국인 학생이 부당하게 구금되고 추방을 걱정하는 현 상황에서는 나 같은 이민자의 말을 듣는 게 더 적절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버기즈 교수는 "미국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나는 나 같은 이민자가 능력을 꽃피울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라며 "미국의 위대함, 하버드의 위대함은 나 같은 사람이 여러분 앞에서 연설하도록 초청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조치를 겨냥해 "많은 사람이 느끼는 분노는 법치주의와 적법절차에 대한 새로운 인식으로 이어져야 한다"라고 말해 졸업생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이날 졸업생 발언에서도 정부의 압박에 맞서 학문의 자유를 수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졸업생 연사로 나선 토르 라이만은 "우리는 입학할 때와는 훨씬 다른 캠퍼스를 떠나게 된다. 하버드는 미국의 고등교육을 둘러싼 전국적 투쟁의 중심에 서 있다"며 하버드대의 모토인 '진리'(Veritas)의 수호를 강조했다.

하버드대에서 졸업축하 연설을 하는 버기즈 교수
[케임브리지 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전설적인 농구 선수이자 사회운동가인 카림 압둘자바는 전날 열린 하버드대 학부생 행사에 참석해 "겁에 질린 억만장자들, 미디어 거물들, 로펌, 정치인들, 다른 대학들이 미국 헌법을 체계적으로 파괴하고 있는 행정부에 무릎을 꿇는 상황에서 하버드대가 자유를 위해 일어서는 것을 보며 영감을 받았다"라고 말했다고 학내 매체는 전했다.

압둘자바는 이날 졸업식에서 하버드대 명예학위를 받았다.

캠퍼스 인근에선 20여명이 피켓을 들고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구호 지원과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지만, 이날 졸업식 행사에서 별다른 갈등이나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1년 전 하버드대 졸업식에서 졸업생 수백명이 가자지구 전쟁을 반대하는 학내 집회에 대학본부 측이 강경하게 대응한 것에 항의하며 집단 퇴장한 것과는 대비됐다고 NYT는 설명했다.

하버드대는 미국 대학 중에서는 처음으로 캠퍼스 내 반(反)유대주의 근절 등을 명분으로 한 트럼프 행정부의 교내 정책 변경 요구를 거부한 후 트럼프 정부와 갈등을 겪어왔다.

유대인인 가버 총장은 정부 요구안이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수용을 거부했고,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지원금 중단에 이어 외국인 학생 등록을 받지 못하도록 시도하면서 갈등이 격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버드대 졸업식의 외국인 학생 지지 스티커
[케임브리지 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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