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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연 2.5%로 내렸다. [사진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마저 0%대 성장 전망을 공식화했다. 관세 충격, 내수 부진 겹악재에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0.8%로 반토막을 냈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선 기준금리 ‘빅컷’(0.5%포인트 인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집값 상승, 환율 불안 우려에 한은은 0.25%포인트만 우선 내렸다.

김경진 기자
29일 한은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0.8%로 수정해 전망했다. 2023년 11월 이후 지난 2월까지 네 차례(2.3%→2.1%→1.9%→1.5%)에 걸쳐 지속해서 전망치를 낮춰 왔는데 결국 0%대를 찍었다. 건설경기 부진과 소비 침체가 맞물린 탓이다. 민주화 이후 한국 경제가 연 1% 미만 성장에 그친 건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4.9%),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0.8%), 2020년 코로나 팬데믹(-0.7%) 등 세 번뿐이다. 한은은 내년 성장 예측치도 1.8%에서 1.6%로 낮췄다.

미·중 갈등이 재점화하고 트럼프 정부가 주요국에 상호관세를 다시 높게 부과하면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각각 0.7%, 1.2%로 더 떨어질 수 있다고 한은은 예상했다. 대신 올해 말까지 미 관세가 상당 폭 인하될 경우엔 0.9%, 1.8%로 올라갈 수 있다고 봤다.

김주원 기자
이런 전망에 맞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이날 연 2.75%에서 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금통위원 6명 모두가 금리를 내려 경기를 부양할 필요가 있다고 결정했다. 지난달 1500원 선을 위협하는 달러당 원화 가치에 금리를 동결했지만, 미·중 무역협상 이후 환율이 1370원대로 비교적 안정된 흐름을 보이면서 통화정책을 완화할 여력이 생겼다.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는 다시 2%포인트로 벌어졌다.

한은은 경제성장률이 올해 전망치(0.8%)와 같았던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빅컷으로 경기 부양에 나섰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경기 추락을 막으려면 금리 인하 폭을 더 키워야 하지만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소비·투자 활성화 위한 재정정책 필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예상보다 성장세가 크게 약화한 만큼 향후 금리 인하 폭이 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단기적으로 (기준금리가) 2%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금통위원도 6명 중 4명만 향후 3개월 내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놨다.

시장의 연내 2회 추가 인하, 빅컷 기대에 대해 이 총재는 “금리를 너무 많이 빨리 낮춰 유동성을 더 공급하면 경기 부양보다 주택 가격이라든지 자산 가격으로 막 흘러들어가 코로나19 때 했던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답했다.

김경진 기자
그러면서 “가계부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 특정 지역 부동산 가격을 자극하는 정도까지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에 대해 (새 정부와) 논의해야 될 것 같고, 서로 공감을 나누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섣부른 금리 인하, 재정 투입으로 건설경기를 부양하면 ‘집값 상승→가계부채 증가→소비 침체’의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경고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들어 경제정책 대응의 무게중심은 통화정책에서 재정정책으로 옮겨갔다고 본다”며 “새 정부에서 추진할 추가경정예산안의 규모도 중요하지만 시기와 내용이 더 중요하다. 성장률을 좀 더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소비·투자 활성화 등을 유도해 구조적 저성장 우려를 완화할 수 있는 재정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은 “스테이블 코인, 은행서 시작해야”
한편 원화 스테이블 코인 도입에 대해 이 총재는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고 혁신 가능성을 보면 오히려 한은이 적극적으로 만들어 줘야 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대신 “원화 스테이블 코인은 화폐의 대체재이기 때문에 비은행 기관이 발행하면 통화정책 유효성을 저해할 수 있고, 사고가 나면 지급결제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 떨어지고, 자본규제 회피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서 “감독이 가능한 은행권으로부터 (원화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또 한은이 추진하는 예금토큰(은행 예금을 기반으로 만든 디지털 화폐)을 원화 스테이블 코인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제안도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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