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검찰 상고 기각
통혁당 재건위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를 받았던 재일교포 고 진두현씨와 고 박석주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 선고가 이뤄진 지난해 10월31일 유가족과 대리인단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한수빈 기자
‘통혁당 재건위’ 사건에 연루돼 옥살이한 고 진두현씨와 고 박석주씨가 재심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과거 이들이 ‘간첩’ 누명을 뒤집어쓰고 보안사령부에 연행된 지 51년 만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각각 사형과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진씨와 박씨의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29일 확정했다.
1974년 진씨는 “북한에서 간첩 교육을 받고 국내에 잠입했다”는 이유로 보안사령부(보안사)에 끌려갔다. 보안사는 진씨가 1960년대 국내에서 반정부·반국가단체 활동을 했던 ‘통혁당’을 재건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진씨는 1976년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고, 16년간 수감 생활을 한 뒤 가석방됐다. 박씨는 진씨와 같은 혐의로 징역 10년을 확정받았고, 1984년 복역 중 숨졌다. 진씨와 박씨의 유족은 이들의 누명을 풀기 위해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2023년 7월 이들에 대한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재심 사건을 심리한 서울고법은 지난해 진씨와 박씨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보안사에 의해 불법 체포·구금돼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인정했다. 보안사가 수사 권한이 없는 민간인을 불법으로 구금했으며, 진씨와 박씨에게 가혹행위를 해 진술을 끌어냈다는 것이다. 과거 재판 과정에서 이들이 증언한 내용 또한 모두 자발성이 없었다고 봤다.
앞서 진씨의 아내 박삼순씨(93)는 재심 선고를 직접 보기 위해 일본에서 왔다. 박씨는 “우리말도 못하며 50년을 큰 고통 속에 살았지만 마지막에 무죄로 남편의 억울함을 끊어내고 싶다는 생각으로 기다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선고를 마치며 “오늘의 판결이 피고인들과 유족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씨는 법정에서 서툰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이 상고하면서 유족들은 대법원 판단까지 기다려야 했다. 검찰은 이들이 사선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상태에서 법정에서 진술했고, 일부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등 진술 내용이 일관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상고 이유로 들었다. 대법원은 사건이 접수된 지 약 반년 만에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확정했다.
이날까지 통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기소된 17명 중 진씨와 박씨를 포함해 총 4명이 재심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