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분기 가계동향 조사
서울 명동 거리 문 닫은 매장 앞에 대출 관련 광고지들이 붙어있다. 백소아 기자 [email protected]
우리 가계의 올해 1분기(1∼3월) 월평균 소비지출 증가율이 4년 만에 1%대로 주저앉았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내수 부진에 ‘12·3 내란사태’까지 겹치며 소비 위축이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025년 1분기 가계동향 조사’를 보면,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95만원으로 집계됐다. 소비지출 증가율은 1년 전과 비교해 1.4% 증가했으나, 물가상승분을 제외한 실질 소비지출은 0.7% 감소했다. 소비지출은 가계 운영을 위해 소비한 상품·서비스 구입비를 뜻한다. 세금·연금·보험·이자·이전 지출(비소비지출) 등은 해당되지 않는다.
가계의 소비지출 증가율은 지난해 2분기(4.6%)부터 둔화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에는 3.5%, 4분기에는 2.5%로 낮아졌고, 올해 1분기에는 2021년 1분기(1.6%) 이후 처음으로 1%대를 기록했다. 실질 소비지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전환된 것은 고금리·고물가가 가계를 짓누르던 2023년 2분기(-0.5%) 이후 처음이다.
자동차, 의류·신발 등 한 번 구입하면 비교적 오래 사용하는 내구재와 준내구재의 소비지출이 주로 감소했다. 가구당 월평균 자동차 구입비는 12.0%, 의류·신발 구입비는 4.7% 감소했다. 반면 채소·채소가공품(3.3%), 즉석·동결식품 등 기타식품(3.4%), 외식 등 식사비(2.5%) 등 비내구재 소비는 늘었다. 식음료품 등 ‘밥상 물가’ 상승세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동차 등 내구재 소비 감소 폭은 5분위 등 고소득층에서 컸다.
한편,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35만1천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 같은 기간에 견줘 4.5% 늘어난 것으로 7개 분기 연속 증가했다. 물가상승분을 제외한 가구당 월평균 실질소득 증가율은 2.3%다. 전체 가계소득 가운데 가장 큰 비중(63.8%)을 차지하는 근로소득이 3.7% 증가하며 전체 가계소득 증가를 이끌었다.
가계 소득 증가율에 비해 소비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비소비지출을 뺀 가구 월평균 흑자액(127만9천원)은 전년보다 12.3% 증가했다. 소비지출을 처분가능소득(소득-비소비지출)으로 나눈 월평균 소비성향도 69.8%로 2.1%포인트 하락했다.
다만 소득 증가세가 고소득층에서 주로 나타나면서 분배 지표는 악화됐다. 소득 하위 1분위와 상위 5분위의 소득(균등화처분가능소득 기준)을 비교한 5분위 배율은 1분기에 6.32배로, 1년 전(5.98배)보다 크게 늘었다. 1분위(소득 하위 20%) 가계의 소득(-1.5%)이 줄었지만, 5분위(소득 상위 20%) 가계 소득이 크게 증가(5.6%)한 영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