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8%로 대폭 낮추면서 0%대 성장 전망을 공식화했다. ‘발등의 불’이 된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는 0.25%포인트 인하했다.
김주원 기자
2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2.5%로 내렸다. 지난 달 1500원을 넘보는 달러당 원화가치에 금리를 동결했지만, 미ㆍ중 무역협상 이후 환율이 1370원대로 비교적 안정된 흐름을 보이면서 통화정책을 완화할 여력이 생겼다. 미국발 관세 전쟁 격화로 수출까지 타격을 입으면서 올해 연간 0%대 성장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점도 금리 인하의 명분이 됐다. 특히 소비 위축 등으로 올 1분기(전기 대비 -0.2%) 역성장을 기록한 만큼 인하 시기를 더는 늦출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이날 함께 발표한 수정 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0.8%로 0.7%포인트 낮췄다. 미국 관세 충격과 내수 침체 등 대내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지난해 11월 전망치(1.9%)에 비하면 6개월 새 1.1%포인트나 깎인 셈이다. 한은은 지난 2월에도 국내 정치 불안, 관세 부과 등을 이유로 전망치를 0.4%포인트 끌어내렸다. 민주화 이후 한국 경제가 연 1% 미만 성장에 그친 건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4.9%),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0.8%), 2020년 코로나 팬데믹(-0.7%) 등 세 번뿐이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1.8%에서 1.6%로 0.2%포인트 낮췄다. 국제 유가 하락, 수요 부진 등으로 물가는 안정세를 지속할 것으로 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올해 1.9%, 내년 1.8%로 내년만 0.1%포인트 낮춰잡았다.
시장에선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0%대로 하향 조정하면서 기준금리도 인하할 거란 관측이 우세했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성장률 전망을 기존 1.6%에서 0.8%로 반토막 냈다. 한은마저 0%대 성장 전망을 내놓으면서 저성장 장기화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들어 경제 정책 대응의 무게중심은 통화정책에서 재정정책으로 옮겨갔다고 본다”며 “새 정부에서 추진할 추가경정예산안의 규모도 중요하지만 시기와 내용이 더 중요하다. 올해 성장률을 좀 더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소비ㆍ투자 활성화 등을 유도해 구조적 저성장 우려를 완화시킬 수 있는 재정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