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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들은 2024년 12월3일 밤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기억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계엄 선포가 한국 사회에 남긴 상흔이다. 그의 파면으로 21대 대통령 선거가 1년9개월여 앞당겨졌고, 차기 대통령은 헌법에 기초해 다시 민주주의 공동체를 굳건히 해야 할 책임을 안게 됐다.
대선 후보들이 그간 불법계엄과 윤 전 대통령 탄핵을 두고 무엇을 했는지, 또 하지 않았는지는 ‘헌법 수호자’로서 대통령 선서를 할 적임자를 가르는 핵심 기준이다. ‘계엄의 밤’부터 28일까지 177일간, 주요 후보들의 행적을 기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24년 12월4일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수빈 기자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30분.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퇴근 후 인천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배우자인 김혜경 여사가 “비상계엄이 선포됐다”며 이 후보가 있는 방에 뛰어 들어왔다. “딥페이크, 가짜뉴스”라고 웃어넘겼던 그는 곧 실제 상황임을 인지했다. 민주당 텔레그램방에 세 글자를 남겼다. “국회로”. 10시40분, 김 여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국회로 향했다. 계엄 선포 17분 만이었다.

그는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켜고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이 나라 민주주의를 강건하게 지켜낼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힘을 보태주십시오. 지금 국회로 와주십시오.”

10시55분, 국회 3문 앞에서 하차해 국회 의원회관 뒤편 담을 넘었다. 계엄군에 체포되는 상황을 대비해 ‘대표 권한대행’ 순번을 20번까지 짰다. 시민들이 속속 국회 앞에 모였다. 헬기를 타고 온 계엄군이 국회 경내에 진입했다. 이 후보는 국회도서관 옆 숲에 몸을 숨긴 채 실시간으로 국회에 도착한 의원 숫자를 확인했다. 의결 정족수가 채워졌다는 보고를 받은 뒤 의원회관 지하 통로를 통해 국회 본청으로 이동했다.

12·3 불법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지난 1월19일,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 의해 훼소된 서울서부지법 창문과 외벽. 이준헌 기자


12월4일 오전 1시,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이 가결됐다. 이 후보는 가결 직후 “계엄 선포는 불법, 위헌”이라며 “목숨을 걸고 민주주의와 이 나라의 미래를 지켜내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같은 날 오후 민주당은 윤 전 대통령 1차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이는 12월7일 정족수(200명) 미달로 폐기됐다. 이 후보는 페이스북에 “송구하다. 빚진 자의 마음으로 역사의 퇴행을 막겠다”는 글을 올렸다.

12월14일, 윤 전 대통령 탄핵안이 재석 의원 300명 중 204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이 후보는 국회 앞에서 열린 탄핵 촉구 집회 무대에 올라 “국민 여러분이 이 나라의 주인임을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됐지만 계엄이 촉발한 헌법 위협 시도는 계속됐다. 내란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게 된 윤 전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출석 요구에 반복적으로 응하지 않다 결국 체포됐다. 서울서부지법이 1월19일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일부 지지자가 법원에 난입했다. 이 후보는 “민주공화국의 기본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당초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 시기는 지난 3월쯤으로 전망됐다. 이 사이 기간 이 후보는 조기 대선에 대비하는 행보를 보였다. 중도층 지지를 얻기 위해 민주당을 중도보수 정당으로 규정했다. 계엄을 일으킨 윤 전 대통령과 선을 긋지 않는 국민의힘을 “헌법 파괴를 옹호하는 보수 참칭 수구 세력”으로 규정하고, 비어있는 보수의 자리까지 민주당이 차지하겠다고 나섰다.

석방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3월8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 도착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헌재 결정보다 먼저 나온 것은 서울중앙지법의 윤 전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이었다. 이 후보는 구속취소 소식이 전해진 3월7일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산수(구속 날짜 계산)를 잘못한 것 때문에 명백한 군사 쿠데타, 위헌적 행위가 없었던 것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의 즉시항고 포기로 이튿날 윤 전 대통령은 석방됐다. 지역 방문, 경제인과 만남 등을 이어가던 이 후보의 대선 행보는 중단됐다.

헌재의 선고일 미지정이 장기화하자 민주당은 장외 투쟁에 나섰다. 이 후보는 3월26일 광화문 인근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헌재를 향해 “내란수괴 혐의로 기소된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주면 아무 때나 군사 쿠데타를 해도 된다는 것”이라며 조속한 선고를 촉구했다. 4월 4일 헌재는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 탄핵을 인용했다.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첫 줄 가운데)가 윤 전 대통령 석방 직후인 3월9일 국회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마친 뒤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을 규탄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민주당은 6·3 대선을 내란세력 대 헌정수호세력의 싸움으로 규정했다. 이 후보는 4월10일 대선 출마 선언 영상에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대함은 헌법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제도를 갖고 사는 우리 국민의 위대함”이라며 “이번에도 강력한 무력을 동반한 현실적 권력을 끌어내렸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이 시민의 뜻으로 열리게 된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후 한동안 이 후보는 ‘통합’ ‘성장’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대선 출정식은 지난 12일 ‘빛의 혁명’을 상징하는 장소인 광화문 광장에서 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7일 서울 상암 MBC스튜디오에서 열린 대선 후보 3차 TV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후보가 대선에서 이길 경우 12월3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44년 만에 발생한 계엄을 무력 충돌 없이 국회와 시민의 힘으로 제압한 날짜를 기념하자는 취지다. 이 후보는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나 “위대한 국민의 평화로운 투쟁은 기록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후보 이후 발표한 개헌 공약에서 “부마항쟁과 6·10 항쟁, 촛불혁명과 빛의 혁명으로 이어진 국민 승리의 역사가 헌법에 수록될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자”고 밝혔다.

이 후보는 지난 27일 선거 전 마지막으로 열린 대선 TV토론에서도 이번 선거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토론 마무리 발언에서 “이번 대선에서 내란 세력이 다시 복귀하느냐 아니면 희망의 새로운 민주공화국으로 다시 거듭나느냐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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