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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28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점심시간 산책을 나온 직장인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3차 토론회를 지켜보던 많은 국민들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발언을 듣고 귀를 의심했을 것이다. 상대 후보 ‘검증’을 빙자해 여성 신체에 대한 폭력을 선정적으로 언급하면서, 온 국민이 그의 언어 성폭력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됐다. 최소한의 인권 감수성도 갖추지 못한 이 후보는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로 나설 자격이 없다.

이 후보는 지난 27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 여성의 몸에 대한 원색적 표현을 언급하며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이 발언이 여성 혐오에 해당하느냐”고 물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한 비판을 끌어내기 위해 ‘이 후보의 가족이 온라인에 성폭력 댓글을 썼다’는 극우 유튜버 주장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대선 후보가 진위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공론장에 퍼뜨리고, 심지어 여성에 대한 끔찍한 폭력과 비하의 표현을 온 국민을 대상으로 한 지상파 방송에서 내뱉은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는 이재명 후보를 향해서도 이른바 ‘형수 욕설’ 사건을 가져와 일부 표현을 언급하기도 했다. 국가기관이 주최하는 토론회에서 여성에게 신체적 폭력을 가하는 범죄 행위를 노골적으로 묘사한 탓에, 토론회를 보던 국민들은 피할 겨를도 없이 그의 폭력적 발언에 노출되고 말았다.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겠다는 맹목적 목적만 있을 뿐, 여성의 인권과 존엄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도 국민에 대한 존중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이 후보는 여전히 뭐가 잘못됐는지 모른다는 태도다. 그는 비판이 거세지자 “불편한 국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에 대한 심심한 사과를 한다”면서도, 자신의 발언이 “순화해서 표현한 것이고, 어떻게 순화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앞서 라디오 인터뷰에선 “정작 본인의 진영 내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외면하는 민주 진보 진영의 위선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전 국민 앞에서 여성을 비하·모욕한 발언에 대한 반성과 사과는 생략하고 이를 진영 문제로 호도하고 있다.

이 후보는 그간 여성·장애인 등 소수자 혐오와 갈라치기 정치를 조장하고 이를 정치적 동력으로 삼는다는 비판을 적지 않게 받아왔다. 이번 대선 토론회 성폭력 발언 논란은 ‘이준석 정치’의 민낯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이 후보는 자신이 국민을 통합해 나라를 이끌어야 할 대통령 후보로서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할 것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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