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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치기를 정치에 이용해와”
“자극적 언사로 분노와 혐오만 남겨”
민주당 “즉각 사과하고 사퇴하라”
국민의힘에서도 “적절치 못해” 비판
이준석 “다소 불편한 부분에 심심한 사과”
발언 수위엔 “고무줄 잣대 안돼”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28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시민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의 성폭력 발언 논란은 여성과 장애인 등 소수자 갈라치기를 통해 지지층에 소구해온 ‘이준석식 정치’의 민낯을 드러냈다. 이 후보는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 여론에는 예민하게 반응하면서도 여성 유권자들은 정치 무관심층으로 치부한 채 이들의 목소리는 등한시해왔다. 이 때문에 이번 논란은 단순 실수나 실언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진영을 불문하고 비판과 사퇴 요구가 빗발치는 등 거센 후폭풍이 일었다. 이 후보는 대상과 범위가 모호한 “심심한 사과”를 하면서도 TV토론 발언 수위에 대한 평가가 “고무줄 잣대여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여성본부는 28일 성명서를 내고 “이 후보는 여성을 비롯해 장애인, 소수자 혐오, 남녀 갈라치기를 정치에 이용해 내란수괴 윤석열 탄생에 함께했다”며 “이번 대선에서도 정치인으로서 통합과 연대가 아닌 여성가족부 폐지를 1호 공약으로 내세우며 남녀 갈라치기에 골몰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성본부는 “인권에 대한 감수성은 공적 리더의 최소한의 기준”이라며 “최소한의 감수성도 갖추지 못한 채 폭력적 언어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이러한 이는 우리 정치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MBC 인터뷰에서 “(이 후보의) 혐오 발언 같은 게 과거에도 꽤 있었다”며 “특히 사회적 약자라고 얘기하는 장애인, 노인, 여성에 대해서도 굉장히 편 가르기를 한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는 다른 두 후보에 대한 비난이 워낙 강하다 보니 이 후보는 자유로운 입장이었다”며 “자기가 과거에 했던 발언이나 행동이 묻히고 오히려 심판관처럼 여기도 편들었다가 여기도 지원하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고 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정말 놀랍게도 ‘왜 마지막 토론회에서 저런 발언을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준석 후보의 지지 상승세에 상당한 타격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진환 전 개혁신당 대표 정무실장은 전날 밤 페이스북에 “이준석 정치의 본질은 공론장의 파괴”라며 “자극적인 언사로 대중의 감정을 동원하는 방식은 정치적 분노와 혐오만을 남길 뿐 건설적인 토론이나 실질적 대안 제시는 실종된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의 토론은 그의 연성 지지자들에게 깊은 실망을 안겨줬을 것”이라며 “그의 정치는 언제나 갈등을 증폭시키고 대화 가능성을 차단하며 공적인 논의의 장을 분노와 조롱의 무대로 전락시킨다”고 했다.

이 후보가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분출했다. 민주당 여성 국회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가 질문을 빙자해 여성 신체를 언급하며 여성과 온 국민을 모욕했다”면서 “최대 공론장에서까지 여성에 대한 모욕과 혐오의 발언이 어떤 제지와 여과도 없이 나오다니 분노와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은 “이 후보는 즉각 국민에게 사과하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는 “후보 검증의 장을 언어폭력과 혐오 표현으로 오염시킨 이준석 같은 자가 대선 후보라는 것은 국민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욕”이라며 “이 후보의 사퇴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진보당은 이 후보를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후보가 제 옆에 있었으면 혼났을 것”,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적절하지 못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유상범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생각할 것도 없이 토론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여성 혐오 발언이라고 지적했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발언을 듣자마자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이준석의 정치 인생에 중대한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 정치 하루 이틀 할 것 아니라면 빠르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자신의 발언은 “순화한 것”이라며 “정당한 질문”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어제 토론에서는 후보자와 후보자 가족의 도덕성 검증을 해야 하는 것이 분명하다”며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의 입장은 어떻냐는 것을 질문했는데 두 후보께서 답변하기를 꺼리셨다. 저는 그것이 민주 진보 진영의 혐오 논쟁에 대한 위선적인 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물론 그것을 보시면서 불편한 국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저도 알고 있었고 그에 대해서 제가 심심한 사과를 하겠다”고 했다. 다만 사과는 “방송에 나가기에 발언이 센 부분, 다소 불편한 부분”에 한정했다. 자신의 발언 자체가 여성혐오나 언어폭력은 아니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발언 수위도 문제 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이 후보는 2017년 대선 토론에서 ‘돼지발정제’ 발언이 나왔다면서 “제 개인에게는 돼지발정제가 충격적인 용어였다”며 “고무줄 잣대가 돼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시민단체 등이 자신을 고발한 것은 “정치적” 행위로 규정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대선 후보의 성범죄에 대한 기준과 가치관을 묻는 것이 왜 문제인지도 모르겠다”며 “정치적인 고소·고발을 남용하는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무고로 맞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기자협회의 ‘성폭력·성희롱 사건 보도 참고수첩’과 경향신문 ‘젠더 보도 가이드라인’은 성폭력 가해 방법에 대한 자세한 묘사와 선정적 표현 등을 지양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경향신문은 이준석 후보 발언의 맥락만 전하고 해당 발언의 구체적 내용을 기사에 직접 인용하지 않았습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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