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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2027년 디지털제품여권(DPP) 의무화
일본은 자체 데이터 플랫폼 구축
한국은 해외 사례 연구 용역 마무리
“플랫폼 개발 예산 확보 시급”
디지털제품여권(DPP) 구현 모습 예시. Trace4Value

2027년 배터리 품목을 시작으로 탄소배출량 등 공급망 데이터를 제공하도록 하는 유럽연합(EU)의 디지털제품여권(DPP) 제도 시행이 2년도 채 남지 않았지만 국내 산업 데이터 보호를 위한 한국형 플랫폼 구축은 여전히 개념 설계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달 말에야 해외 사례 연구가 마무리됐으며 실질적 개발을 위한 예산도 없는 상태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으로 진행된 ‘DPP 대응 플랫폼 구축 가이드라인’ 용역이 지난달 30일 마무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예산 5억원으로 진행된 이 과제는 해외 데이터 스페이스 선진 사례·기술을 조사·분석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기업 참여를 위한 인센티브 설계를 맡고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제도·정책 설계, SK C&C가 기술적인 부분을 각각 담당했다.

DDP는 EU에 유통되는 모든 제품에 대해 생산·유통·판매·사용·재활용 등 전체 생애주기 정보를 디지털로 수집·저장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공유하는 제도다. 오는 2027년 2월 배터리 등에 우선 적용될 예정이다.


데이터 스페이스는 이처럼 제조 현장에서 발생하는 기업간거래(B2B) 데이터가 모이는 플랫폼이다. 대표적인 예시가 독일의 ‘카테나X’다. 독일은 약 5000억원을 투입해 유럽의 제조 강국인 프랑스, 스웨덴 등을 참여시켜 EU에서 통용되는 플랫폼을 출범시켰다. DPP 제도 시행을 위한 사전 인프라 구축 작업이다. 일본은 독자 플랫폼 ‘우라노스 에코시스템’을 만들었다.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자동차 기업들과 배터리 관련 기업 등 50여곳이 참가했다. 중국도 조만간 자체 플랫폼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주요 제조국들이 데이터 플랫폼 구축에 나선 것은 산업 데이터 시장 주도권을 쥐려는 목적이 크다. 소비자 데이터는 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이 독점하고 있지만 이는 전체 데이터 시장의 10%에 불과하다. 나머지 90%에 해당하는 산업 데이터는 아직 특정 국가가 장악하지 못한 영역이다. EU는 DPP 제도 시행과 함께 교역 상대국에 카테나X가 인증한 DPP를 의무화할 방침이다. 별다른 대비가 없으면 국내 제조업체는 EU에 제품을 수출할 때 카테나X를 이용해야 한다.

산업계는 산업 데이터가 카테나X 등 특정 국가의 플랫폼에 종속될 경우 막대한 수수료 지출과 더불어 기업의 영업비밀 등 중요 정보가 공급망 데이터 유통 과정에서 국내외 경쟁사로 유출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이 독자 플랫폼을 개발한 것도 같은 이유다. EU는 일본이 카테나X의 대항마인 우라노스를 개발하며 독자 노선을 걷자 결국 두 플랫폼이 DPP를 서로 인증할 수 있도록 했다. 우라노스를 동등한 산업 데이터 플랫폼으로 인정한 것이다.

한국 역시 국내 여건에 맞는 산업 공급망 데이터 플랫폼 구축이 시급하지만 대응은 걸음마 수준이다. 이번 DPP 대응 플랫폼 구축 가이드라인 과제는 겨우 일본, 독일 등의 데이터 플랫폼을 뜯어본 것에 불과하다. 아파트 공사에 비유하면 조감도가 나온 정도다. 시공사 선정, 공법 확정 등 갈 길이 멀다. 독일은 카테나X 개발에 10년, 일본은 우라노스 구축에 5년 이상이 걸렸다. 정부는 DPP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플랫폼 구축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한국과 산업 구조가 비슷한 일본의 우라노스 모델을 벤치마킹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가운데 조기 대선 국면은 적기 대응을 늦추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산업부 등 주무 부처가 조속히 예산 작업을 마쳐야 내년부터 플랫폼 구축 전 사전 기획 과정인 정보화전략계획(ISP) 과제를 시작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컨트롤타워가 멈춰서면서 예산 확보가 불투명하다. 더구나 대선 후 부처 담당자들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 차기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계는 최악의 경우 EU의 규제가 시작되는 2027년부터 실질적인 데이터 플랫폼 개발이 진행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당장 예산을 투입해 데이터 플랫폼 개발에 돌입해도 DPP 시행 전에 실질적 가동이 어렵다”며 “EU 무역장벽 대응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면 국내 제조업체의 피해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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