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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오후 재판을 위해 법원 청사 서관 입구에 도착하자 지지자들이 일제히 붉은 수건을 펴보이며 "윤석열!" "대통령!"을 외치는 모습. 김정연 기자

“윤석열! 대통령!” “우리가! 지킨다!” “윤 어게인! 윤 어게인!”
매주 월요일이면 서울 서초구 법원청사 내엔 고성이 울려퍼진다. 내란우두머리 사건 재판에 출석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기다리는 지지자들이 윤 전 대통령이 출입하는 서관 출입구 인근에 몰려들어 함께 지르는 소리다.

초유의 법원 내 ‘고성 1인시위 무리’는 이달 들어 시작됐다. 파면 직후인 4월 열린 1차, 2차 공판 땐 안전상의 이유로 윤 전 대통령이 지하주차장으로 출입해 지지자들이 몰리지 않았지만, 지상 출입이 시작된 5월 12일 3차 공판부터 지지자들의 고성이 시작됐다. 지난 26일에도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이 이동하는 10초 남짓은 물론 윤 전 대통령이 오전 재판을 받던 2시간 내내 고성을 질렀고, 오후 재판에 윤 전 대통령이 출석·퇴장하는 시점 전후로도 각각 1시간 넘게 소리를 질렀다.

그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주요 인사의 재판 땐 늘 출석·퇴장 때 잠깐 환호·응원 내지는 비방하는 무리가 있긴 했지만, 최근 법원에 모인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거의 하루종일 고성을 지른다는 점에서 과거 집단과 구별된다.

법원 경내에는 위험물은 물론 피켓, 깃발, 플랜카드, 확성기, 유인물 등 집회 물품 반입이 금지돼있고, 입구에서 집회 물품을 수거해 보관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몰래 가지고 들어가 펼치는 사람이 많다. 27일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 서문 바깥에 부착된 금지물품 규정 안내. 김정연 기자



‘YOON AGAIN’ 붉은 수건… 박자 맞춰 선·후창
이들은 “윤석열!”을 외치는 사람과 “대통령!”을 외치는 사람이 나뉘어 선·후창을 한다. 윤 전 대통령의 출석 즈음엔 50명이 넘는 인원이 몰려 가장 붐빈다. 구호를 외치면서는 주먹을 치켜들며 박자를 맞춘다.

법원 청사 내 국기, 피켓 등 집회 물품 반입이 금지되어 있으나 ‘YOON AGAIN’이 쓰인 붉은색 수건을 펼치거나 태극기를 휘두르는 사람도 있었고, 일부는 호루라기를 불거나 북을 치기도 했다. 청사 입구에서 반입 금지 물품 단속을 강화한 26일에도 여전히 다수가 붉은 수건을 휴대했고, 경찰이 ‘법원 경내는 집회 금지 구역이라 집회 물품은 거두어 달라’는 안내방송을 했으나 효과는 잠시뿐이었다.

집회 및 시위에관한 법률 제 11조에 따르면 법원 경내는 집회 금지 구역이다. 김정연 기자

법조계에선 “명백한 공동행동이고 사실상 불법시위”란 의견이 많다. 이들은 ‘1인 시위’라는 이유로 제지받지 않고 법원 경내로 들어갔으나 실질적으로 집시법상 규제 대상인 ‘시위’라고 볼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한 고법판사는 “사전에 주동자나 공모가 없더라도 현장에서 같은 이 정도의 공동행동은 1인 시위로 보긴 어렵다”고 했다.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도 “형식상 1인시위를 주장해도 같은 물품·구호로 실질이 사실상 집회인데, 집시법이 적용되는 ‘시위’로 보인다”고 평했다.



대법 "공동 목표로 공모해 시위했다면 집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천장이 없거나 사방이 폐쇄되지 않은 장소에서 여는 집회’인 옥외집회를 규제한다. 다만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1인 시위’는 규제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1인 시위자 여럿이 인근에 있다고 하여 모두 ‘집회’가 되지 않는 이유다. 2011년 대한문 앞에서 ‘곽노현 교육감 지지’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6일간 매일 하다 불법 집회 개최로 기소됐던 A씨가 “자발적으로 모인 1인 시위”라며 무죄를 확정받기도 했다.

그러나 ‘1인 시위’라고 했지만 사실상 공동의 목표로 공모해 모였다면 각각을 1인 시위로 볼 수 없고 전체를 집회로 봐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2011년 대법원은 ‘집시법상 시위인지 여부는 객관적·주관적 측면을 종합해 전체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판단 기준을 제시하며 ‘1인 시위자’ 여럿이 한 장소에 모여 의사표시를 한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사내에서 침묵시위를 하다 출입을 통제당하자 야외에서 한 명은 피켓을 들고 다른 4명은 옆에 나란히 서 있는 식으로 총 6일간 17회 시위를 이어 한 사건이었다. 대법원은 “구호를 외치거나 전단을 나눠주지 않았다는 형식적 이유만으로 이를 ‘1인 시위’라고 볼 수는 없다”며 미신고 옥외집회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26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오후 재판을 위해 법원 청사 서관 입구에 도착하자 지지자들이 일제히 붉은 수건을 펴보이며 "윤석열!" "대통령!"을 외치는 모습. 김정연 기자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행동을 옥외집회·시위로 볼 경우 집시법 11조가 정한 ‘옥외집회 금지 장소’를 정면으로 위반한다. 이 경우 주최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 단순 참가인도 ‘50만원 이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해질 수 있다.

또 미신고 집회·시위로 집시법 6조 위반이고 경찰의 해산 명령 대상이다. 그중 미신고 시위를 주도했다고 판단되는 주최자는 집회시위법 6조 1항 위반으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이 가능하고, 해산명령에 불응하는 참가자는 모두 집회시위법 20조 2항 위반으로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원 이하의 벌금·과태료에 처해질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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