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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아 경향신문 칼럼니스트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지난 27일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대선 후보 3차 TV토론회에 참석한 모습이다. 국회사진기자단


여자 중고등학교를 다녔다. ‘바바리맨’은 일상이었다. 30년 넘게 기자로 일했다. 성희롱은 다반사였다.

그래도 생각 못했다. 대선 후보 TV토론회 생중계를 보다 성폭력적 여성혐오 표현에 노출될 줄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이하 이준석)의 문제 발언은 옮기지 않겠다. 방송사들은 유튜브에서 해당 발언을 삭제해야 마땅하다.

이준석의 폭력이 기막힌 이유는, 스스로가 너무 무력하게 느껴져서다. 바바리맨 마주칠 때도 비명은 질렀다. 취재원에게 성희롱 당하면 항의하고 사과받았다. 그런데 이준석은 무방비 상태에서 온 국민을 상대로 폭력을 저질렀다. 심지어 그는 토론회 종료 후 13시간이 지나도록 사과하지 않고 있다.

이준석의 대선 슬로건은 ‘압도적 새로움’이다. 그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나설 때도, 개혁신당을 창당할 때도, 이번 대선에 출마하면서도 늘 ‘새로움’을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한 번도 새로웠던 적이 없다.

이준석의 정치는 새로운가. 이준석은 오랫동안 ‘낡은 정치’의 중심부에 있었다. 박근혜에게 발탁돼 정치적으로 성장했고, 결국 국민의힘 대표까지 올랐다.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일등공신 노릇을 했다. 그를 후원한 대통령, 그가 후원한 대통령 모두 탄핵당해 파면됐다. 그의 정치에 대해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없을 것 같다.

이준석의 생각은 새로운가. 책 <이준석의 거부할 수 없는 미래>에 이런 대목이 등장한다.

“2000년생 남성과 2004년생 여성을 비교해보자. 33만 명 남짓한 2000년생 남성과 23만 명 남짓한 2004년생 여성을 비교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전혀 과학적이지 않지만 통념처럼 받아들여지는 4살 차이 결혼을 가정해 가장 극단적인 상황을 잡아본 것이다.”

이공계 출신임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그는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사례를 근거로 저출생 문제에 대한 주장을 이어간다. 남자가 4살 연상인 결혼이 통념 맞나?

통계청의 ‘2024 혼인·이혼 통계’다. 초혼 부부의 연령차별 혼인 비중은 남자 1~2세 연상(26%)이 가장 많고, 남자 3~5세 연상(24.6%), 동갑(16.6%), 여자 1~2세 연상(13.4%) 순이다. 책이 나온 게 2023년이라고 변명할지 모르겠다.

연령차별 혼인 비중이 ‘남자 3~5세 연상’이 가장 많았던 시절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2021년을 고비로 ‘남자 1~2세 연상’이 최다로 등장하고 ‘3~5세 연상’은 소수파로 내려앉는다. 이준석이 말한 ‘남자 4세 연상’은 2023년에도 통념이 아니었다. 본인 생각이었을 뿐이다.

이준석의 스타일은 새로운가. 2019년 나온 대담집 <공정한 경쟁>을 보자.

“과학고 선후배들끼리 커뮤니티 사이트가 있었다. 그곳에 정치 토론장도 있었는데, 굉장히 고차원적 토론이 많이 이루어졌다. 궤변에 가까운 토론도 많았다. 나중에 정치 토론을 하면서 그런 황당한 궤변들이 논리를 전개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놀랍지 않나. 자신의 무기가 ‘황당한 궤변’이라고 털어놓는 모습이. 그 궤변이 후일 발목을 잡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을 터다.

지금 이준석은 당혹스러울 것이다. ‘압도적 새로움’이란 슬로건 뒤에 숨겨놓았던 ‘압도적 해로움’이 온 나라에 생중계됐으니. 의연한 척 버티고 있지만, 조만간 사퇴할 수도 있다. 눈물 흘리며 ‘구국의 결단’으로 포장할지 모른다.

이준석이 대통령 후보로 자격 미달임은 자명하다. 그러나 그의 ‘사퇴 쇼’를 원하지 않는다. 끝까지 완주해서 ‘숫자’(표)로 심판받기 바란다. 그 숫자를 추억으로 간직한 채, 정치와 공론장에서 완전히 떠나기 바란다.

‘압도적 해로움’은 이번 대선으로 족하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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