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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각) 프랑스 하원은 찬성 305표, 반대 199표로 조력 사망을 합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EPA연합뉴스

조력 사망을 합법화하는 법안이 27일(현지시각) 프랑스 하원을 통과하면서, 프랑스는 중증 환자가 자신의 생을 스스로 마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절차의 첫 관문을 열었다.

이날 프랑스 르몽드 등은 프랑스 하원이 찬성 305표, 반대 199표로 해당 법안을 가결했다고 보도했다. 네덜란드나 스위스, 벨기에 등 조력 사망을 합법화한 유럽 국가들에 이어 프랑스는 유럽연합(EU)에서 8번째로 조력 사망을 허용했다. 아울러 의회는 말기 환자들이 통증과 고통을 줄이기 위해 시설이나 가정에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는 완화의료, 즉 호스피스(임종 간호)에 대한 권리를 확립하는 법안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다만 두 법안은 상원을 거친 뒤 다시 하원에서 법률 검토를 하는 긴 절차를 넘어서야 하기 때문에 2027년은 되어야 조력 사망법이 현실화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해당 법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완화의료 및 조력 사망에 관한 하원의 표결은 중대한 한 걸음”이라며 “다양한 감수성과 의심, 희망을 존중하며 내가 희망했던 형제애의 길이 점차 열리기 시작했다. 품위와 인간성으로”라는 환영 메시지를 남겼다. 지난 2022년 재선에 성공한 마크롱 대통령은 조력 사망법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며, 이는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윤리적 대응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가톨릭 전통이 강한 종교계와 보건의료계에선 노인과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안락사에 대한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법안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가톨릭 신자인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는 법안에 대한 의문이 남아있기 때문에 기권하겠다는 뜻을 앞서 밝히기도 했다.

프랑스에서 통과된 법안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보다 엄격한 조건을 갖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법안은 의료진이 환자가 분명한 뜻을 표현했을 때, 이 환자가 사망까지 가능한 치명적인 약물에 접근할 자격이 있는지 판단하도록 허용한다. 환자는 해당 약물을 스스로 사용할 수 있고, 그것이 불가능한 상태라면 간호사나 의사가 투여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때 환자는 만 18살 이상의 프랑스 시민권자이거나 프랑스에 거주하는 사람이어야 하고, 자유롭게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명료한 분별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의료진은 환자가 치료 불가능한 질병을 갖고 있으며, 진행성이거나 말기 단계에 있고, 참을 수 없는 심리적·신체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미성년자나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 알츠하이머 등 신경 퇴행성 장애가 있는 환자는 이 조건에 해당되지 않는다.

의료진은 환자가 조력 사망 요청서를 제출하면 이틀 이내에 이를 확인하고 15일 이내에 승인 여부를 답변해야 한다. 승인이 이뤄지면 유효기간이 3개월인 치사성 약물의 처방전이 발급된다. 이 과정에서 의사는 최소 한 명 이상의 다른 의료 전문가, 환자의 돌봄에 관여한 의료 돌봄 종사자와 협의를 하도록 법안은 요구한다. 환자는 언제든지 조력 사망 요청을 철회할 수 있다. 현행법상 프랑스는 인공 생명유지 장치 사용을 중단하는 소극적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으며, 2016년부터 의사는 통증이 있는 말기 환자에게 깊고, 지속적인 진정을 유도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 받았다.

서유럽을 중심으로 조력 사망을 법제화하는 국가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2002년부터 환자의 요청에 따라 간병인이 자살을 조력하는 적극적인 안락사가 합법화됐다. 의사와 전문가는 환자가 참을 수 없이 힘든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12살 미만 아동까지 대상이 확대됐다. 스페인과 오스트리아도 각각 2021년과 2022년 심각한 난치병 환자에 대한 안락사를 합법화했다. 영국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하원은 지난해 11월 첫 표결에서 기대 수명이 6개월 미만이고, 스스로 치사성 물질을 복용할 수 있는 성인에 대한 조력 사망 합법화를 승인해 남은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한국은 2018년부터 연명의료 중단을 통한 소극적 안락사가 가능해졌지만, 환자의 자발적인 안락사나 의료진에 의한 조력 사망은 불법이다.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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