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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5일 공식 선거운동 돌입 후 첫 기자간담회를 했다. 언론 자유 위축 우려 질문에 "급한 거 아니다"며 답을 안해 적대적 언론관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았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서로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파트너였다. 공사 구분 못 하는 김건희 여사 문제와 '친구 돌려막기'식 인사 실패 등 윤 정부 초반부터 터져 나온 여러 실정 덕에 이 후보는 야당 대표로서 존재감을 키웠고, 윤 전 대통령 역시 이 후보의 다양한 사법 리스크와 도덕성 논란에 더해 민주당의 서른 번 넘는 탄핵 폭주 덕에 파면 직전까지 지지층 결집을 도모할 수 있었다. 이같은 적대적 공생관계는 이번 대선 국면에서도 여전하다. 일부 국민의힘 지지자들 사이에서 "윤 전 대통령이 이재명 캠프 선대위원장"이라는 한탄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적대적 공생인 윤석열·이재명
일방통행식 언론 무시 공통점
언론 존중이 국민 존중 새겨야

포용과 경청 대신 일방통행식 강 대 강 맞대결을 벌이며 상대를 적 삼은 두 사람. 이 중 하나는 계엄 관련 사법 심판을 기다리고 있고 다른 사람은 상대 자멸로 대통령직에 성큼 다가선 정반대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공통점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게 적대적 언론관이다.

윤 전 대통령은 정권 출범 직후부터 언론에 대한 노골적 반감을 드러냈다. 소통 강화를 앞세운 용산 대통령실 도어스테핑(즉흥 문답)에서(음주운전 경력 장관 후보자를 놓고) "전 정권 장관 중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느냐"는 식의 실언을 거듭하다, 이른바 '바이든 날리면' 발언 논란 후폭풍으로 6개월 만에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날리면' 보도 당사자 MBC에 대해 해외 순방 전용기 탑승을 배제하는 무리수까지 뒀다.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동맹을 이간질하려는 악의적인 행태, 대통령의 헌법 수호 책임 일환"이라며 오히려 더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이재명 후보도 못지않다. 사람들 머릿속에 이 후보의 언론 경시가 맨 처음 각인된 건 지난 2018년 경기도지사 당선 생방송 인터뷰다. 바로 직전 인터뷰 발언을 놓고 한 방송사 앵커가 "책임질 부분 있다면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고 질문하자, "그런 얘기 한 일 없다, 본인(앵커)이 그렇게 생각하나 보다"며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 여배우와의 사생활 의혹 등 여러 언론이 불편한 질문을 이어가자 대변인에게 "더 이상 하지 마, 엉뚱한 질문 계속해서 안 돼, 딴 얘기하면 (인터뷰) 끊어버릴 거야, (기자들이) 예의가 없어"라고 화내는 모습이 그대로 방송을 탔다. 이 발언 직후 실제로 인터뷰 도중 "잘 안 들린다"며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태도 논란 비판이 거세자 다음 날 페이스북에 해명을 올렸는데, 반성 대신 또 언론 탓이었다.

이런 언론관은 이제 달라졌을까. 유감스럽지만 아닌 거 같다. 지난해 대북 송금 의혹 기소 직후 "검찰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 받아 열심히 왜곡 조작하고 있다"며 적대감을 드러냈다. 불과 사흘 전(25일) 민주당사 기자회견에선 당선 후 언론 자유 위축을 우려하는 기자의 질문에 "급한 거 아니니 나중에 보겠다"고 아예 무시했다. 꼭 참석해야 하는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세 번의 공식 TV토론을 제외하곤 후보 간 합동 토론회와 단독 회견(관훈토론회) 모두 거부했는데, 실수 노출을 줄이려는 '침대 정치' 차원이든 뭐든 불편한 질문하는 언론은 외면하거나 질타하는 7년 전 태도 그대로다.
언론을 적대시하는 정치인이 국민을 제대로 섬길 수는 없다. 언론과 갈등을 빚던 윤석열 전 대통령은 국민을 향해서도 '입틀막'을 해오다 끝내 파면됐다. [한겨레 TV 캡처]
권력자의 언론관이 중요한 건, 국민을 대하는 태도의 바로미터라서다. 국민 대신 권력을 견제하는 언론을 외면하고 적대시하는 정치인은 국민 의사를 묵살하고 홀대하기 마련이다. 윤 전 대통령이 잘 보여준다. 윤 정부 경호처는 의료계 현장 목소리 듣겠다던 의료개혁 민생토론회 입장을 요구하는 임현택 당시 대한소청과의사회장을 '입틀막' 체포하고, "R&D(연구개발) 대폭 확대" 축사를 하던 카이스트 졸업식에선 "삭감 예산 복원"을 외친 졸업생을 '입틀막'으로 끌고 나갔다.

대선을 일주일 앞뒀다. 당선이 유력한 이 후보뿐 아니라 김문수·이준석 후보, 아니 모든 정치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언론 존중은 국민 존중이다. 그걸 잊은 윤 전 대통령의 최후를 기억하기 바란다.
안혜리 논설위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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