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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교사 아동 학대 1·2심 엇갈린 판단
검찰 상고..."장애 아동 보호 공익" 강조
정당행위 결과물은 통비법 예외? 쟁점
"자력방어 불가능한 아이들, 입법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1심 유죄, 2심 무죄로 판결이 엇갈린 웹툰작가 주호민씨 자녀 아동 학대 사건이 결국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아이 가방에 몰래 넣은 녹음기의 녹음파일은 증거능력이 없다"는 대법원의 판례가 있는데도 검찰은 상고했다. 주씨 자녀가 사건 당시 자폐성 장애가 있는 만 9세의 초등학생이었고, 주변 학생들 역시 장애가 있어 이른바 '몰래 녹음' 외엔 학대 증거를 확보할 방법이 없었다는 점에 대해 대법원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취지다. 대법원이 이번에 '몰래 녹음'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관련 법 개정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2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주씨 사건의 쟁점은 '위법성이 조각될 만큼 불가피한 상황에서의 제3자 녹음도 증거능력이 없는지'다.

특수교사 A씨는 2022년 9월 13일 맞춤 학습반 교실에서 주씨 자녀에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너를 얘기하는 거야, 아휴 싫어, 싫어 죽겠어, 싫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핵심 증거로 제시된 녹음파일은 주씨 배우자가 자녀 등교 시 외투에 넣은 녹음기에 담겨 있었다.

1, 2심 판결 엇갈린 이유는



1심 법원은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A씨에게 벌금 200만 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해당 녹음이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이 금지한 '타인 간 대화'인 건 분명하지만, 법의 취지나 사회통념에 비춰볼 때 용인될 수 있는 정당행위여서 위법성 조각 사유(형식상 불법이지만 실질적으로 위법으로 인정되지 않는 이유)에 해당한다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4세 때 자폐성 장애로 등록돼 학대 등 범행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능력이 없었다"며 "교실에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지 않고 지적장애를 가진 학생들만 수업을 함께 듣고 있어, 학대 정황을 밝힐 다른 수단을 강구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반면 2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정당행위는 행위자의 처벌 여부 판단 시 고려 사안일 뿐 행위 결과물의 증거능력과는 무관하다고 판단한 뒤,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이 없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현행법상) 정당행위 조항은 범죄가 성립하는 데 필요한 위법성을 조각시키는 요건에 대한 규정일 뿐 통비법을 위반해 취득한 내용의 증거 사용을 금지하는 데 고려할 규정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검찰 "장애아동 보호 공익이 더 커"



검찰은 이런 사건에서도 증거능력이 부인되면 '장애 아동 보호'라는 국가의 책임 의무를 다하기 어려워진다고 강조한다. △아동의 건강과 복지(아동학대법)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장애인복지법)이라는 보호법익이 교사의 사생활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는 사인이 수집한 증거와 관련해 "보호이익을 비교 형량해 그 허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검찰은 "몰래 녹음이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면, 통비법에도 불구하고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주장도 편다. ①타인 간 대화를 녹음하는 행위가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면 ②녹음파일이라는 결과물도 '위법성 없는 행위로 수집한 증거'가 되고 ③결과적으로 위법 수집 증거가 아니라는 논리다. 위법성이 조각된 행위도 통비법상 증거사용 금지 조항의 대상에 되는지에 관해선 대법원의 명시된 판례는 아직 없다. 장애인권법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는 김예원 변호사는 "스스로 권리를 옹호하는 것이 불가능한 피해자를 위해 최후 수단으로 감행된 누군가의 녹음이 가해자에게 도리어 면죄부를 주는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번에도 대법원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입법을 통해서라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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