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레이드차 대신 도착한 구급차 26일(현지시간) 영국 리버풀에서 리버풀FC의 프리미어리그(EPL) 우승 축하 퍼레이드에 모여든 팬들을 향해 차량이 돌진한 현장에 경찰차와 구급차들이 서 있다. EPA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리버풀의 우승 축하 퍼레이드 행사에서 한 차량이 수십만 인파를 향해 돌진해 최소 47명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경찰은 53세 백인 남성을 현장에서 체포했으며 테러 관련성은 낮아 보인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6시쯤 영국 리버풀 머지사이드 워터스트리트에서 소형 승합차 한 대가 사람들 속으로 돌연 돌진했다. 이 사고로 최소 47명이 다치고 이 중 4명은 중상을 입었다고 구조당국은 밝혔다. 27명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20명은 현장에서 응급 처치를 받았다. 병원으로 이송된 부상자 가운데 4명은 어린이였으며, 이 중 1명은 중상을 당했다.

경찰은 “체포된 남성은 리버풀 출신 53세 백인 영국인”이라며 “단독 범행으로 판단되며, 현재 다른 용의자를 찾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을 테러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건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리버풀 선수단은 통산 20번째 우승을 확정한 뒤 5월의 마지막 월요일인 ‘스프링 뱅크 공휴일’을 맞아 천장 없는 버스를 타고 시내 중심가를 돌며 팬들에게 우승 트로피를 선보였다. 약 10마일(16㎞) 구간의 도로 양쪽으로 약 50만명이 운집한 것으로 추산된다.

버스가 지나가고 약 10분 뒤 군중들의 환호는 끔찍한 비명으로 변했다. 경찰의 교통통제가 해제된 뒤 검은색 차량이 군중 속으로 빠르게 돌진했다.

소셜미디어에 공유된 사고 당시 영상엔 차량이 한 명을 들이받은 뒤, 더 많은 군중 쪽으로 방향을 틀어 돌진하는 장면이 담겼다. 사람들이 공중으로 튕겨 나가고 바닥에 쓰러졌다. 간신히 사고를 피한 시민들은 차량이 멈추자 몰려들어 창문을 부쉈다. 가해자는 현장 근처에 있던 경찰에 즉시 체포됐다. 사건을 목격한 레스 윈스퍼는 “첫 번째 피해자가 차와 충돌해 6ｍ 높이로 튕겨 나갔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차량이 군중 속으로 의도적으로 급가속하기 전 후진했다”고 전했다. 아내, 두 딸과 함께 퍼레이드에 참여했다 사고를 목격한 해리 라시드는 “사람들이 차량 보닛에 충돌하는 펑, 펑, 펑 소리만 들렸다. 사람들이 넘어질 때 쿵, 쿵 소리도 들렸다”고 전했다.

부상자 가운데 4명은 차량 아래 갇혀 있었으며, 이 가운데 어린이도 있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소방관들은 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차량을 들어올려야 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엑스에 “리버풀에서 벌어진 끔찍한 장면을 보며 다치거나 피해를 본 모든 분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며 “충격적인 사건에 신속하고 지속적으로 대응해 준 경찰과 응급 서비스에 감사의 말을 전한다”고 밝혔다.

리버풀 구단도 엑스에 “피해를 본 분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며 “이번 사건에 대처하고 있는 응급 서비스 및 지역 당국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직전 EPL 우승 시즌이었던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탓에 시내 퍼레이드를 하지 못했던 리버풀은 이날 직원들의 우승 축하 파티를 취소했다.

경향신문

이영경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