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6일 경기 수원시 영동시장 입구에서 유세를 마치고 퇴장하며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선 후보 발언에서 최근 “압도적 승리” 구호가 사라졌다. 대선 막바지로 접어들며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자 “안정적 승리” 기조로 전환했다. 이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불법계엄 심판론을 부각하며 정권교체 여론을 결집하고, 민주당은 보수 진영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야합”으로 규정하며 막판 변수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김민석 민주당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2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저는 압도적 승리를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고 (이재명) 후보도 그렇다”며 “안정적 승리가 최대 목표”라고 말했다.
“압도적 승리”는 한 달 전 이 후보가 민주당 후보로 선출돼 대선 국면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당시 주요 구호였다. 이 후보는 지난달 27일 후보 수락연설에서 “압도적 정권 탈환”을 외쳤고, 박찬대 상임총괄선대위원장도 지난달 29일 “압도적 대선 승리, 압도적 정권 교체”를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대선 후반부로 가며 자취를 감추는 모습이다. 이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 초반인 지난 15일 전남 순천 유세에서 “한 분도 빠짐없이 압도적으로 이재명을 선택해달라”고 했지만, 지난 20일 경기 의정부 유세에서 “압도적으로 이긴다는 그런 얘기 앞으로 절대 하지 말라. 한 표라도 반드시 이겨야 한다. 압도적으로 응징해야 한다”고 윤석열 정권 심판 기조로 톤을 조절했다. “6월3일은 압도적으로 승리하는 날이 아니라 반드시 이겨야 하는 날”(지난 22일 경남 양산 유세) 발언을 끝으로 이 후보의 ‘압도적 승리’ 언급은 사라졌다.
보수층이 결집하며 김문수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한 자릿수까지 줄어드는 현실에 발맞춘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현실적으로 지금 상황에서 마지막 결과가 10~20%(포인트 차이) 나기는 쉽지 않다”며 “안정적 승리는 지금 같은 내란 상황에서 최소한 정당 지지율 격차보다는 조금 높게 (나와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6일 경기 남양주시 평내호평역 앞에서 집중 유세를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를 위해 이 후보는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계엄 책임을 집중적으로 거론하며 정권교체 민심에 호소하고 있다. 전날 경기 유세에서 “윤석열이 상왕이 돼 김문수를 통해 국민에게 총구를 수시로 겨누는 나라가 될 수 있다”며 김 후보를 “윤석열 아바타”로 규정하는 등 비판 강도를 끌어올렸다.
이 후보 측근인 김영진 선대위 정무1실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이번 대선은 이재명과 윤석열 간 2차 대선”이라며 “윤석열의 영향력이 가장 강하게 미치는 대선이기 때문에 이재명을 선택할 것인가 윤석열의 대리인과 윤석열을 선택할 것인가의 2차전”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가 불법계엄 심판을 더욱더 강조하는 배경에는 최근 경쟁 후보들의 ‘커피 원가 120원’ ‘호텔경제학’ 집중 공세에 수세적으로 반응해 불필요한 논란을 키웠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조기 대선을 유발한 불법계엄에 다시 초점을 맞춰 지지층 결집을 강화한다는 것이 선대위의 생각이다. 김 실장은 “왜 우리가 대선을 시작했는지 큰 방향을 다시 한번 점검할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준석 후보 본인이 일축하는 김문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두고 되려 민주당 주요 인사들이 계속 “가능성이 있다”고 거론하는 것도 지지율 우세 구도를 유지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대선을 1주일 앞두고 최대 변수를 상기시키며 지지층 경각심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청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단일화 장난질에 이재명 지지자들 투표심리만 자극했다”고 밝혔다.
보수 진영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파급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그 의미를 평가절하하는 사전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단일화를 두고 이날 “제일 큰 야합”(김 위원장), “모든 선거마다 철수하는 안철수가 되는 것”(김 실장)이라며 이준석 후보를 겨냥한 것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