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상자산 시장의 ‘큰손 플레이어’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현직 대통령의 가상통화 사업은 지난해만 하더라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모든 상식과 윤리 규범을 허물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23일(현지시간) 자신이 만든 밈코인(유행이나 유머에 기반해 만들어진 가상통화) $TRUMP에 거액을 투자한 고객 220명을 위해 특별 만찬을 열었다. 이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해당 밈코인을 사들인 구매자들은 모두 1억4800만달러(약 2020억원)를 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 직위를 이용해 사적인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되자,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이 개인 시간에 참석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전용 헬기인 ‘마린 원’을 타고 만찬 장소로 갔으며, 대통령 인장이 찍힌 연단에서 연설했다. 행사 참석자 중 일부는 초대 손님 자격으로 백악관을 둘러보기도 했다.
부동산 큰손에서 가상자산 큰손으로···트럼프 가상자산, 전체 순자산의 약 40%
민간단체인 ‘민주주의 수호행동’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가상자산 보유액은 전체 순자산의 약 40%인 29억달러(약 4조원)로 추산된다. 가상통화 자산의 대부분은 대통령 취임 직전인 지난 1월17일 자신과 아내 멜라니아의 이름을 따 발행한 밈코인 수익과, 트럼프 일가가 2024년 10월 설립한 가상자산 거래소 ‘월드리버티파이낸셜(WLFI)’ 지분에서 거둬들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TRUMP을 출시하며 “매우 특별한 트럼프 커뮤니티에 참여하라”고 구매를 독려한 직후 이 밈코인의 시가총액은 한때 수십억달러로 치솟았다. 특히 WLFI가 지난 4월 출시한 스테이블 코인(가격이 달러화 등 법정 화폐와 1대 1로 연동되는 코인) ‘USD1’은 현직 대통령의 위력을 보여주듯 두 달 만에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 7위 규모로 성장했다. WLFI는 최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정부가 지원하는 벤처펀드로부터 20억달러의 투자를 확보하기도 했다. 트럼프 가족은 WLFI의 지분 60%를 소유하고 있으며, 코인 판매 수익의 75%를 가져갈 권리를 갖고 있다.
미 CBS는 “트럼프 가족의 가상자산 재산을 조사한 보고서는 과거 언론 보도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가상자산 보유액이 이보다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상자산 회사는 자사 플랫폼에서 누가 사고파는지 대중에게 공개할 법적 의무가 없으므로 트럼프 대통령의 이해상충 사업 규모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수호행동’의 수석 법률고문인 버지니아 켄터는 “이전 대통령들은 이해상충을 피하기 위해 자산을 모두 처분하거나 ‘블라인드 트러스트’로 넘겼지만, 트럼프는 그렇게 하긴커녕 두 번째 임기에서 가상자산 산업에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투자 후 180도 바뀐 트럼프의 정책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였던 2021년만 하더라도 가상자산을 “범죄로 가득 찬 사기(scam)처럼 보인다”고 평가절하했다. 코인 시장의 변동성과 위험성은 그대로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자신이 코인 투자를 시작한 이후 180도 바뀌었다.
그는 인수위 시절 가상통화 정책을 총괄할 ‘가상통화 차르’를 신설·임명하고, 지난 3월에는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를 ‘전략적 비축 준비금’으로 매입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특히 코인 시장을 규제해야 하는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에 친가상통화 인사인 폴 앳킨스를 임명했다. 앳킨스는 가상통화 및 디지털 자산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컨설팅사를 운영해 온 인물이다.
실제 SEC는 트럼프의 가상자산 사업에 거액을 투자한 투자자에 대한 조사를 중지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증권 사기 혐의로 SEC의 조사를 받고 있던 가상자산 억만장자 저스틴 선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자신이 WLFI에 3000만달러를 투자해 WLFI의 최대 투자자가 됐다고 주장했으며, 트럼프 대통령 취임 며칠 전에도 4500만달러를 추가로 투자했다는 글을 올렸다. 그로부터 몇 주 후 SEC는 선에 대한 집행정지를 법원에 요청했다. 선은 트럼프 밈코인 상위 투자자 220명에 이름을 올려 지난 22일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만찬에도 초대됐다.
현재 미국 정부는 미 국채의 안정적 수요 기반을 마련하고,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달러 등과 가격이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을 법제화 하는 법안인 ‘지니어스 액트’를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 발행자는 발행액 전부를 미국 국채나 현금 등 안전자산으로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스테이블 코인 발행이 늘어나면 미국 국채 수요가 그만큼 커지게 되는 셈이다. 지니어스 액트 통과 가능성이 커지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22일 한때 11만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다만 가상통화 등 민간 통화가 지나치게 확대되면 정부의 통화정책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거침없는 이해충돌 사업 때문에 지니어스 액트에 대한 반발 역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발행한 밈코인인 $TRUMP 웹사이트에 지난 23일(현지시간) 올라온 “트럼프 대통령과 저녁 식사” 홍보사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23일(현지시간) 자신이 만든 밈코인(유행이나 유머에 기반해 만들어진 가상통화) $TRUMP에 거액을 투자한 고객 220명을 위해 특별 만찬을 열었다. 이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해당 밈코인을 사들인 구매자들은 모두 1억4800만달러(약 2020억원)를 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 직위를 이용해 사적인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되자,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이 개인 시간에 참석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전용 헬기인 ‘마린 원’을 타고 만찬 장소로 갔으며, 대통령 인장이 찍힌 연단에서 연설했다. 행사 참석자 중 일부는 초대 손님 자격으로 백악관을 둘러보기도 했다.
부동산 큰손에서 가상자산 큰손으로···트럼프 가상자산, 전체 순자산의 약 40%
민간단체인 ‘민주주의 수호행동’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가상자산 보유액은 전체 순자산의 약 40%인 29억달러(약 4조원)로 추산된다. 가상통화 자산의 대부분은 대통령 취임 직전인 지난 1월17일 자신과 아내 멜라니아의 이름을 따 발행한 밈코인 수익과, 트럼프 일가가 2024년 10월 설립한 가상자산 거래소 ‘월드리버티파이낸셜(WLFI)’ 지분에서 거둬들인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18일 $TRUMP 투자를 촉구하기 위해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진. 엑스 캡처
트럼프 대통령이 $TRUMP을 출시하며 “매우 특별한 트럼프 커뮤니티에 참여하라”고 구매를 독려한 직후 이 밈코인의 시가총액은 한때 수십억달러로 치솟았다. 특히 WLFI가 지난 4월 출시한 스테이블 코인(가격이 달러화 등 법정 화폐와 1대 1로 연동되는 코인) ‘USD1’은 현직 대통령의 위력을 보여주듯 두 달 만에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 7위 규모로 성장했다. WLFI는 최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정부가 지원하는 벤처펀드로부터 20억달러의 투자를 확보하기도 했다. 트럼프 가족은 WLFI의 지분 60%를 소유하고 있으며, 코인 판매 수익의 75%를 가져갈 권리를 갖고 있다.
미 CBS는 “트럼프 가족의 가상자산 재산을 조사한 보고서는 과거 언론 보도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가상자산 보유액이 이보다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상자산 회사는 자사 플랫폼에서 누가 사고파는지 대중에게 공개할 법적 의무가 없으므로 트럼프 대통령의 이해상충 사업 규모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수호행동’의 수석 법률고문인 버지니아 켄터는 “이전 대통령들은 이해상충을 피하기 위해 자산을 모두 처분하거나 ‘블라인드 트러스트’로 넘겼지만, 트럼프는 그렇게 하긴커녕 두 번째 임기에서 가상자산 산업에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투자 후 180도 바뀐 트럼프의 정책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였던 2021년만 하더라도 가상자산을 “범죄로 가득 찬 사기(scam)처럼 보인다”고 평가절하했다. 코인 시장의 변동성과 위험성은 그대로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자신이 코인 투자를 시작한 이후 180도 바뀌었다.
그는 인수위 시절 가상통화 정책을 총괄할 ‘가상통화 차르’를 신설·임명하고, 지난 3월에는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를 ‘전략적 비축 준비금’으로 매입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특히 코인 시장을 규제해야 하는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에 친가상통화 인사인 폴 앳킨스를 임명했다. 앳킨스는 가상통화 및 디지털 자산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컨설팅사를 운영해 온 인물이다.
실제 SEC는 트럼프의 가상자산 사업에 거액을 투자한 투자자에 대한 조사를 중지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증권 사기 혐의로 SEC의 조사를 받고 있던 가상자산 억만장자 저스틴 선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자신이 WLFI에 3000만달러를 투자해 WLFI의 최대 투자자가 됐다고 주장했으며, 트럼프 대통령 취임 며칠 전에도 4500만달러를 추가로 투자했다는 글을 올렸다. 그로부터 몇 주 후 SEC는 선에 대한 집행정지를 법원에 요청했다. 선은 트럼프 밈코인 상위 투자자 220명에 이름을 올려 지난 22일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만찬에도 초대됐다.
가상통화 비트코인이 미국의 가상자산 관련 정책 영향으로 사상 처음 11만달러를 넘어선 22일 서울 강남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돼 있다. 문재원 기자
현재 미국 정부는 미 국채의 안정적 수요 기반을 마련하고,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달러 등과 가격이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을 법제화 하는 법안인 ‘지니어스 액트’를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 발행자는 발행액 전부를 미국 국채나 현금 등 안전자산으로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스테이블 코인 발행이 늘어나면 미국 국채 수요가 그만큼 커지게 되는 셈이다. 지니어스 액트 통과 가능성이 커지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22일 한때 11만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다만 가상통화 등 민간 통화가 지나치게 확대되면 정부의 통화정책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거침없는 이해충돌 사업 때문에 지니어스 액트에 대한 반발 역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