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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준이치로 전(前) 일본 총리 차남이자 독특한 발언으로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일본 정치인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44)가 일본 농림수산상에 임명된 지 4일 만에 치솟는 쌀 가격 안정을 위한 새로운 비축미 판매 정책을 내놨다.

고이즈미 신임 농림수산상은 작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3위를 기록한 차기 총리 후보다. 농림수산상은 우리나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같은 자리다. 전문가들은 쌀값 향방이 앞으로 그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고이즈미는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비축한 쌀을 JA전농(일본 전국농업협동조합연합회)을 거치지 않고 이온(AEON)이나 이토요카도 같은 대형 소매업체와 주요 도매업체에 직접 팔겠다”고 선언했다.

고이즈미 신지로 신임 일본 농림수산상. /연합뉴스

JA전농이 주도하는 쌀 유통 독점 구조에 균열을 내겠다는 의도다. 그는 특히 “수요가 있다면 비축미를 한도 없이 방출할 것”이라며 “수의계약 형태로 신속하게 공급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방안이 실현되면 정부 비축미가 즉시 시장에 풀려 단기적으로 쌀값 인하 효과를 볼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JA전농이 구축한 오랜 기득권 카르텔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JA전농은 우리나라 농협 같은 기구다. 일본은 정부가 가격 조정을 위해 방출한 비축미 대부분을 JA전농이 매입해 보관하다가 출하했다. 그러나 JA전농은 최근 ‘유통량이 많아지면 쌀 가격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비축미 출하를 의도적으로 지연했다.

그 결과 일본 쌀 시장은 레이와 쌀 소동(令和の米騒動)이라 불릴 만큼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일본농업신문에 따르면 이달 24일 기준 일본 내 쌀 평균 소매가격은 5㎏에 4268엔(약 4만1000원)으로, 불과 1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니가타 등 일부 쌀 주산지에서조차 5㎏ 한 포대가 6500엔(약 6만2000원)을 넘어섰다.

일본 카나가와현 정부 비축미 창고에서 보관 중인 쌀들. /연합뉴스

고이즈미 장관은 취임 직후 “나는 쌀 문제 해결에 모든 것을 걸겠다”며 “나를 ‘쌀 담당 장관’이라고 불러달라”고 말할 정도로 이번 사안에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그는 “6월까지 쌀값을 5kg당 2000엔(약 1만9000원)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구체적인 목표치까지 제시하며 배수진을 쳤다.

고이즈미는 1981년생으로, 총리였던 아버지를 따라 28세에 처음 정계에 입문했다. 현재 자민당 소속 6선 중의원으로, 내각에는 2019년 아베 신조 시절 38세 나이로 환경상에 처음 발탁됐다.

그는 준수한 외모와 솔직하고 톡톡 튀는 언변으로 국내외에서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다.

과거 환경상 시절 초고령화 문제에 대해 “미래를 비관하는 1억2000만 명보다 미래에 대한 자신감과 낙관을 가진 6000만 명이 더 강하다”며 ‘굳이 인구를 늘리는 방법을 찾아 골몰하기보다, 자신감을 가지고 잘 사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는 직설적이고 논쟁적인 발언을 남겼다.

기후변화 대응 방안에 대해선 “펀(Fun)하고 쿨(Cool)하고 섹시(Sexy)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독특한 발언으로 국내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그의 부인 타키가와 크리스텔은 도쿄 올림픽 프레젠테이션을 맡은 일본 간판 아나운서다. 형 고이즈미 고타로(小泉孝太郎) 역시 주요 시간대 드라마 주연을 맡는 인기 배우로 활동 중이다.

반면 정치적 소신을 뚜렷하게 밝히지 않는 편이다. 일본 언론들은 중의원 선거때마다 일본 언론들이 후보들을 상대로 정치 성향을 조사한다. 고이즈미는 지난 6차례 중의원 선거 때마다 상당수 질문에 무응답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이즈미 신지로 신임 일본 농림수산상의 아버지 고이즈미 신이치로 일본 전 총리가 2006년 미국 테네시주 엘비스 프레슬리 저택에서 조지 W 부시 전 미국대통령과 함께 엘비스 프레슬리를 흉내내고 있다. /로이터뉴스1

정치 분석가들은 고이즈미가 당내 기반은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오히려 이 점 때문에 JA전농 같은 특정 이익단체나 카르텔에 얽매이지 않아 과감한 정책 추진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겉으로는 독특한 언변으로 허허실실하는 듯 보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정면 돌파를 시도하는 승부사 기질을 드러내는 경향이 있다.

특히 기성 정치인과 차별화한 젊고 개혁적인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환경 문제, 사회 보장 개혁처럼 미래 시대에 필요한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내세운다. 일본 장관 가운데 역사상 처음으로 2주간 육아휴가를 사용한 인물도 고이즈미다.

외교 전문지 더 디플로맷은 지난해 가을호에서 “고이즈미는 ‘따르는 보스가 없는’ 정치인”이라며 “아버지 고이즈미 전 총리가 젊은 시절 당내 반발에도 우정 민영화를 밀어붙였던 방식과 유사한 정치 기법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물론 그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JA전농을 비롯한 일본 농업계는 26일 기자회견 직후 조직적으로 반발을 시작했다. 자민당 내에서도 농촌 지역구를 기반으로 하는 의원들은 계속 저항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 지지통신은 전문가를 인용해 “이시바 내각 지지율이 21%로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쌀값 문제가 정권 유지 여부를 가를 것”이라며 “고이즈미 신임 농림수산상이 일본 국민이 체감할 만한 성과를 거두면 차기 총리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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