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KBS본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2차 후보자토론회 시작에 앞서 후보들이 기념사진을 찍은 뒤 각자 자리로 향하고 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왼쪽부터)·김문수(국민의힘)·권영국(민주노동당)·이준석(개혁신당) 대통령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1차 탐색전→2차 비방전→3차 난타전?

27일 저녁 8시, 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3차 티브이(TV) 토론회가 열린다. 토론 주제는 정치 분야다. 6·3 대선 일주일을 남겨두고 진행되는 마지막 티브이 토론인 만큼 내란, 개헌, 선거제도, 외교·안보 정책에 더해 ‘김문수-이준석 단일화’ 등 선거 현안을 두고 날 선 공방이 예상된다.

3차 토론회 당일 나온 여러 여론조사는 다자·양자 대결 모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보들은 막판 지지층 결집을 통해 안정적 수성(이재명), 극적인 추격(김문수), 두자릿수 지지율(이준석), 3% 득표율(권영국)을 목표로 한다. 1차·2차 토론 복기를 마친 각 캠프에서는 상대 후보별 공격과 방어 리스트를 뽑고, 상대방 토론 스타일에 말리지 않는 전략 수립에 부심하고 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만 외부 유세 일정을 잡았을 뿐 이재명, 김문수,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유세를 접고 3차 토론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중도·무당층에 안정적 이미지를 주는 선거운동을 해왔던 이재명 후보는 지지율이 주춤한 2차 토론 때부터 ‘내란 청산’ ‘반헌법세력 심판’ 구도를 강화했다. 정치 분야가 주제인 만큼 3차 토론에서는 김문수·이준석 후보를 겨냥한 ‘내란 단일화’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문수 후보는 ‘계엄 찬성·탄핵 반대’를 외치며 극우 집회에 적극 참여했던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을 3차 토론 전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에 임명했다. 추가로 표를 끌어올 수 있는 곳이 티케이(TK·대구경북) 등 강성 보수지역뿐이라는 현실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3차 토론에서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 사태 때 마음을 돌린 강성 보수층을 향해 이를 적극 어필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 경우 이재명·이준석·권영국 후보로부터 파상 공세를 당할 수도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28일부터 실시되는 대선 여론조사는 공표가 금지된다. 마지막 3차 토론은 남은 일주일 물밑 여론을 움직일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과거 조사를 보면 유권자 4명 중 1명은 선거 일주일을 남겨두고 투표할 후보를 결정했다. 2022년 3·9 대선 이튿날 진행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투표를 한 유권자 24%가 투표일 일주일 이내(사전투표자는 사전투표일 기준)에 마음을 정했다고 답했다. 투표 후보를 결정할 때 가장 많이 참고한 것으로 티브이 토론(46%)을 꼽았다. 박근혜 탄핵으로 치러진 2017년 5·9 대선 직후 갤럽 조사에서도 투표 유권자 32%가 일주일 이내 후보를 결정했고, 59%가 티브이 토론을 가장 많이 참고했다고 답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2022년 대선 유권자 의식조사도 유사한 결과를 보여준다. 투표 유권자 20%가 일주일 내 후보 결정을 했고, 36.6%는 티브이 토론회·연설 등을 통해 후보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얻었다고 했다.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진행한 여론조사(24∼25일 만 18살 1004명 대상 휴대전화 가상번호 면접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24.4%,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에서 ‘티브이 토론을 잘한 후보’가 누구인지 물었다. 이재명 36%, 이준석 29%, 김문수 18%, 권영국 7% 순이었다. 민주당 지지층과 달리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김문수가 잘했다(46%), 이준석이 잘했다(43%)로 평가가 갈렸다. ‘지지 후보가 없다’고 밝힌 부동층에서도 이준석이 잘했다는 응답(40%)이 가장 많았다. 이재명 후보 추격에 숨 가쁜 김문수 후보로서는 단일화를 거부하고 있는 이준석 후보까지 3차 토론회에서 견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23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제21대 대통령선거 2차 후보자 토론회 중계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지율에서 크게 앞서는 이재명 후보는 선제공격이나 반격보다는 실점하지 않으려는 ‘지키기 토론’ 태도를 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문수·이준석 후보가 툭툭 던지며 공격했지만 평소 스타일과 달리 꾹 참는 모습이었다. 치고 나가지 않는 안전·실리 위주여서 이재명식 사이다 발언을 기대한 지지자들에겐 다소 밋밋했다는 말도 나왔다.

‘격차 큰 2위’ 김문수 후보는 1위 이재명 후보를 주요 타깃으로 삼았지만, 공격은 타격감이 덜 했고 방어는 핀트를 빗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공약 발언도 “일자리 대통령“ 같은 원론적 수준이어서 디테일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다만 이재명 후보가 자신이 그은 선 밖으로 나오지 않으면서, 정치적 가드에 빈틈이 많았던 김 후보도 크게 얻어맞거나 실점하지는 않았다.

이준석 후보는 특유의 ‘긁는’ 화법으로 이재명 후보를 공격했다. ‘대학생 토론 배틀에 나온 40살’ 같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김 후보가 채우지 못한 빈 곳에서 바삐 움직이며 이 후보를 괴롭혔다. ‘호텔 경제학’ 등 제목이 뽑히는 공격 포인트를 따갔다.

정치 신인이자 티브이 토론 ‘뉴비’인 권영국 후보는 토론회 시작부터 ‘내란’을 앞세워 김 후보를 직격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번 대선에서 사라진 진보 의제를 상기시키며 진보 정치와 진보 후보의 필요성을 유권자들에게 각인시켰다.


이재명 후보 지지율이 주춤하는 사이 김문수 후보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며 토론회 분위기가 바뀌었다. 후보 간 비방·네거티브 수위가 확 올라갔다. 팩트체크에 걸리는 주장들이 많아졌다.

1차 토론회에서 ‘부자 몸조심’ 소리까지 들었던 이재명 후보가 수위 높은 비방·네거티브에 적극 대응하고 나섰다. 가족 문제와 관련해서는 몸을 낮추고 사과도 했다. 다만 토론 과정에서 이준석 후보의 질문에 직접적인 답변을 피하거나, 이준석 후보의 태도·전제 자체를 문제 삼는 모습 등을 노출하며, 이준석 후보의 공격적 프레임에 말려들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소폭 줄인 김문수 후보는 비방·네거티브 토론 전략을 짜왔다. 뒤늦게 결집 움직임을 보이는 티케이·피케이(PK·부산경남) 지역 보수층에 ‘이재명 때리기’가 주효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준석 후보는 말꼬리를 잡거나 흐리는 방식으로 공격하고 불리한 답변을 피했다. 이재명 후보를 겨냥한 ‘맞춤형 말꼬리 잡기’가 반복됐다. ‘토론이 아닌 말장난 같다’는 평가도 나왔다.

권영국 후보는 이준석 후보가 공중파를 통해 여과 없이 쏟아내는 혐오와 갈라치기에 대한 방파제 역할을 했다.

한겨레

김남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