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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마포구 홍대 KT&G 상상마당 앞에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유세 현장에서 김상욱(왼쪽 위) 의원과 경찰 총경 출신인 이지은 더불어민주당 마포갑 지역위원장이 춤을 추고 있다. 고영권 기자


"OOO 의원의 무아지경 댄스."


"신들린 OOO 의원의 춤."


대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유세 경쟁에 불이 붙었다. 국회의원들도 정장 차림이 아닌 정당의 기호와 색깔이 선명한 선거 운동복을 입고 앞다퉈 현장으로 달려가고 있다. 그런데 유세 대열에 합류하면 돌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지자들의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 유세송 리듬에 기꺼이 몸을 맡긴 채 '막춤'까지 불사른다. 선거 승리라는 절체절명의 과제 앞에서 나이와 체면, 격식 따윈 집어던졌다.

흥을 돋우고 시선을 끌고 유권자들과 스킨십을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호응이 상당하다. 최근 김상욱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뒤 이재명 후보 유세 현장에서 춤을 춘 쇼츠 영상은 유튜브 조회수가 196만 회를 훌쩍 넘겼다. 김문수 국힘의힘 대선 후보가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율동을 선보인 쇼츠 영상은 58만 회, 국가정보원 1차장 출신인 박선원 민주당 의원의 파격적인 텀블링 쇼츠 영상은 51만 회를 기록했다.

이렇듯 홍보 효과가 막강하다 보니 의원들의 '댄스'는 선거 운동 공식으로도 자리 잡았다. 선거가 다가오면 좀 더 수준 높은(?) 춤을 보여주기 위해 연습 삼매경에 빠진 경우도 적지 않다. 신박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적극 나서는 의원들도 늘고 있다. 3선의 한 중진의원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가 발달하면서 점점 의원들이 경쟁적으로 춤을 추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의원들이 춤을 추면서 유세하는 영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유튜브 캡쳐


하지만 유세가 '누가 더 튀는지'를 다투는 춤 경연으로 변질되면서 주객이 전도됐다. 정작 유세를 통해 소상히 알려야 할 정책과 공약, 비전은 뒷전으로 밀렸다. 생각이 다르거나 막판까지 고민하는 유권자를 설득할 기회를 스스로 날린 셈이다. 대신 신나게 즐기다 보면 남는 건 기존 지지층밖에 없다. "우리 편의 축제만 하려는 것(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나 이번 대선은 무도한 불법 비상계엄으로 인해 치러지는 선거다. 축제가 아닌 엄중한 반성과 다짐의 시간이 돼야 한다. 이에 "지금이 축제를 벌일 분위기냐"는 쓴소리도 나온다. 민주당도 뒤늦게 댄스 자제령을 내렸다. '내란 심판' 구도를 다시 부각시키고 '오만' 프레임을 경계하기 위함이다.

물론 의원들도 억울한 측면은 있다. 진지하게 연설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도 SNS에서 확산되는 영상은 주로 의원들의 댄스다.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춤사위가 유권자들의 뇌리에 더 강렬하게 남는데 그걸 어찌하겠냐는 항변이 나올 법하다.

그렇다 해도 선거의 본령은 정책과 비전이라는 점에서 의원들의 댄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단번에 분위기를 띄우는 춤에 비해 지루하고 따분한 과정일 수 있지만, 그럴수록 더 노력해야 한다. 이제 흥분은 가라앉히고 차분한 이성의 시간을 갖자. 후보들의 청사진을 꼼꼼히 따져보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에 남은 일주일은 결코 길지 않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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