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21대 대선 2차 후보자 토론회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미국과 프랑스·덴마크·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에서 원자력발전소 재건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 원전 건립을 가속해 미국의 원자력발전 용량을 2050년까지 지금의 4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이후 46년 동안 2기의 원전만 신규로 착공해 가동했던 미국이 대규모 원전 투자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5일 자국 원전의 우수성을 알려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베트남·인도네시아·싱가포르를 순방하는 ‘원전 세일즈’ 외교에 나섰다. 탈(脫)원전 정책을 40년간 고집했던 덴마크도 이달 14일 “차세대 원자력 기술이 갖는 잠재적 이점을 분석할 것”이라며 ‘탈탈원전’을 선언했다.
미·유럽의 원전 바람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안보가 중요해진 데다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 인공지능(AI) 산업 역량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를 맞아 원전 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데서 비롯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는 원자력 시대”라면서 원전 안전 규제 완화 등의 내용을 담은 4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세계 최초의 탈원전 국가로 꼽히는 이탈리아가 올해 3월 탈탈원전으로 돌아선 것도 전력 수요 확충을 위한 선택이었다. 영국·벨기에도 AI 시대에 발맞춰 기존 원전의 가동 시한 연장 조치 등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6·3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의 ‘K원전 육성’ 비전은 빈약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0대 공약에 원전에 대한 언급 없이 재생에너지를 근간으로 한 ‘햇빛·바람 연금’을 앞세웠다. 그는 후보자 TV 토론에서 원전에 대해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있고 안전 관리 비용이 엄청 많이 든다”며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원전 비율 60%까지 확대’를 공약했지만 목표 달성 시점 등 구체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우리가 AI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미·유럽의 원전 부흥 노력보다 더 적극적으로 ‘K원전 르네상스’에 나서야 할 것이다. 대선 후보들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고사 위기에 처했던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고 원전을 수출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