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가 26일 오전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BJC) 초청 토론회에서 패널들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보수 진영의 후보 단일화 데드라인으로 여겨지는 사전투표(29~30일)를 사흘 앞두고 국민의힘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를 향해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있다. 이 때문에 거친 공세가 이어졌던 지난 대선 단일화 과정과 대조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준석 후보가 단일화를 하지 않는다는 점은 충분히 존중하지만, 우리는 결코 다른 편이 아니다. 단일화의 전제 조건을 제시해달라”고 말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도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8차례 결단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이 후보가 시대와 역사를 보고 (단일화라는) 고독한 결단을 해주시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이처럼 국민의힘은 ‘이준석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 단일화 추진 전략으로 보일 정도로 읍소 위주의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일부 친한계가 단일화를 “당권 거래 시도”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이는 당내 소수에 불과하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후보를 일절 비판하지 않고 있다.
전날 이 후보가 “부정선거를 옹호하는 김문수·이재명·황교안이 단일화하라”고 날을 세워도 김 후보는 “원래 우리가 한 뿌리였기에 노력하겠다”고만 했다. 29일부터 이틀 동안 사전투표가 진행되는 만큼 단일화를 위한 시간 자체도 얼마 남지 않아 국민의힘은 더욱 간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2년 3월 3일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치고 악수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러한 단일화 추진 방식은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단일화 협상 과정과는 딴판이다.
당시 윤석열 후보는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중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 간 주고받은 메시지를 직접 공개하며 단일화에 미온적이던 안 후보를 몰아붙였다.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안 후보를 겨냥해 “부처님 손바닥 안에 있다”거나 “윤 후보가 연락했음에도 연락이 없었다는 건 제2의 생태탕 거짓말”이라고 공격했다. 마지막 TV토론이 끝난 다음 날 새벽 극적 단일화에 합의하긴 했지만 진통이 상당했던 것이다.
과거와 달라진 국민의힘의 모습을 두고 정치권에선 이준석 후보의 지지층 특성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리얼미터·에너지경제신문의 22~23일 자동응답전화(ARS) 조사에 따르면 다자구도에서 이재명 후보 46.6%, 김문수 후보 37.6%, 이준석 후보는 10.4%였다.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 지지율의 단순 합은 이재명 후보를 앞섰다. 그러나 단일화를 가정한 조사에서 이재명 후보 51.1%, 김문수 후보 43.9%로 격차는 오차범위 밖인 7.2%포인트였다. 김문수 후보로 단일화가 될 경우 김 후보 지지율이 6.3%포인트 오르지만 이재명 후보 역시 4.5%포인트 상승하며 나타나는 결과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김 후보에겐 이준석 후보 지지층을 최대한 흡수하며 단일화를 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라며 “이준석을 때릴 수록 김 후보에게도 불리하다. 단일화의 명분만 주고 이준석 후보가 결단하는 그림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안철수 단일화가 진통 끝에 이뤄지며 안철수 후보 지지층 상당수가 이재명 후보에게 갔던 점도 국민의힘이 이준석 후보 비판을 자제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한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사진 왼쪽부터)가 대전 으능정이거리 스카이로드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대구 서문시장에서,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서울 청계광장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연설을 하고 있던 모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