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직장인 회식 장소로 잘 알려진 서울시청 부근의 한 한우전문점은 최근 직원을 절반으로 줄였다. 저녁 시간 룸은 당일 예약이 어려울 정도였지만, 올해 들어선 상황이 달라졌다. 해당 업체 직원은 “대부분 서너 명 단위 테이블이고, 대규모 회식은 못 본 지 오래됐다”며 “가격이 오르다 보니 손님들도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가게에서 약 100m 정도 떨어진 또 다른 한우전문점은 석 달 전 문을 닫았다.

내수 부진의 충격이 외식 자영업을 직격하고 있다. 소비 침체와 원가 상승이 겹치면서 식당·주점 등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25일 국세청의 ‘100대 생활업종’ 사업자 현황 통계를 보면, 올해 1분기 한식 음식점 사업자 수는 41만785명(월평균)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4명 감소했다. 호프 주점, 중식 음식점, 패스트푸드점 등 다른 요식업 사업자도 일제히 줄었다.

폐업지원 신청 1년 만에 64% 급증
카페 사업자 수도 전년 동기 평균 대비 743명 감소한 9만5337명이었다. 카페는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8년 4만5203명(1분기 기준)에서 해마다 증가해 왔는데 처음으로 방향을 틀었다. 카페는 소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는 데다, ‘커피 공화국’으로 불릴 정도의 국내 커피 인기 덕에 사업자 수가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때도 늘던 업종이다. 옷 가게는 1분기 8만2685개로 1년 전보다 2982개 줄었고, 대표적인 자영업 창업 업종인 편의점도 5만3101개로 455개 줄었다.

정근영 디자이너
외식 자영업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소비 침체가 첫손에 꼽힌다. 한국신용데이터(KCD)의 ‘2025년 1분기 소상공인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소상공인 사업장당 매출 평균은 전년 동기 대비 0.72% 감소한 약 4179만원을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술집 매출이 11.1% 감소하며 가장 많이 줄었고 분식(-7.7%), 제과점·디저트(-4.9%), 패스트푸드(-4.7%), 카페(-3.2%) 등도 사정은 비슷했다. 고금리·고물가의 장기화로 소비자의 지갑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방증이다.

서비스 소비의 대리 지표로 활용되는 서비스업 생산 지표에서 1분기 음식점·주점업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3.7% 감소했다. 전체 서비스 생산은 같은 기간 0.4% 늘었는데, 요식업 분야는 뒷걸음쳤다.

소비자의 씀씀이는 줄었는데 자영업자의 지출 부담은 여전하다. 특히 외식 자영업의 경우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수수료가 짐을 더한다. 한 중국음식점 사장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배달앱 정산 결과를 보면, 결제 금액이 1만6000원인 배달 주문을 받을 경우 배달앱 중개이용료 1248원, 결제대행 수수료 450원, 판매자 몫의 배달비 3000원, 광고비 1600원, 부가가치세 630원, 할인금액 1000원 등을 제외하고 8072원만 남는다. 재료비·인건비·임대료 등 고정비용을 제하기도 전에 매출의 절반이 날아간 셈이다. ‘고정비용을 빼면 사실상 남는 게 없다’는 자영업자의 푸념이 과장은 아니라는 의미다.

정근영 디자이너
원가를 줄여보려 해도 재료비 부담이 크다.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1% 올라 2023년 12월(4.2%) 이후 1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최근 논란이 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의 ‘커피 원가 120원’ 발언에 자영업자 단체가 반발한 까닭이기도 하다.

매출은 주는데, 반대로 갚아야 할 대출 부담은 불어나고 있다. KCD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개인사업자의 대출 잔액은 약 719조원으로 1년 전(704조원)보다 15조원가량 불었다. 결국 수익성이 나빠지니 문을 닫게 된다. 올해 1분기 정부의 ‘원스톱폐업지원’ 신청 건수는 2만378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2% 증가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1~4월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 지급 규모도 6072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5443억원)보다 11.6% 증가했다. 코로나19 유행 첫해인 2020년 1~4월(2635억원)의 두 배를 웃돈다.

소상공인 평균 매출 0.7% 감소
저출생으로 전체 인구가 줄고, 고령 인구 증가로 인해 소비가 줄어드는 구조적 문제까지 감안하면 자영업의 탈출구를 찾기 쉽지 않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고령화로 인해 2020년부터 2035년까지 가계 평균 소비가 매년 0.7%씩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중장기적으로 내수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거나 성장하는 게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내수 활성화를 위해 재정을 투입해도 효과가 과거보다 떨어지고, 회복 정도도 기대에 못 미칠 거란 의미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최근 인구 변화가 소비 및 내수 침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정밀 분석에 착수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29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연다. 내수 회복을 위해 2.75%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출 거란 시각이 우세하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생각보다 더 좋지 않은 경기 상황이 지표로 속속 확인되면서 한은도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8375 다시 고개 든 코로나…모든 변이 잡는 K-범용백신 온다 랭크뉴스 2025.05.26
48374 [속보] ‘반구천의 암각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확실시 랭크뉴스 2025.05.26
48373 대선 쟁점된 ‘거북섬’ 공방 진실은?…이재명 ‘치적’ 홍보하다 역풍 랭크뉴스 2025.05.26
48372 “싹 잡아들여” 홍장원 폭로 당일, 윤석열 비화폰 정보 원격 삭제 돼 랭크뉴스 2025.05.26
48371 김문수 지지율 40.4%…이재명 46.5%·이준석 10.3% [에이스리서치] 랭크뉴스 2025.05.26
48370 박근혜, 내일 박정희 생가 참배 ‘보수표 몰이’···이준석 “국힘 이길 생각 없단 방증” 랭크뉴스 2025.05.26
48369 “찌르면 돈 주겠다”…이재명 후보 아주대 간담회 전 대학 커뮤니티에 협박글 랭크뉴스 2025.05.26
48368 경찰, 한덕수·최상목·이상민 소환…“CCTV와 진술 달라” 랭크뉴스 2025.05.26
48367 [단독] ‘가습기살균제’ 옥시 대표, 자문 로펌 김앤장에 자녀 ‘인턴 문의’ 후 실제 채용 랭크뉴스 2025.05.26
48366 환율 7개월 만에 최저치…1350원대 목전 [김혜란의 FX] 랭크뉴스 2025.05.26
48365 베네수엘라 총선 ‘마두로’ 여권 압승…야, 투표 보이콧 랭크뉴스 2025.05.26
48364 [속보] 대선 재외국민 투표율 79.5% 역대 최고‥20만5천268명 참여 랭크뉴스 2025.05.26
48363 “부정선거 의혹 제기한 적 없다” 김문수, 선거법 위반 고발당해 랭크뉴스 2025.05.26
48362 장난감 물총 들고 "돈 내놔"…2분만에 잡힌 은행 강도 집유, 왜 랭크뉴스 2025.05.26
48361 [단독] 이준석 안 만나주자, 유세장 찾아가 車 올라탄 신성범 랭크뉴스 2025.05.26
48360 尹 비화폰·CCTV 수사 급물살‥한·이에 최상목까지 소환 랭크뉴스 2025.05.26
48359 트럼프, '미국 제조업 상징' 매각 사실상 승인…US스틸이 뭐길래 랭크뉴스 2025.05.26
48358 분당에서 김문수 후보 선거운동원 폭행한 40대 구속 랭크뉴스 2025.05.26
48357 이재명 “국방장관, 민간인이 맡는 게 바람직…군인 임명이 관행” 랭크뉴스 2025.05.26
48356 ‘통곡하는 가맹점’ 매출 45% 급감…‘백종원 리스크’ 어디까지 [이런뉴스] 랭크뉴스 2025.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