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전경. 이찬규 기자

36년 전 초등학교 3학년일 때 행방불명된 남성이 최근 가족의 품으로 되돌아갔다. 25일 ‘실종 아동의 날’을 한 달쯤 앞두고서다.

이날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1989년 5월 실종된 최모(45)씨를 찾아내 지난달 친모와 고모 등 가족과의 만남을 주선했다.

1989년 5월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최씨는 “학교에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섰다가 실종됐다. 최씨는 당시 고모와 함께 살고 있었다. 최씨 모친은 1988년 9월 남편이 숨지고, 본인도 건강이 악화되면서 최씨를 양육하기 어려워지자 서울 강동구에 살고 있던 최씨 고모에게 양육을 맡겼다.

당시 최씨의 담임 교사는 “최군이 학교에 오지 않았다”고 최씨 고모에게 알렸고, 최씨 고모는 즉시 경찰에 실종 신고했다. 고모는 최씨가 ‘올케(최씨 친모)에게 되돌아갔나 보다’라고 생각했었다고 한다. 다만, 최씨의 친모가 남편과 사별한 후 시댁과 연락을 끊었던 터라 구체적인 상황은 알지 못했다.

경찰은 실종신고를 받아 조사에 나섰지만, 끝내 최씨를 찾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2022년 7월 최씨의 친모는 고모와 연락이 닿았고, 최씨가 어렸을 때 실종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들은 경찰에 다시 실종신고를 했고, 장기 실종 전담 부서인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가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관이 어린아이의 구강표피로 유전자 시료를 채취하는 모습. 사진 챗GPT 이미지 생성

경찰은 최씨가 어렸을 때 ‘무연고(無緣故)자’ 시설에 입소했을 것이라 봤다. 무연고자란 가족이나 주소, 인적 사항 등을 확인할 수 없는 사람을 의미한다. 경찰은 관련 시설 52곳을 탐문하며 입소자 309명을 면담하고, DNA를 채취했다. 퇴소자들의 데이터베이스도 확보해 대조 작업을 진행했다. 또한 홀트아동복지회 등의 입양 기록을 확인하고, 전국 노숙인 보호시설에 신규 입소한 무연고자가 있는지 등을 수시로 확인했다.

경찰은 확보한 데이터를 토대로 최씨와 이름, 연령 등이 비슷한 39명을 추려냈다. 이 중 과거 부산 소재 한 소년 보호시설이 보관하고 있던 사진을 토대로 최씨로 추정되는 남성을 찾아냈다. 보호시설에서 기록한 최씨 생년월일이 그의 가족이 알고 있는 것과 달라 조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최씨는 1995년 성본창설(부모가 누군지 모르는 등의 이유로 신분을 얻기 위해 스스로 성씨를 만든 것)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유전자 감정 등을 통해 친모와 최씨의 친자 관계를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최씨는 실종된 직후 방황하다가 수도권의 한 실종 아동 보호시설에 입소했고, 이후엔 부산으로 넘어가 성인이 된 후 자립해 생활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실종자 한 사람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폐쇄회로(CC)TV 분석과 시설 탐문, DNA 대조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장기 실종자를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밝혔다. 최씨 고모는 경찰에 “적극적인 수사로 가족이 다시 만날 수 있게 해줘 감사하다”고 전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8138 [인터뷰] 윤석헌 전 금감원장 “금감원, 한국은행처럼 독립된 민간기구로 바꿔야” 랭크뉴스 2025.05.26
48137 관세 때리자 중국으로 향하는 글로벌 뭉칫돈…왜? [잇슈 머니] 랭크뉴스 2025.05.26
48136 오늘 전국법관대표회의…‘사법신뢰·재판독립’ 입장 나올까? 랭크뉴스 2025.05.26
48135 1.5조원짜리 피자로 시작된 기부…비트 든 윤남노도 나섰다 [비크닉] 랭크뉴스 2025.05.26
48134 김문수 집착, 이준석 거부, 이재명 촉각…‘단일화 변수’에 신경전 고조 랭크뉴스 2025.05.26
48133 자국 '쌍발 엔진' 택한 日…韓 훈련기 T-50 수출 물 건너가나 [밀리터리 브리핑] 랭크뉴스 2025.05.26
48132 코로나 때도 버텼는데···편의점·카페 ‘줄폐업’, 성장률은 ‘0%대’ 바라본다 랭크뉴스 2025.05.26
48131 540만 원 넣으면 '1080만 원' 준다…돈 2배로 불려준다는 '이 통장' 대박이네 랭크뉴스 2025.05.26
48130 판세 변화 감지 첫 간담회 연 李… ‘네거티브 공세’ 반박 반전 모색 랭크뉴스 2025.05.26
48129 중반 접어든 선거전, 후보들 ‘고소·고발전’ 격해졌다 랭크뉴스 2025.05.26
48128 오늘 전국법관대표회의‥'사법 신뢰' 논의 랭크뉴스 2025.05.26
48127 대선 불과 8일 앞두고 법관회의…부담감에 과반 채택 없을 수도 랭크뉴스 2025.05.26
48126 "코스피 5000? 일단 올해 3000 간다"…증권가 "대통령 누가되도 증시 호재" [이런국장 저런주식] 랭크뉴스 2025.05.26
48125 장애인영화제 행사장서 막무가내 공연·혐오발언한 밴드···“방해 의도는 없었다”? 랭크뉴스 2025.05.26
48124 치솟는 주차비·주차난에 주차정보앱 ‘인기’… 모두의주차장·아이파킹 사용자↑ 랭크뉴스 2025.05.26
48123 교수 뒤치다꺼리에 ‘논문 통과’ 약점잡고 괴롭힘… ‘랩노예’의 현실 랭크뉴스 2025.05.26
48122 이재명 중도 표심 일부 ‘흔들’···‘보수 대결집’ 때문만은 아니다 랭크뉴스 2025.05.26
48121 “흉기 찔려도 방검복 안 입은 내 잘못?”…경찰들 불만 폭발 [잇슈#태그] 랭크뉴스 2025.05.26
48120 [여명]외면 받는 KTX 요금 동결 후유증 랭크뉴스 2025.05.26
48119 김문수, '최대 치적' 삼성 평택캠퍼스 방문…수도권 집중 공략 랭크뉴스 2025.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