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영추문 인근에서 열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창립 36주년 전국교사결의대회에 참가자들이 제주의 한 중학교에서 숨진 40대 교사 A씨를 추모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2일 새벽 제주도 모 중학교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된 A교사(40대)가 사망 전날까지 ‘민원 갈등’을 빚던 학생을 지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도교육청은 A교사에 대한 분향소를 오는 30일까지 연장 운영하기로 했다.

25일 제주동부경찰서와 제주교육청 등에 따르면 A교사는 사망 전날인 지난 21일 오전까지 B군 측에 “학교로 오라”는 내용의 카카오톡을 보냈다.

A교사는 지난 18일에는 “00아 너 누님한테 고마워해야 한다. 학교 열심히 나왔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담배 못 끊겠으면 담배 줄였으면 좋겠다. 누님이 옆에서 많이 도와주니까 누님 말만 잘 들으면 00이 잘 될 거라 생각한다. 잘 자고 내일 보자”라는 내용의 카톡도 보냈다.



“누님에게 감사해야한다…담배 줄이고” 지도
유족이 공개한 숨진 A교사의 카카오톡 메시지. [사진 A교사 유족]
경찰 등에 따르면 A교사는 지난 3월 제주도내 한 중학교의 3학년 담임을 맡았다. 그는 학생 B군이 “아프다”며 병원 진료 등을 이유로 학교를 나오지 않자 “학교는 나와야 한다”고 수차례 설득했다.

A교사는 또 B군의 무단결석을 ‘병가’로 처리하기 위해 B군에게 진료서 등 증빙서류를 가져올 것을 카톡 메시지로 보냈다. 하지만 B군은 “깜빡했다” “내일 가져 오겠다”며 미뤘고, 결국 제출하지 않았다. A교사는 B군이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을 안 뒤에는 “담배 못 끊겠으면 담배 줄였으면 좋겠다”고 설득하기도 했다.

유족 측은 “(A교사가) 지난 18일까지 줄곧 B군 누나의 민원 전화에 시달려야만 했다”고 주장했다. B군 누나는 지난 3월 초부터 전화를 걸어 “(B군에게) 폭언을 했느냐” “동생이 A교사 때문에 학교를 가기 싫어한다” 취지로 항의를 했다고 한다.



“폭언 했느냐” B군 누나, 하루 12차례 전화
지난 24일 제주도교육청에 마련된 분향소. 학생 가족의 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제주 모 중학교 교사를 추모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A교사의 휴대전화에는 B군 누나와의 통화기록도 남아 있다. 유족은 “B군 누나의 전화는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이어졌으며, 하루에 12차례 전화를 건 날도 있었다”고 했다. B군 측은 A교사를 상대로 제주도교육청, 제주시교육지원청 등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유족 측은 “카톡 내용 등 어디에도 (A교사의) 강압적인 부분이 없었다. ‘아프다’고 하면 ‘병원 갔다가 학교에 와라’ ‘내일은 꼭 나와라’ 등의 내용 뿐인데 민원인 측에서 왜 항의를 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호소했다.

A교사는 B군 측에 마지막 카톡을 보낸 지난 21일 저녁 집에서 나와 학교로 간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22일 0시 46분쯤 학교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경찰은 0시 29분쯤 A교사에 대한 가족의 실종신고를 받고, 학교 주변을 수색해 A교사를 발견했다. 지난 24일에는 동료 교사와 제자들의 추모 속에 A교사의 발인이 엄수됐다.



A교사, 24일 발인…분향소, 30일까지 연장
조문객들이 25일 충북교육청에 마련된 제주 교사 추모 분향소를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있다. 뉴시스
유족 측은 “(A교사는) 학생들을 진심으로 가르치고 지도한 것밖에 없는데 혼자 속앓이를 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최근에는 밥도 제대로 안 먹었다”고 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A교사에 대한 협박 등이 있었는지 내사에 착수한 상태다.

제주도교육청은 A교사에 대한 추모 행렬이 이어지자 당초 25일까지 운영하기로 한 분향소를 오는 30일 오후 6시까지 연장 운영하기로 했다. 제주도교육청 앞마당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교직원과 학생, 도민 등의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충북도교육청도 교육청 내에 A교사를 추모하는 분향소를 설치하고, 오는 30일까지 운영한다. 윤건영 충북도교육감은 지난 23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중학교 선생님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제주에서 또 발생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미어진다”고 밝혔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8750 대선 코앞, 경찰 “민간 소유 총기 출고 금지···총포·화약류 특별점검 실시” 랭크뉴스 2025.05.27
48749 이준석 "김재원 같은 구태 정치인 청소‥미래 위한 투표해야" 랭크뉴스 2025.05.27
48748 ‘쌀 장관’ 자처한 고이즈미 신지로… 차기 총리 시험대서 日 ‘농정개혁’ 승부수 랭크뉴스 2025.05.27
48747 '지귀연 의혹' 업소, 11년 전 무허가 유흥주점 의혹은 무혐의 랭크뉴스 2025.05.27
48746 '김문수 손 들어줬더니 윤상현?' 친한계 폭발 "선거운동 중단" 랭크뉴스 2025.05.27
48745 ‘노동자 권익 보호 VS 기업 규제 완화’···정당 이념 따라 노동 공약 갈렸다[대선 공약 검증] 랭크뉴스 2025.05.27
48744 금품 훔치려다 들키자 노인 살해…40대 남성 징역 30년 랭크뉴스 2025.05.27
48743 중국인 형제 '계획 살해' 차철남... "인생 끝났다" 생각에 한국인도 흉기 습격 랭크뉴스 2025.05.27
48742 이준석, 오후 긴급 기자회견…김문수 사퇴 요구하나 랭크뉴스 2025.05.27
48741 제주경찰, 교사 사망 사건 관련 민원 제기 가족 1차 조사 진행 랭크뉴스 2025.05.27
48740 박지원 "金, 윤상현 선대위원장 임명…이준석 단일화 물 건너가" 랭크뉴스 2025.05.27
48739 이준석 완주의지 단호…안철수·尹 막판 단일화와 다른 양상 랭크뉴스 2025.05.27
48738 국민의힘 의원단 “김문수로 이재명 총통 독재 막아달라” 대국민 호소문 랭크뉴스 2025.05.27
48737 ‘13년간 2000회 성폭력’ 징역 23년 계부…3억원 손해배상 판결 랭크뉴스 2025.05.27
48736 인간 통제 거부한 AI…“그만” 명령에 스스로 코드 조작 랭크뉴스 2025.05.27
48735 민주, 김문수 지지 이낙연에 "국민배신…내란세력과 야합"(종합) 랭크뉴스 2025.05.27
48734 이낙연 “괴물 독재 막아야…김문수에 제 한표 주기로” 랭크뉴스 2025.05.27
48733 이낙연 "제 한표 김문수에 주기로…공동정부·개헌추진 합의"(종합) 랭크뉴스 2025.05.27
48732 이낙연, 김문수 지지선언‥"독재국가 출현 막고 공동정부 운영" 랭크뉴스 2025.05.27
48731 오늘 밤 마지막 TV 토론…“축적된 민심 폭발” “대역전 시작” 랭크뉴스 2025.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