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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토스테론·에스트로겐에 맞춰 성격 구분
"SNS 발달로 자신을 드러내려는 욕망 반영"
성 관념 고착화, 남녀 이분법 낙인 강화 우려
배우 한가인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자유부인 한가인'에서 테토녀(테스토스테론이 많은 여자)를 소개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테스토스테론(남성 호르몬)이 많은 여자. 내가 '테토녀'야."

배우 한가인이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자유부인 한가인'에서 성향을 성호르몬에 빗대 표현했다. 남편인 배우 연정훈은 '에겐남'이라고 했다. 에겐남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 특성이 강한 남성을 말한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중심으로 성호르몬에 따른 성격 유형 구별법이 유행이다. 혈액형이나 성격유형지표(MBTI)처럼 개인의 성향을 성호르몬 특징에 따라 분류하는 방식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성호르몬 성격 유형별 특징을 설명하는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이 쏟아지고, 자신의 성향을 알려주는 테스트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젠 '에겐'과 '테토'로 구분한다

에겐과 테토 유형을 구분할 수 있는 테스트. '불여시 에겐녀' '마님 재질 테토녀' '릴라 릴라 테토남' 등 재밌는 이름이 돋보인다. 타입스 홈페이지 캡처


성호르몬에 따른 성격 유형은 에겐남, 에겐녀, 테토남, 테토녀 총 네 개로 구분된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을 것 같은 사람은 '테토', 에스트로겐 수치가 높을 것 같은 사람은 '에겐'으로 분류한다. 보통 리더십이 강하고 열정 넘치는 사람은 테토, 감성적이고 섬세한 사람은 에겐으로 나눈다.

SNS에서는 관련 밈들이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다. 성호르몬 성격 유형 구분법을 설명하는 콘텐츠나 테스트가 인기다. 테토와 에겐 유형을 구분하는 테스트를 제공하는 콘텐츠 제작 플랫폼 '타입스'에 따르면 22일 기준 테스트 참가자가 69만 명을 돌파했다. 28문항으로 구성된 설문 조사에 응하면 성호르몬 성격 유형이 나온다.

성호르몬 성격 유형별 연애와 결혼, 패션, 미용, 직장생활 등을 알려주는 콘텐츠도 많다. 한 뷰티 유튜버는 '에겐녀 메이크업' 영상에서 단아하고 깔끔한 화장법을 소개했다. '에겐남에게 어울리는 여성은' '테토녀가 테토남과 대화하는 법' '테토녀가 에겐남 만나는 법' 등 연애 관련 영상도 넘친다.

패션업계도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자사 인스타그램 계정에 성호르몬 성격 유형별 패션 스타일을 분류한 게시물을 올렸다. 캐주얼하고 힙한 패션은 테토로, 발랄하고 귀여운 패션은 에겐으로 표현했다.

"자신을 드러내는 문화" VS "성 관념 고착화 우려"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에겐녀, 테토남 등 단어를 이용해 옷 스타일을 묘사했다. 무신사 인스타그램 캡처


성호르몬 성격 유형 구분법의 유행은 자신의 성향을 분석하고 드러내고 싶어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SNS의 발달로 개인의 일상과 성향 등 노출 기회가 늘어나면서 MBTI처럼 자신을 표현할 수단의 하나로 여기는 놀이 문화로 볼 수 있다.

최지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트렌드 코리아' 2025 공저자)은 "과거 학교와 지역 등으로 정체성을 표현했지만, 최근에는 MBTI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특성과 소속감을 드러낸다"며 "SNS에서 내가 누군지, 어떤 취향인지 등을 드러내고 타인과 관계를 형성하는 게 일종의 놀이 문화처럼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과학적 근거도 없이 성호르몬으로 성격을 구별하는 방식이 자칫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성호르몬 분비와 상관없이 개인의 특징이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인 구도로만 인식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누구나 여성성과 남성성 모두 지니고 있는데 정확한 근거 없이 에겐남, 테토녀 등으로 확정짓는 것은 옳지 않다"며 "너무 몰입할 경우 낙인 효과가 발생할 수 있고, 자신의 다양한 발전 가능성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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