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종로구 고궁박물관 서측에서 열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창립 36주년 전국교사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최근 제주도의 한 중학교에서 교사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고인을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 이상 교사를 죽이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라!"

"교육을 살리고 교사를 살리는 정책을 만들어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24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고궁박물관 서측에서 '전교조 창립 36주년 전국교사결의대회'를 열고 이같이 외쳤다. 주최 측 추산 3,000명이 참가했으며, 참가자들은 "안전하게 교육할 권리 보장!" "교육 대개혁 실현!"이라는 문구가 적힌 흑백 손팻말을 들었다.

이날 행사는 이틀 전 제주에서 발생한 교사 사망 사건을 추모하며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묵념으로 고인을 기렸고, 일부는 가슴에 근조 배지나 검은 리본을 달았다. 앞서 지난 22일 제주의 한 중학교 창고에서 40대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담임을 맡은 반 학생의 가족이 반복적으로 항의성 민원을 제기해 정신적 고통을 겪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연단에 오른 박영환 위원장은 "오늘은 전교조 창립 36주년 결의대회이자 자신이 아끼고 사랑하던 학생들과 함께한 학교에서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제주 중학교 선생님의 발인 날"이라며 "우리의 힘으로 반드시 교사 정치기본권을 쟁취하고 학생도 교사도 죽어가는 절망의 시대를 끝내자"고 강조했다.

고인을 기억하는 목소리를 전하고자 발언에 나섰다는 김상미 제주지부 사무처장은 "제자들은 재미있는 과학 선생님으로, 함께 일했던 동료들은 다른 사람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바보같이 다 해 주던 분으로 기억했다"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요즘은 안심번호로 연락처를 공유하지 않아도 되지만 고인은 아이들과 신뢰를 위해 연락처를 기꺼이 공개했고 결국 쏟아지는 전화를 모두 감당하며 고통을 혼자 짊어졌다"고 비통함을 쏟아냈다.

전교조는 교육당국과 국회에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승혁 부위원장은 "지난해 11월 개정된 민원 처리 관련 법(초중등교육법)이 올해 6월 21일부터 시행되지만, 교육부는 여전히 구체적인 계획을 공유하지 않고 있다"며 "교육부와 교육청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라"고 외쳤다. 이어 국회에는 "더 이상 학교가 무고한 악성 민원과 아동학대 신고로 고통받지 않도록 아동복지법 및 관련 법을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본집회를 마친 전교조는 오후 3시 30분쯤 광화문 삼거리에서 출발해 안국동 사거리, 종각역을 거쳐 청계천 한빛광장까지 행진했다.

한국일보

허유정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