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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인터뷰

정당한 감시·비판이 인신공격? 법관직 엄중함 망각
정치개입·향응 의혹, 가장 나쁜 ‘독립 훼손’ 사례
26일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통렬한 반성 나와야

인구 8천만 독일에 대법관 320명, 인구 5천만 한국은?
남미에도 있는 ‘주권자 참여’ 배심·참심제 도입 당연
이재명 당선시 ‘재판 중단’, 대법원이 방치하면 직무유기
[논썰] ‘사법 독립’이 ‘치부 감추기’ 수단인가, 법관들만의 왕국 허물어진다. 한겨레TV

안녕하십니까? ‘논썰’의 박용현입니다. 조희대 대법원의 선거 개입에 이어 지귀연 판사의 향응 의혹까지 터져 나온 가운데 26일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앞두고 있습니다.

지귀연 판사는 사진이 공개된 술자리에 대해 법조계 후배들과 저녁식사를 한 뒤 일행의 권유로 인근 주점에 들러 기념사진을 찍은 것이라며 술자리가 시작되기 전 자리를 떠났다고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에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국민을 바보로 생각하는 게 아닌지 다시 한번 놀라울 따름입니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페이스북에 “죄다 거짓말”이라며 “중간 정리만 해두자. ‘지귀연, 법조인과 룸에 갔다’”고 썼습니다.

[논썰] ‘사법 독립’이 ‘치부 감추기’ 수단인가, 법관들만의 왕국 허물어진다. 한겨레TV

오늘은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모시고 이 문제의 해법, 그리고 법관의 독립성이란 과연 무엇인가, 근본적인 사법개혁 방향은 무엇인가 들어봅니다. 서 교수는 조희대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파기환송 판결을 내린 뒤 대법원이 재상고심 절차까지 무리하게 진행해 6월3일 이전에 최종 선고를 낼 것이라는 가능성을 지적해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논썰] ‘사법 독립’이 ‘치부 감추기’ 수단인가, 법관들만의 왕국 허물어진다. 한겨레TV

남의 인생 좌우하는 법관이 ‘깨끗한 손’ 아니라면…

―안녕하십니까? 지귀연 판사가 향응 의혹과 관련해 지난 19일 윤석열 내란죄 재판에서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내놓자 곧바로 민주당이 관련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기념사진만 찍었다는 납득할 수 없는 해명도 내놨습니다. 법학자의 관점에서 무엇이 왜 문제인지 하나하나 짚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법원 재판 결과를 신뢰하는 데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단지 공부 잘하는 똑똑한 사람들이 내린 판결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신뢰하는 것이 아니고요. 법원 판결은 공정해야죠. 또 법원은 사회적인 여론이나 정치적인 외풍으로부터 독립을 해야 되죠.

또 하나 중요한 것이 판사들의 청렴성이라고 봅니다. 재판은 남의 인생사에 개입을 해서 판단을 하는 것이고, 특히 형사사건 같으면 피고인의 잘잘못을 따지는 자리 아닙니까? 그런데 판사 스스로가 온갖 부정부패, 향응에 물들어 있는 사람이다, 소위 말하는 깨끗한 손이 아니다, 이런 사람이 내린 판결을 어느 국민이 과연 신뢰하고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또 지귀연 판사가 내란 사건의 재판장인데 윤석열 대통령 석방이라든가 많은 사건을 비공개로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일련의 흐름들 가운데서 과연 어떤 정치적·사회적 특정 세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을 유지한 채 재판을 하고 있는가. 이런 의문을 사기에 충분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서 터진 청렴성에 대한 의혹은 이 사건 판결과 또 나아가서는 사법부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큰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 제기에 대해 법관에 대한 인신 공격이다, 재판에 영향을 주는 행위다, 이런 식으로 되레 비판하는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많은 시민들도 아시다시피 법조계라는 사회는 여러 가지 학연, 근무연 이런 걸로 굉장히 복잡하게 얽혀 있는 세계입니다. 특히 그 세계는 특정 대학교 특정학과 출신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또 사법연수원 몇 기다, 어느 법원 어느 과에서 근무를 했다, 이런 근무연으로 아주 굉장히 복잡하게 얽혀 있고, 또 현관들이 있고 옷을 벗고 나간 전관들이 있습니다.

그것이 수사나 재판에 영향을 끼치다 보니까 판사들은 특히 행동거지에 조심을 해야 된단 말이죠. 그러지 않으면 판사의 청렴성 또는 중립성에 바로 의심을 받습니다. 그래서 판사들에 대한 어떤 언론의 감시와 비판, 또 시민들의 감시와 비판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런 위치에 있는 사명의 엄중함을 망각하고 외부에서 나오는 비판은 전부 다 인신 공격이다, 재판의 독립을 해친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굉장히 무책임한 태도입니다.”

법정에서 국민 상대 ‘언론 플레이’, 공사 구분 못해

―의혹이 제기된 이후에 지 판사가 보이는 그 태도가 더 문제라는 생각도 듭니다.

“시민들이 법정에 가서 선서하고 거짓말하면 위증죄로 처벌을 받습니다. 법원은 그것을 사법방해죄라고 해서 굉장히 엄하게 다루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지귀연 판사라든가 판사들이 속한 대법원은 더더욱 정직해야죠. 국민들한테 정직하고 또 스스로에게 제기된 의혹을 해명함에 있어서도 솔직하고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내놓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태도죠.”

[논썰] ‘사법 독립’이 ‘치부 감추기’ 수단인가, 법관들만의 왕국 허물어진다. 한겨레TV

―지귀연 판사가 자신이 재판장인 법정에서 이런 개인적 비리와 관련한 해명 발언을 한 것 자체도 문제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판사가 공적인 업무인 재판에 들어가기에 앞서서 그 기회를 이용해서 국민들한테 자기 신상 발언하는 예는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공과 사의 개념 구분이 잘 안 되는 판사라는 생각도 들고요. 만약에 해명할 게 있다면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이나 수사기관에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으면 되거든요. 국민들을 상대로 일종의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은 전혀 공직자의 자세가 안 되어 있다고 판단합니다.”

―지귀연 판사는 그동안 재판 진행에서도 내란 우두머리 피고인 윤석열을 구속 취소하고 그 과정에서 왜곡된 법 해석을 했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는데, 여기에 향응과 거짓말 의혹까지 더해졌습니다. 헌법에 규정된 ‘법관은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해야 한다’는 의무를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는 게 아닌가요?

“지 판사의 구속기간 산정은 윤석열을 풀어주기 위한 일회성 해석을 한 것인데 이것은 일종의 법 문헌의 한계를 넘어서 법을 스스로 창설하는 해석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명확히 법관에게 주어진 임무를 위배한 거죠. 또 공개 재판의 원칙을 어기고 내란 중요 임무 종사자들에 대한 비공개 재판을 계속 진행하고 있는데, 오히려 군사기밀을 더 다루는 군사 재판에서는 다 공개 재판을 하고 있다는 것 아닙니까?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재판을 진행하고 있단 말이죠. 거기다가 개인의 비리에 대한 의혹도 제기된 있는 상태고, 그래서 많은 국민들이 볼 때 정말 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이런 경우에 대법원은 어떤 조처를 해야 합니까?

“사법부의 신뢰 또 다른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는 저는 즉시 지귀연 판사는 직위 해제를 하고 이 사건 또는 다른 사건 재판 업무에서 손을 떼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독립성 스스로 팽개친 사법부, 통렬한 반성 나와야

―지귀연 판사뿐만 아니라 조희대 대법원장도 이재명 후보 파기환송 판결 이후로 엄청난 비판을 받고 있는데 아무런 해명도 없고 청문회에도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명백하게 대법관들을 수하로 거느리고 정치에 개입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국민들도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러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당연히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을 불러다 질문을 하고 의혹을 해소해야죠. 그리고 대법원장과 대법관은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아야 합니다. 국회의원들도 잘못을 해서 기소가 되면 법정에 출석해서 심판을 받지 않습니까? 대법원장과 대법관이 잘못했으면 당연히 국회에서 청문회를 열어 질문을 하고 비판을 할 수 있어야죠.

그런데 재판의 독립을 내세워 국회 청문회 자체를 보이콧하는 것은 그야말로 국민들을 모욕하고 무시하는 것이고, 우리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헌법상의 권한을 무시하는 행태입니다. 굉장히 신랄한 비판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논썰] ‘사법 독립’이 ‘치부 감추기’ 수단인가, 법관들만의 왕국 허물어진다. 한겨레TV

―법원 내부에서도 많은 비판 목소리가 나왔고 결국 26일 전국 법관대표회의가 열리기로 예정이 돼 있습니다. 그런데 공개된 안건을 보면 모호한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재판 독립은 절대적으로 보장돼야 된다’ 이런 식으로 강조를 했는데, 재판 독립은 당연히 보장돼야 하겠지만 대법원장이 선거에 개입한다든지 그 과정에서 외부 세력과 교감이 있었다든지 지귀연 판사가 개인적 약점 때문에 윤석열 관련 재판을 비정상적으로 진행한다든지 이런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이야말로 가장 나쁜 형태의 재판 독립 훼손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되레 재판 독립이라는 명목으로 이런 의혹들을 차단하려고 하는 것을 보면서 재판 독립이 과연 이런 것인가라는 의문이 듭니다.

“재판 독립은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스스로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사법부가 이제까지 크게 보면 네 차례의 사법 파동이 있었습니다. 어떤 정치적인 압력이 있고 내부가 구태의연한 관행·관습으로 부패해지고 이럴 때 젊은 소장 판사들이 나서서 사법부의 독립과 내부 개혁을 부르짖었던 굉장히 아름다운 전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마지막이 2003년 4차 사법 파동이었는데 벌써 20여 년이 지났죠. 젊은 판사들의 기개와 소신도 많이 사라진 게 아닌가 우려도 들고요. 그래서 26일 법관대표회의가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와 강한 개혁의 목소리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사법부 독립을 얘기하지만 사법부 독립을 스스로 팽개친 거는 그동안 판사들 자신이었습니다. 멀게는 1960~80년대 엄혹했던 군사독재 시절에 수많은 국민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심지어 생명을 앗아간 것도 결국 법원 판사들이었거든요. 가까운 예로는 박근혜 정부 때 사법부가 조직의 이익을 위해 정치권과 재판 거래를 한 것도 사법부였습니다. 누가 시킨 게 아닙니다. 우리가 흔히 다른 권력기관들을 가리켜 바람도 불기 전에 엎드리는 기관들이라고 비판을 하는데 진짜 바람 불기 전에 엎드린 조직이 사법부였습니다. 그런데 외부의 정당한 감시와 비판에 대해서는 또 사법부의 독립을 얘기한단 말이에요.

그래서 제발 법관대표회의에서 자성과 개혁을 요구하는 통렬한 목소리가 나와주기를 바랍니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도 국민들한테 정말 고개를 숙이고 반성하고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논썰] ‘사법 독립’이 ‘치부 감추기’ 수단인가, 법관들만의 왕국 허물어진다. 한겨레TV

대법원장의 독립 왕국, 제왕적 권한 대폭 줄여야

―사법부 독립이라는 게 결국은 그 자체로 의미있는 가치가 아니라 공정한 재판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서 필요한 것인데, 독립성만 내세우면서 실제 재판의 공정성은 오히려 간과하거나 무시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법부가 자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더욱 강력한 사법개혁이 필요할 텐데, 새 정부에서 반드시 추진돼야 할 사법개혁 내용을 우선순위로 꼽는다면 어떤 게 있겠습니까?

“지금 화두가 돼 있는 것이 대법원 개혁이죠. 특히 대법관 수를 늘리는 것입니다. 통계상 보면 1년에 상고 사건 수가 4만 건이 넘습니다. 이것을 대법원장 포함해 대법관 14명이 처리하는데, 그러다 보니 지연된 재판이 많습니다. 또 몇년 지나서 판결이 나오는데 한 두 줄로 그냥 상고를 기각한다는 식으로 판결이 나오다 보니 대법원 판결 자체가 전혀 국민들을 납득시키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그 다음으로, 헌법재판소도 그런 면이 있지만, 대법원이 특정 대학교 특정학과 동문회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이번에 조희대 대법원장이 주도했던 파기환송심 사건도 보면 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임명 제청해서 임명된 대법관들은 다 그 뒤에 줄을 섰단 말이에요. 그렇게 되면 대법원이 회의체로서의 의미와 기능이 전혀 살아나지 않는 거죠. 대법원장 혼자 사실상 재판을 끌고 가는 시스템입니다. 그래서 저는 학교, 출신 지역, 성별, 나이, 경험 등의 다양성이 필요하고, 재야에서 활동했던 변호사들도 훨씬 많이 대법관으로 들어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대법원 제도의 개혁이 1순위로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두 번째는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을 줄여야 됩니다. 판사들이 독립을 얘기하지만 대법원장의 인사권에 꽉 매여 가지고 전국 판사들이 숨을 쉬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소신 있는 판결을 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사법부의 독립을 외쳤는데 따지고 보면 결국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을 구축한 독립 왕국을 만들어 놓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인사권이라든가 법원 행정권에 대해서 갖는 대법원장의 권한을 대폭 줄이는 개혁이 필요합니다. 거기다가 지금 대법원장은 헌법재판소 구성에도 관여하고 심지어 국가인권위원회 구성에도 관여하고 또 대법원이 사실상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장악을 하고 있잖아요. 지방선거관리위원회도 판사들이 장악하고 있고 대법원장과 판사들의 권한이 너무 셉니다. 선출된 권력이 아닌 대법원장과 판사들의 특권을 대폭 줄이는 개혁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다음 세 번째로는 재판 과정에 국민주권주의가 실현될 수 있는 제도 개혁이 필요합니다. 저는 그것이 배심제라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에 보면, 더군다나 우리나라 같은 선진국 치고 재판 과정이 온전히 직업 법관, 직업 법조인들의 놀이 공간인 나라는 없거든요. 배심제든 참심제든 어떤 형태로은 다 국민들이 들어가서 재판을 하고, 심지어 남미 쪽에 가도 다 참심제·배심제가 일반화돼 있습니다. 국민들이 법정에서 판관으로서의 실질적인 역할과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배심제를 강화하고 대폭 활성화시켜야 된다고 봅니다.”

[논썰] ‘사법 독립’이 ‘치부 감추기’ 수단인가, 법관들만의 왕국 허물어진다. 한겨레TV

―적정한 대법관 증원 규모는 어느 정도라고 보시나요?

“30명 정도 늘려가지고는 수요에 턱없이 부족하다라는 생각입니다. 독일 예를 많이 드는데, 독일 같은 경우에는 일반 민사·형사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 그 다음에 행정·재정·노동·사회 이렇게 전문화된 대법원이 5개가 설치돼 있고 거기에 속한 대법관이 총 320명이 넘는다는 거 아닙니까. 일반 민사·형사를 담당하는 대법원도 민사 재판부가 13개, 형사 재판부가 6개인데, 우리나라는 1년에 4만 건을 처리하는데 재판부가 딱 3개 아닙니까.

독일 국민들이 한 8천만 명 되는데 대법관이 지금 한 320명이 넘으니까 우리 국민이 5천만 명이면 적어도 대법관이 100명은 돼야 되지 않나, 그것도 저는 부족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프랑스도 대법관 숫자가 한 200명 된다고 하고요. 대법관 수를 대폭 늘려야 신속한 재판도 가능하고, 또 전문 분야별로 대법관들을 배치해야만 더 전문화된 판결이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직업 법조인만의 ‘놀이 공간’ 된 법정, 세계적으로 드문 사례

―대법관에 법조인이 아닌 사람들도 포함시키는 그런 법안도 제시가 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대법관들이 판사 경력을 오랜 기간 가지신 분들이지만 단점은 뭐냐 하면, 대법관들이 모든 법 분야를 깊이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재판 연구관들의 자료 조사라든가 의견에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고 아주 깊이 있는 전문화된 판결이 나오기가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다. 대법관 수를 대폭 늘리되 전문 분야별로 특화를 해서 그 분야에서 깊이 있게 공부를 한 학자들이라든가 또 소송 수행의 경험이 많은 변호사들이 들어가면 얼마든지 대법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법조인만으로 딱 울타리를 쳐놓는 걸 허물어야만 전문적이고 또 국민들이 바라는 눈높이에 맞는 최고 법원의 판결이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독일처럼 분야별로 전문 대법원을 두는 이유도 더 깊이 있는 판결을 내기 위한 것이겠죠.

“예를 들어 노동 사건에 적용되는 법리와 일반 민사사건 법리는 많이 다르다고 얘기하지 않습니까. 저는 그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피상적으로 알기에도 일반 민사 사건은 사적 자치의 원칙, 계약 자유의 원칙, 이런 게 적용되지만 노동 사건은 재판부가 사회적 지위가 열악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보충하는 입장에서 재판이 이루어져야 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노동 사건을 보면 대법원 판사들이 일반 민사 관계를 가지고 판단을 하니까 우리 사회를 이루는 대다수 구성원인 노동자들이 만족할 만한 판결이 안 나오는 거죠. 그런 점에서 노동법원도 만들고 또 최고 법원도 노동 사건을 전담하는 대법관들이 정말 노동 사건에 적합한 법리를 가지고 판결을 만들어 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 주권을 법정에서도 실현하고 사법부가 국민 위에 군림하지 못하도록 민주적 통제 아래 두기 위해 배심제 외에 생각 할 수 있는 방안들이 또 있을까요?

“대법관 제청권을 대법원장이 갖고 있는 것도 문제가 많습니다. 독일은 연방헌법재판소 재판관은 상원·하원 의회가 각각 나눠서 선출하고, 320명 되는 대법관들은 의원들과 관련 부처 장관들이 법관선출위원회를 구성해 추천합니다. 이렇게 대법관 선발 과정에도 국회가 훨씬 더 깊이 관여해야 된다고 봅니다. 그렇게 해야만 법관들이 일반 국민들과 유리된 자기들만의 왕국을 구축하는 것을 허물 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간다면 적어도 각 지방법원장, 또 앞으로 검찰이 없어지고 공소청이 생기면 지방공소청장 등 각 지역을 담당하는 최고위직 사법 관료들은 국민들이 직접 선거로 선출할 수 있도록 일종의 미국식 시스템을 들여올 필요도 있습니다. 국민들이 주인임을 확인하는 이런 제도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검찰개혁은 즉시, 사법개혁도 1년 넘겨선 안돼

―검찰개혁에 이어 사법개혁까지 차기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개혁들을 성공적으로 이뤄내기 위해서 유념해야 할 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민주당 측에서 대통령 직속 사법개혁위원회를 설치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그런데 검찰개혁은 정부가 바뀌자마자는 즉시 해야 합니다. 검찰개혁은 시간을 끌면 안 됩니다. 위원회를 만들어서 6개월이고 1년이고 관련 당사자들이 다 참여한 가운데 논의를 하기 시작하면 절대 결론도 안 나고 실패할 가능성이 급니다. 검찰개혁은 그동안 논의가 참 많이 됐고 국회 법안도 나와 있습니다. 큰 줄기로 보면 검찰청 해체, 그 다음 기소권을 행사하는 공소청 설치, 그 다음 특수 분야의 수사를 담당하는 특별수사청 설치, 그 다음에 공수처·국수본 역량 강화. 이렇게 대략 얼개는 짜여 있거든요. 그래서 정권이 바뀌면 이 부분은 즉시 해치워야 된다고 봅니다.

사법개혁은 대법원과 재판 제도 전반을 개혁하는 위원회를 설치하되 이것도 1년을 넘어가면 안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중요한 아젠다에 대해 결론을 내리고 즉시 국회에서 법안을 만들고 통과시키고 시행을 해야만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논썰] ‘사법 독립’이 ‘치부 감추기’ 수단인가, 법관들만의 왕국 허물어진다. 한겨레TV

―만약 이재명 후보가 당선될 경우 지금 법원에 지금 계류 중인 재판들을 계속 진행할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학자들의 다수 의견은 우리 헌법상 대통령은 형사소추를 당하지 않는다, 그 소추의 개념에는 기소뿐만이 아니고 재판 진행도 포함된다는 것입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국회에서 개별 재판부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답했습니다. 그건 정말 직무유기성 답변입니다. 헌법에 그런 특별한 규정을 둔 것은 대통령의 원활한 국정 수행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인데 그렇다면 만약에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대법원이 ‘기존에 진행되던 재판은 재임 기간 동안 중지한다’라고 딱 방침을 정해 내려보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일을 하라고 대법원장이 있고 대법관이 있는 겁니다. 대법원장 혼자 결정하기가 어려우면 대법관들하고 회의를 하면 되거든요. 그런데 그것을 개별 재판부의 결정에 맡긴다라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는, 굉장히 비겁한 답변이고 직무유기라고 생각합니다.

조속히 대법원이 이 문제에 대해 재판을 중지한다라는 방침을 세우기를 바라고, 또 가장 확실한 방법은 형사소송법을 개정해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진행되는 재판은 재직 기간 중 정지한다는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것은 이재명 후보 개인에 관련된 문제가 아니고 5천만 대한민국을 이끌고 나가는 대통령직의 원활한 수행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공익적 차원에서 반드시 법을 통과시켜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끝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주시죠.

“저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의 행태에 대해서 너무 실망을 많이 했습니다. 많은 국민들도 저랑 비슷한 생각을 하실 텐데, 이렇게 중대한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대선을 앞두고 저렇게 노골적으로 정치에 개입한 것은 사법부에 치욕의 역사로 남을 것입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조속히 사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입니다. 또 사법부가 저는 살아남으려면 대법원도, 판사들도 저항할 게 아니라 국민들 눈높이에 맞춰 개혁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법부 스스로 개혁의 의지를 보였으면 좋겠고 또 새로운 정부나 국민들도 관심을 놓지 않고 이번 기회에 철저하게 사법부도 개혁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씀드립니다.”

기획·출연 박용현 논설위원 [email protected]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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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186 트럼프 "해외 생산 아이폰에 25% 관세… 삼성도 마찬가지" 랭크뉴스 2025.05.24
52185 다음주 코스피200·코스닥150 종목 변경… 편출 종목은 공매도 쏠릴 수도 랭크뉴스 2025.05.24
52184 대장내시경 검사 전 부작용 위험 측정할 지표 나왔다 랭크뉴스 2025.05.24
52183 한동훈 “친윤 구태 청산이 이재명 이기는 길”…국힘 계파갈등 격화 랭크뉴스 2025.05.24
52182 스타벅스 갑자기 왜?...대선 끝날때까지 ‘금지’ 랭크뉴스 2025.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