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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사기 범죄자를 신상공개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실제로 추진된다면 사기 피해가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도 있으나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피고인의 신상공개는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경제범죄수사과는 지난 15~19일 ‘사기 범죄자의 신상공개 제도 도입’ 관련 연구용역 입찰을 받았다. 경찰은 제안서를 통해 “사기 범죄에 대한 피의자·범죄자 신상공개 제도는 없어 범죄 예방 및 경각심 제고라는 정책 목표 실현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심사를 거쳐 최종 선정되는 연구기관은 사기 범죄자 신상공개에 따른 효과와 필요성, 해외 사례 등을 연구할 예정이다. 경찰은 다중피해사기방지법(가칭) 추진과 관련해서 해당 연구 내용을 근거로 활용할 계획이다.

신상공개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 및 범죄 예방 등을 목적으로 이뤄진다. 살인, 성폭력, 마약 등 일부 범죄에 한해 허용되고 있지만, 사기죄는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한 예로 2010년대 400억원대 피해를 야기한 이른바 ‘김미영 팀장’ 보이스피싱 조직의 총책 박모(52)씨는 2021년 수사기관에 검거됐으나 신상이 공개되지는 않았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경찰이 연구용역에 나선 건 사기 범죄 피해가 매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사기 범죄는 2017년 23만1000여건에서 2023년 32만4000여건으로 6년 새 40% 늘어났다. 이에 반해 사기 범죄 검거율은 2017년 79.4%에서 2023년 57%로 크게 떨어졌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등을 저지르는 범죄 집단이 역할별로 점조직화된 점, 해외에 거점을 두고 범행을 저지르는 점 등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사기 범죄의 경우 일반 국민의 피해가 크며 범죄자의 이름 및 얼굴 등이 알려지면 추가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 때문에 지난해 2월 관련 법 규정을 신설해 달라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등록되기도 했다. 그러나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해 자동 폐기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23년엔 전세 사기 의혹을 받은 임대인과 피의자의 이름과 주소 등이 공개하는 사적 제재 성격의 홈페이지가 개설되기도 했다.
2012년 필리핀에 콜센터를 개설해 '김미영 팀장'을 사칭하며 수백억 원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1세대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박모 씨가 경찰에 체포된 모습. 사진 경찰청



불특정 다수 피해 사기로 한정해 추진
경찰도 이런 여론을 감안해 지난 21대 국회에서 사기 범죄자의 신상 공개 및 위장수사 허용 등의 내용을 담은 ‘사기방지기본법’ 제정에 나섰지만 ‘과도한 인권 침해가 될 수 있다’는 반론에 부딪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다중피해사기방지법 적용 대상을 보이스피싱 및 리딩방 사기 등 불특정 다수에 피해를 입힌 사기 범죄로 한정해서 다시 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나쁜집주인' 웹페이지. 전세사기 범죄가 기승을 부리자 2023년 초 전세사기를 저질렀거나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임대인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이트로 개설됐다. 2022년 화제였던 전세사기 사건의 '빌라사기꾼' 김모씨 등의 신상이 공개돼있다. 사진 나쁜집주인 웹페이지 캡처

일각에선 사기 범죄자의 신상 공개가 이뤄질 경우 범죄 예방의 효과가 클 것이라고 기대한다. 전세 사기 피해 사건을 맡은 김태근 법무법인 융평 변호사는 “피해자들은 ‘그 사람이 사기 범죄자임을 알았다면 속지 않았을 텐데’라는 점을 가장 아쉬워한다”며 “사기 범행은 사실상 흉기 없는 살인이 될 수 있는 만큼 특정 기준이 충족된다면 공익 목적에서 신상공개가 이뤄지게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이 지나치게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신상공개가 이뤄지는 살인 등 범죄와는 다르게 사기는 혐의 입증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인권 침해 소지도 있는 만큼 신상공개 범위 확대에 대해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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