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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뒤 취업 허용되는 학생비자도 ‘위태’
한국인 학부 유학생들도 불안감 호소
지난달 15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하버드대 캠퍼스 내 하버드 야드를 걷고 있는 사람들. 케임브리지/AFP 연합뉴스

22일(현지시각)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대의 유학생 수용 자격을 전격 박탈하면서 하버드대에 재학 중이거나 입학을 앞둔 외국인 학생들이 큰 충격에 빠졌다. 일주일 뒤 졸업식이 예정된 졸업 예정자들은 정상적으로 학위를 받을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어 불안해하고 있다.

캐나다 출신의 하버드 학부 졸업 예정 학생은 엔피알(NPR)과 인터뷰에서 “정확히 일주일 뒤 졸업을 앞두고 있다. 솔직히 매우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미국 정부의 보복이 두려워 익명을 요구했다. 이어 “이번 사안은 단순히 교육을 위협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국제학생들은 이제 하버드에서 외부인처럼 느껴지게 됐다. 실상은 그 반대다. 우리는 다양한 문화적 시각과 연구 기여를 통해 대학을 더 강하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출신의 3학년 재학생도 자신의 학업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취업 기회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신분을 밝히길 거부한 그는 “여름 동안 미국 내 인턴십과 직장 계획이 잡혀 있는 학생들이 많다. 나 역시 그렇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이 모든 계획에 어떤 영향을 줄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학교의 향후 대응을 기다리며 선택을 고민하고 있다”며 “지금부터 9월까지 가능한 결과는 정말 다양하다. 여름 동안 모두 떠나야 할 수도 있고, 하버드대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이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유학생 칼 N. 몰든은 하버드대학신문 ‘더 하버드 크림슨’에 이번 조치로 학생들 사이에 광범위한 불안이 야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방 정부는 우리에게 전학 가라고 요구하고 있다. 새로운 대학을 찾아 옮기는 건 스트레스 가득한 절차다. 친구도 모두 잃게 된다”며 “모든 것이 무너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하버드대가 트럼프 행정부의 조처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능력을 믿는다”고 말했다.

역사학과 키어스턴 웰드 교수는 보스턴에 기반을 둔 공영 라디오 방송국 더블유비유알(WBUR)에 “내일 귀국 비행기 티켓을 예매한 외국인 학생들이 저에게 연락해 비행기에 타도 되는지 물으며 공황 상태에 빠져 있다”며 “이들의 상황이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로부터 어떤 공식적인 안내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하버드대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게 더 충격일 것”이라며 강력한 법적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버드대 국제처 홈페이지. “새로운 정보가 수시로 추가되므로 자주 확인해 주시기 바란다”는 안내 문구가 게시돼있다. 누리집 캡처

40명 안팎으로 알려진 한국인 학부 유학생들도 불안감을 호소했다. 하버드 한인학생회 황정호 회장(컴퓨터사이언스·4학년)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소식을 접한 유학생들 모두 굉장히 당황스러워하고 있다”라며 “(자료 제출 마감시한인 4월 30일 이후 별다른 소식이 들리지 않자) 괜찮아진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늘 갑자기 뉴스로 소식을 접해 너무 당황스럽고 걱정들을 많이 한다”라고 말했다. 황씨는 “특히 이미 취업했거나 취업을 앞둔 졸업생들은 일할 수 있는지, 체류 신분이 어떻게 유지될지 몰라 막막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 유학생 가운데 많은 수는 대학 졸업 후 전문직 비자(H-1B)를 취득할 때까지 일정 기간 학생비자 신분으로 취업할 수 있는데, 이번 조처로 학생비자가 취소될 경우 미국 내 구직 및 취업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황씨는 “당장 6월 출근을 앞둔 친구들도 있는데 자신이 일할 수 있는지조차 알지 못해 두려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다음 주 졸업식을 앞둔 학생들은 졸업 요건을 충족했다면 학위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시카고대 로스쿨에서 ​​이민법을 가르치는 니콜 할렛 교수는 크림슨에 “학생들이 졸업 요건을 모두 충족했다면 졸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재학생들은 선택지가 많지 않다. 하버드 법대 출신 이민 변호사 부반야 비자이는 크림슨에 “인증 철회가 학생비자를 즉시 무효로 하는 것은 아니다. 당국은 학생들에게 대응을 위한 유예기간을 부여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15일, 60일, 2일 등 어떠한 기간도 명시되지 않다. 이런 경우라면 서둘러야 한다. 가능하면 15일 이내에 전학을 시도하라고 조언하겠다”고 말했다.

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SEVP) 인증을 받은 다른 대학으로 전학하면 유효한 I-20를 유지할 수 있어 비자 취소를 피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대학의 전학 마감일은 3월이기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 졸업 뒤 학생 비자 신분으로 최대 3년간 미국에서 취업할 수 있는 선택적 실습(OPT)에 등록한 학생들도 하버드대가 인증을 상실했으므로 고용허가가 취소된다.

앞서 미국 국토안보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하버드의 학생 및 교환방문자 프로그램(SEVP) 인증이 즉시 철회된다”며 “하버드는 더는 외국인 학생을 등록할 수 없다. 기존 유학생은 전학하거나 체류 자격을 잃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인증이 취소되면 하버드는 유학생에게 F-1 및 J-1 비자 발급을 위한 I-20(F-1용), DS-2019(J-1용) 등 서류를 발급할 수 없게 된다. 이미 비자를 보유한 기존 하버드 유학생은 스폰서 기관을 잃게 돼 비자의 효력이 사라진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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