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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미·중 경쟁의 격화, 계속되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핵 고도화, 북러 밀착까지…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문제는 이제 쉽게 풀어낼 수 없는 '고차 방정식'이 됐습니다.

대선 후보들은 모두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실리적인 외교를 하겠다고 하지만, 정작 어떻게 정책을 풀어나갈지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 북한 비핵화, 다음 정부는 할 수 있을까?

최근 개봉한 영화 '미션 임파서블 8 : 파이널 레코닝'은 인공지능(AI)이 전 세계 핵 통제 시설을 해킹해 핵무기를 탈취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영화에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핵보유국은 모두 9개. 공인된 핵보유국인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를 비롯해 비공식 핵보유국인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그리고 북한도 나옵니다. 전 세계 관람객들은 자연스럽게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식할 겁니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지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 능력을 인정하는 분위기는 점차 확산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북한이 핵 능력(nuclear power)을 보유했다는 점은 공공연히 말하고 있습니다. 북핵 능력이 고도화될수록 비핵화는 더 요원해집니다.

특히 한국과 미국 등이 요구해 온 '완전한 비핵화'는 이제 힘들어진 것 아니냐는 비관론까지 나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그래도 목표는 '완전한 비핵화'라고 강조했습니다. 그 방식은 '단계적'이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비핵화를 하겠다는 것인지 로드맵은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이재명 후보가 2022년 20대 대선에 출마했을 당시엔 종전선언, 비핵화 협상 주도 등의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며 북한 비핵화에 의욕을 보였지만, 이번 대선에선 관련 공약의 비중이 줄어들었다는 점은 눈여겨 볼 만합니다. KBS 공약 검증자문단인 정영우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재명 후보의 대북 정책이 상당히 절제되어 있고 피상적"이라며 "선거 구도가 우세하게 전개되는 상황에서 중도 확장성에 제약을 줄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주요 공약에는 '북한 비핵화'가 없습니다.

2022년 당시 윤석열 후보는 '북한 비핵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김문수 후보 공약에선 사라진 겁니다. 정영우 교수는 "북한이 실질적인 핵무기 보유 국가로 자리 잡고 있는 현실에서, 외교적인 노력으로 북한을 비핵화시키는 건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조건 없는 남북 정상회담을,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을 내세우지만, '방법론'에 대한 설명은 두 후보 모두 부족합니다.


■ "미, 주한미군 4,500명 괌 등으로 이전 검토"…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대응은?

1953년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르면, 주한미군의 주요 임무는 한국이 북한의 침공을 받았을 때 방어하는 것, 즉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주한미군을 한반도 뿐 아니라 남중국해에서 영유권을 주장하며 타이완을 위협해온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에도 활용하고자 합니다. 지난 15일 제이비어 T.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한국을 두고, 중국 앞에 놓인 전초기지, '항공모함'이라고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3월 워싱턴포스트가 미국 국방부의 내부 지침을 공개했는데, " 중국이 유일한 핵심 위협이며, 타이완 점령을 저지하고 본토를 방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쓰여 있습니다. 중국 견제를 위한 목적으로 주한미군을 재편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지시각 22일 주한미군 2만 8천 명 중 4천5백 명을 미국 괌 등 인도·태평양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방안을 미국 국방부가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앞으로 주한미군은 '북핵' 위협에만 대응하고, 한국이 나머지 북한의 모든 위협을 책임지는 방향으로 한미동맹 재편이 진행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미국이 '전시작전권 조기 전환'을 추진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이번 대선 공약에 '전시작전권 전환'을 포함했습니다. 과거 노무현,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계승한 것입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정책 수요가 맞닿을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전작권 전환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추진했을 때 전력 공백은 어떻게 막을 것인지, 심도 있는 논의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또 주한미군이 중국과 타이완 분쟁에 발을 들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밝혔습니다.

기본적으로 이재명 후보의 외교·안보 공약은 '국익'에 초점이 맞춰있습니다.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하겠다는 겁니다. 한미동맹이 가장 중요하고, 한미일 협력도 중요하지만, 중국, 러시아 역시 중요하다고 역설합니다. 하지만 '국익'은 모호한 개념입니다. 한반도 안보를 둘러싸고 전례 없는 변화의 물결이 들이칠 때마다 '국익'이 무엇인지 그때그때 방어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칠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방위비 분담금을 터무니없이 올리자고 압박할 때, 얼마나 올려주는 것이 국익에 부합할까요. 미국이 '미국이냐 중국이냐' 양자택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강요했을 때는 어떨까요.

우리가 가진 옵션들은 무엇인지, 에 대해선 이 후보 캠프 외교안보팀이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섬세한 외교 전략의 수립이 필요합니다. 또 아무리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더라도 '한반도 안전보장 대전략'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는 계속되어야 합니다.

한편, 김문수 후보는 주한미군의 타이완 방어 가능성 등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진 않았습니다. 김 후보는 다만 "중국 공산당은 6·25 때도 우리나라에 쳐들어온 적국"이라고 하거나 중국도 중요하고, 러시아도 중요하고, 미국도 중요하고 하는 건 안 된다(5월 18일 대선 후보 토론)고 말해 공약의 방점이 한미동맹에 찍혀있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김 후보가 한미동맹을 통해 얻고 싶어 하는 것은 대북 억지력입니다. 특히 미국 전략 자산의 한반도 상시 전개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김 후보는 이를 위해서라면 한미 방위비 분담금을 올려줄 수도 있다고까지 하고 있습니다.(5월 19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 간담회).

더 나아가 전술핵 재배치도 이야기하는데, 구체적으로 북한을 겨냥한 전술핵을 괌에 배치해야 한다는 구상도 내놨습니다.

핵 잠재력 확보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습니다. 일본에 허용된 수준으로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겁니다.

이를 위해선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해야 하는데, 미국은 매우 부정적입니다. 전술핵 재배치 역시 미국이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한미 핵협의그룹(NCG) 등을 통한 확장억제가 잘 작동하고 있다는 게 미국의 판단입니다.

미국 주도의 비확산 체제 등을 고려하면 현재로선 핵 잠재력 확보는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공약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김 후보는 미국을 어떻게 설득하겠다는 건지, 핵 확보를 위한 '방법론'에 대해선 마땅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영우 인천대학교 교수는 "민주당이 북핵 고도화에 대한 명확한 솔루션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김문수 후보의 핵 잠재력 강화 공약은 하나의 해결책처럼 들릴 수 있지만, 이는 (실현 가능한) 공약이라기보다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공유된 제안이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 쪼그라드는 외교·안보 공약…'몸 사리기' 그만하고 현실 직시해야

이번 대선은 12.3 계엄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돌발 상황으로 열렸기 때문에 여론의 관심도 외교 안보 이슈보다는 사법개혁이나 개헌, 경제 이슈에 집중되는 양상입니다.

그동안 한국의 과거 대선에선 외교·안보 공약이 늘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이번엔 그렇지 않습니다. 과거 자기 진영 정부에서 내세웠던 공약과 차별화된 새 공약도 찾기 어렵다는 평입니다.

현재 국제정치의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려는 측면과 공약 준비에 시간이 부족했단 측면이 모두 존재합니다.

여기에 문재인-윤석열 정부를 거치며 형성된 '이념적, 정서적 양극화'도 외교 안보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단 분석입니다. 중국 혐오와 같은 정서적 양극화가 후보들의 운신 폭을 좁혔다는 겁니다. 정영우 교수는 "양극화 상황에서는 '친미', 아니면 '친중' 밖에 취할 수 없기 때문에 실용적인 정책 대안을 논의하기 어려운 지형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6월 3일 들어설 새 정부는 인수위 과정도 없이 바로 '한반도를 둘러싼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현실에 부딪히게 될 겁니다.

전문가들은 지금부터라도 눈앞에 닥친 외교·안보 현안들에 대해선 진보 ·보수를 막론한 대화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특히 한반도 평화를 위한 중장기적인 전략 마련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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