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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안 논설위원
6·3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이 지난해 4월 총선 직전과 데자뷔 양상이다. 국민의힘이 열세로 나타난 총선을 앞두고 두 사람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윤 전 대통령은 해병대 채 상병 수사 외압 논란으로, 김 여사는 명품백 수수 영상으로 궁지에 몰렸다. 당시 김 여사의 직접 해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으나 끝내 김 여사는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았다. 결국 국민의힘은 총선에서 참패했다.

명태균·건진법사·ODA 논란에
세 개로 늘어난 명품 가방 의혹
지난 대선 전처럼 사과·설명해야

지금도 국민의힘이 열세인 상황에서 김 여사 관련 의혹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통일교 전직 간부가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샤넬 백 두 개를 건넸다는 내용이 더해졌다. 김 여사는 받은 적이 없다고 하는데 시점이 묘하다. 두 가방을 전달했다는 시기는 2022년 4월과 7월로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이 취임한 5월의 직전과 직후다. 두 명품백의 행방은 아직 오리무중이나, 그 직후인 9월에 최재영 목사가 건넨 디올 파우치를 김 여사가 자연스럽게 받는 장면은 모두가 영상으로 봤다. 그러니 두 달 전 건네진 명품 가방은 돌려줬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디올 파우치 수수 사건으로 김 여사는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무혐의 처분했고 ‘검찰총장 보고 패싱’ 논란을 일으킨 수사 책임자인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20일 사의를 표명했다. 김 여사를 대신해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그제 고개를 숙였다.

사과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김 여사만큼 절감한 사람도 드물 테다. 김 여사는 지난번 대선 직전인 2021년 12월 허위 이력 논란에 대해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유산의 아픔을 겪었던 사실을 공개했고,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는 약속도 내놨다. 대선에서 윤 전 대통령이 0.73%포인트 차로 승리한 데에는 김 여사의 사과도 영향을 줬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조용한 내조 모드로 비치던 김 여사가 공개적으로 태세 전환 신호를 보낸 건 2022년 말께다. 김연주 시사평론가 등이 출연한 KTV 2023년 1월 10일 방송에선 김 여사가 국민의힘 여성의원들과 단독 오찬을 한 소식과 한센병 환자들이 있는 소록도 방문 계획을 보도했다. 그해 11월 7일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국립소록도병원을 방문해 환자의 발을 만지는 사진을 공개했다.

『방송통신연구』 2020년 겨울호엔 ‘〈대한뉴스〉와 KTV의 70년 분석을 통해 본 역대 대통령과 영부인의 인상관리와 리더십’(경희대 박종민 교수 등)이라는 논문이 실렸다. 논문은 역대 영부인의 특징을 ‘대국민 관계 지향적’(프란체스카), ‘전략적 감성적 이미지 리더십’(육영수), ‘책략적 애국심’(이순자), ‘전략적 애민심’(권양숙) 등으로 분류했다.

김 여사의 공개 행보는 육 여사의 기억을 소환했다. 그러나 소록도 방문 20일 뒤 명품 가방 수수 영상이 나오면서 육 여사 벤치마킹은 불가능해졌다. 명품백 수수 못지않게 국민의 분노를 자아낸 건 대북 사업 등 국정에 깊이 관여하겠다는 언사였다. 대선 직전 사과의 진정성을 허물었다.

뒤이어 명태균씨와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불거지고 통일교 전직 간부가 명품백 등을 제공한 의혹이 터졌다. 공적개발원조(ODA)와의 관련성 여부도 주목된다. 내조만 하겠다던 김 여사가 어디까지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모를 정도다. 인사 개입설도 파다하다. 풀어야 할 미스터리도 있다. 김 여사는 비상계엄 선포 전날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에게 두 차례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조 원장은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으나 수시로 문자를 주고받는 사이가 아니라면 기억을 되살려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와서 보면 김 여사는 공개되지 않은 비밀이 많아서 국민 앞에 나서기가 두려웠을지도 모르겠다. 지난주 검찰 소환 요구를 거절했으나 결국 포토라인에 서지 않을까. 그 짧은 순간에 진심을 전달하긴 어렵다. 지난 대선 직전처럼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 설명해야 진의가 제대로 전해질 것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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