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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그들은 누구이며, 왜 분화하는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떠나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저로 이동하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광화문 전광훈파, 극우 중의 극우

여의도 손현보파, 청년단체도 연합

탄핵 놓고 전 측 ‘불복’ 손 측 ‘승복’


표면적으로 “윤 지지” 외치지만

전광훈파 자유통일당 국회 입성

손현보파 국힘 내 영향 확대 속셈

‘부정선거’ 주장, 건전 보수와 거리


이른바 ‘아스팔트 보수’ 세력이 사분오열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규모가 커지고 단결했지만,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자 그 안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내전’에 들어갔다.

아스팔트 보수는 진보 진영의 시민단체에 대응해 등장했다. 그러나 가짜뉴스와 혐오 정서, 그리고 폭력의 상징이 되면서 오히려 보수를 망치고 있다. 여기에 내분까지 겹치면서 세력 자체가 쪼그라들고 있다.

경향신문은 12·3 불법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탄핵 반대 집회의 양상과 아스팔트 보수를 두고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계열 유튜브 채널 5곳,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 계열 유튜브 채널 5곳 등을 종합 분석했다. 이들의 실태와 문제점을 2회에 걸쳐 짚어본다.

아스팔트 보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을 기점으로 규모가 커지면서 분화했다. 이는 집회 장소에서 드러난다. ‘전광훈파’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앞에서 집회를 연다. 탄핵 정국에서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부산, 대구 등에서 집회를 열었던 ‘손현보파’는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잠시 중단했다가 최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다시 집회를 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뒤 자택으로 이동하면서 서울 서초구 서초역 근처에서 집회를 열고 있는 ‘안정권파’가 생겼다.



12·3 불법계엄 이전에는 전광훈파 중심으로 경찰 비공식 추산 8000명 정도의 아스팔트 보수가 광화문 집회에 모였다. 계엄 후에는 광화문에만 4만명 정도가 모였다. 지난 1월 말부터는 손현보파가 서울 여의도에서 본격적으로 집회를 열기 시작했다. 3·1절에는 광화문에 6만5000명, 여의도에 5만5000명이 모였다. 손현보파는 대구(5만2000명), 경북 구미(1만명), 울산(5000명) 등을 돌며 전국 곳곳에서 집회를 열었다.

각 분파의 ‘엔진’은 유튜버들이다. 전광훈파의 핵심에는 구독자 162만명을 보유한 채널 ‘신의한수’를 운영하는 신혜식씨가 있다. 이외에도 홍철기TV(구독자 52만8000명), 정의구현 박완석(52만5000명), 이병준TV(22만2000명) 등이 보조 역할을 한다. 손현보파의 핵심에는 그라운드C(84만4000명),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운영하는 전한길뉴스(27만1000명), 목격자K(27만7000명) 등이 있다. 이들은 각 분파가 집회를 여는 곳에 참여해 메시지를 확산하는 역할을 한다. 대체로 부정선거론·혐중 정서를 주요 메시지로 삼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아스팔트 보수를 공식적으로 지원했다. 2022년 5월10일 윤 전 대통령 취임식에 ‘극우 유튜버’가 다수 참여했다. 민영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장은 ‘친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다 발탁됐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전광훈 목사 주도로 광화문역 인근에서 열리던 집회에 자주 참여하다 윤 정부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장,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아스팔트 보수는 연령대도 다양화했다. 대학생 중심의 ‘자유대학’이 대표적이다. 윤 전 대통령은 파면 후인 지난달 11일 관저에서 나와 사저로 이동할 때 자유대학 소속 학생들을 안으며 격려했다.

아스팔트 보수는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분열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인정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두고 의견이 갈렸다. 전광훈파는 탄핵 불복을 외쳤지만, 손 목사와 그 계열로 분류되는 전한길씨는 헌재 결정을 수용하고 집회를 멈췄다.

이후 전광훈파는 ‘윤석열을 지키기 위해 광화문으로 모이지 않으면 좌파’라고 압박했다. 신혜식씨는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난달 4일 한남동 집회에서 “세이브코리아니 국민변호인단이니 조기 대선 운운하면서 난리친 결과가 파면”이라며 “광화문에서 모여서 한방에 보여주자고 했는데, 사리사욕을 채우다가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진 것”이라고 했다. 신씨는 지난 6일에도 “광화문을 욕하고 전광훈을 비난하면 정치창녀”라고 말했다.

청년단체 지원을 두고도 대응이 갈렸다. 자유대학이 별도 장소에서 집회를 열기 시작하자 손현보파는 적극 지원했지만 전광훈파는 “돈벌이하려는 게 보이는 것 같아서 앞으로 광화문에 청년 연사를 세우지 않을 계획”이라며 반대했다. 자유대학이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하자 지난달 22일 신씨는 “신당 창당이 애들 놀이동산이냐”며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도 없고, 오히려 박수를 치면서 웬 신당이냐”고 했다. 신씨는 지난달 26일 “‘우파 내 간첩’ 같다”고 자유대학을 공격했다.

안정권씨는 24일 손 목사 주도로 열리는 집회를 여의도가 아닌 서초동에서 열어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안씨는 지난 21일 SNS에 “손 목사님 모든 걸 내리고 제안드린다. 집회를 합치고 저희가 뒤로 빠질 테니 ‘윤 어게인’만 추가해달라”며 “집회 비용도 내가 감당하겠다”고 올렸다. 손 목사 측은 거절했다.

이들은 공통 구호로 ‘윤 어게인’을 외치지만, 목적은 각자의 세력 확장이다.

전광훈파는 자유통일당의 국회 입성을 노리고 있다. 전 목사는 지난 11일 광화문역 앞에서 전국주일연합예배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이 광화문 집회에 한 번만 나와달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전광훈파로 분류되는 유튜버 이병준씨는 윤 전 대통령 탈당이 거론되던 지난 14일 “국민의힘이 윤석열을 겁박하고 있다”며 “이참에 전 목사의 자유통일당에 입당해 정치적 메시지를 내라”고 말했다. 신씨는 지난 6일 “윤 대통령이 살아나려면 자유통일당 후보가 15% 이상 득표해야 한다”며 “정통 보수는 자유통일당으로 모두 뭉쳐서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기자에게 “전 목사는 자유통일당에서 의원을 내는 게 목표”라며 “3% 달성을 위해 윤석열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현보파가 외치는 ‘윤 어게인’은 국민의힘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성원 그라운드C 채널 대표는 지난달 4일 “윤 대통령이 자유시민 진영에 남아서 투쟁의 리더가 돼달라”고 요청했다. 김씨는 지난 16일에는 “선거에 이기려면 부정선거를 막고, 중국인 투표권 등 중국 이슈로 몰고 가는 게 필승 카드”라며 “(보수 세력은) 대한민국이 사실상 중국의 속국이 됐다고 선포하고 싸워야 한다”고 했다.

아스팔트 보수는 전체 보수진영을 해치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전광훈파 홍철기씨(홍철기TV)는 지난달 14일 “국민의힘의 목숨을 끊지 않고 연명할 수 있게 만든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며 “대안은 자유통일당뿐”이라고 주장했다. 신씨도 지난달 13일 “국민의힘은 헌재의 파면 결정을 인정하고, 윤석열 계엄령이 잘못됐다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며 “범보수 세력을 노비화시켰다”고 했다. 하상응 서강대 정치학과 교수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김 후보가 결정되는 과정을 보면 전광훈파와 손현보파는 국민의힘을 각자의 방향으로 장악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며 “부정선거를 주장하고, 혐중 정서를 이용하는 두 세력이 영향력을 발휘한다면 대선 이후에도 건전한 보수 정당을 재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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