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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과감한 확장 재정 정책을 공약하면서 ‘나랏빚’ 논쟁이 대선 정국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1일 이 후보는 인천에서 가진 유세에서 “나라가 빚을 지면 안 된다는 무식한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한국 국가부채가 50% 안 되는데 다른 나라는 110%가 넘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 경제가 죽으니까 다른 나라는 국가총생산(GDP)의 10~20% 가까이 빚을 지면서 국민을 지원했다”라며 “우리만 국민한테 공짜로 주면 안 된다는 희한한 생각 때문에 돈을 빌려만 줬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1일 오후 인천광역시 계양구 계양역 앞 광장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 후보 발언처럼 일부 선진국은 한국보다 국가채무 비율이 높다. 국제통화기금(IMF)의 ‘4월 재정점검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예상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 비율은 미국(122.5%)·일본(234.9%)·프랑스(116.3%) 모두 100%를 넘겼다. 반면 한국은 절반 수준인 54.5%에 불과했다. IMF는 국내서 쓰는 국가채무(D1·중앙과 지방정부 회계·기금 부채)에 비영리공공기관 부채를 더해 일반정부 부채를 집계한다. 국가 간 국가채무를 비교할 때는 해당 기준을 많이 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달러·엔화·유로 등을 쓰는 기축통화국인 선진국과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을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이들 기축통화국은 유사시에 자국 돈을 찍어 나랏빚을 갚을 수 있어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축통화국은 자국 통화의 국제적 수요가 있어 채무가 많아도 신용등급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저금리로 국채 발행도 가능하다”면서 “하지만 한국 같은 비기축통화국은 국가채무가 늘면 신용등급이 강등돼, 자본 유출이 커져 국가의 이자 부담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차준홍 기자

비기축통화국가만 비교할 때 한국의 국가채무는 규모나 증가 속도 면에서 이미 상위권이다. IMF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 비율은 11개 비기축통화국가의 평균(54.3%)을 넘어 섰다. 싱가포르(174.9%)·이스라엘(69.1%)·뉴질랜드(55.3%)에 이어 4번째로 높다.

특히 빚 늘어나는 속도가 빠르다. 한국의 일반정부 부채 비율이 향후 5년간 4.7%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체코(6.1%포인트) 다음으로 빠르다.



코로나19 이후 연평균 11.7% 국가채무 늘어
코로나19가 확산할 때 국가가 빚을 늘리지 않아 자영업자의 부채가 늘었다는 이 후보의 주장도 현실과 거리가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9년 723조2000억원이던 국가채무는 코로나19을 거치며 지난해(잠정) 1175조2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연평균 11.7%씩 늘어난 것인데, 국가채무 비율도 같은 기간 35.4→46.9% 크게 확대했다. 문재인 정부가 전국민 재난지원금 등 재정 확장을 펼친 결과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재난지원금은 202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총 59조원이 지급됐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급속한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예정된 한국은 세금을 낼 경제활동인구는 줄고, 부양해야 할 노인층은 많아진다. 가만히 있어도 국가채무는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필수 복지나 연금 등에 쓰여 줄이기 어려운 의무지출은 올해 368조원으로 정부 총지출의 절반이 넘는 54.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의무지출 비중은 5년 뒤 453조7000억원까지 늘어나 정부 총지출의 57.8%까지 육박할 전망이다.
김경진 기자

이런 상황에서 국가채무를 과도하게 늘리면 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과도한 국가채무를 이유로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신용등급 마저 ‘Aaa’→‘Aa1’로 한 단계 떨어뜨렸다. 비슷한 이유로 지난 4월 피치는 중국의 신용등급을 무디스와 S&P는 지난해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연달아 강등했다.

이 후보 발언에 대해 국민의힘은 ‘포퓰리즘 경제관’을 드러냈다며 파상 공세를 펼쳤다. 22일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그 빚은 누가 갚나. 지금 청년들 아닌가”라며 “국가를 포퓰리즘 실험장으로 만들어놓고 성남시장 시절처럼 모라토리엄 선언을 하겠다는 것인가”고 지적했다.

다만, 내수 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재정 지출이 필요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 후보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후보 발언은 나랏빚을 늘리자는 게 아니라, 재정의 역할을 키워야 한다는 취지일 것”이라며 “GDP 대비 가계부채가 90%가 넘어 소비가 제약돼 있는데, 여유가 있는 국가가 국민의 부담을 우선 덜어줘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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