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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야당>에서 강하늘 배우가 ‘야당’ 이강수 역을 연기하고 있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마약사범과 수사기관을 연결해주는 브로커를 뜻하는 은어 ‘야당’은 1960~1970년대 소매치기 조직에서 활동하는 경찰 정보원에서 유래했다. 원래는 현재 정권을 잡고 있지 않은 당을 지칭하는 정치 용어인데 암흑가에선 전직 형사나 소매치기 조직 출신의 경찰 정보원을 야당이라 불렀다고 한다.

야당은 소매치기들과 수사기관 사이를 오가면서 사건 정보를 거래하고, 경찰에 붙잡힌 이들을 빼내오기도 했다. 당시 언론은 이들을 “수사에 필요악적인 존재”라고 평가했다. 소매치기 전과자들이 마약업계로 뛰어들면서 야당이라는 말도 함께 넘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개봉한 황병국 감독의 영화 <야당>에서 야당은 마약 거래 현장에서 수사기관의 정보원이자 마약사범들의 구세주 같은 역할로 나온다. 재벌가 인사·유력 정치인의 자녀가 마약 투약으로 경찰이나 검찰에 붙잡히면 이들은 모두 야당을 찾는다. 야당은 투약자와 수사기관 사이를 오가며 자신이 알고 있는 마약 밀매 정보를 활용한다. 수사기관은 밀매 정보를 받아 실적을 쌓고, 마약 사범은 수사에 협조했다는 ‘공적서’를 받아 재판에서 활용한다.

황 감독은 실제 사건들을 허구와 섞어 영화 <야당>을 만들어냈다. 영화에선 한 검사가 야당을 활용해 실적을 쌓아 승진하고, 경찰 수사관들은 마약 사범 검거 현장에서 야당의 도움을 받는다. 2000~2010년대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야당으로 꼽혔던 서모씨는 몇 해 전 기자와 만나 “‘부장검사 중 한 사람이 대량 밀매 사건을 적발하면 승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마약 밀반입 정보를 요청해 들어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서씨는 마약 투약 혐의로 현재 수감 중이다.) 마약 수사를 오래 한 팀장급 경찰관 A씨도 “예전엔 야당들이 마약 사범 체포나 수사 방법을 알려주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실제 야당들은 자신들을 주인공으로 그린 영화 <야당>을 어떻게 봤을까. B씨는 기자와 통화에서 “영화 제작진들과 만난 적이 있는데 다른 야당이나 마약 유통업자들도 인터뷰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C씨는 “요즘 시대에 야당이 어디있냐”며 “예전에나 수사 정보도 주고 지인들도 불구속을 수사받게 도와주는 일이 있었지, 이제는 그런 일이 없다”고 말했다. D씨는 “영화를 직접 봤는데 실제 마약 세계와는 달라 조금 실망스러웠다”며 “영화는 재미있게 표현했지만, 실제 야당의 역할을 과장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의 말대로 이제 수사기관은 과거처럼 야당을 활용하기 어려워졌다. 영화에서처럼 수사기관이 야당이 준 정보를 기존에 체포한 마약업자가 제공한 것처럼 꾸며 공적서를 작성해주는 일은 ‘허위공문서 작성’에 해당해 처벌받는다. 야당이 마약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투약자 등에게 ‘활동비’ 명목의 금품을 받으면 변호사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

수사 정보 유출에 대한 경각심도 커졌다. 야당이 마약 밀매업자를 겸하는 사례도 많고, 특정 유통 조직과 가깝게 지내는 일도 있다. 그래서 야당이 수사 정보를 제공하기는커녕 수사 정보를 빼가는 일도 생긴다. 실제 마약 사건 수사에서 야당과 ‘형님·동생’하는 수사관 때문에 정보가 새어 나가는 일이 있었다. 이 때문에 경찰 내부에 ‘야당을 활용한 수사를 자제하라’는 지침이 내려오기도 했다고 한다.

마약 수사 경험이 많은 일선 경찰서 E팀장은 “과거에는 검찰이나 경찰 모두 야당의 제보를 이용해 수사를 벌이고 밀매 정보를 취득한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에는 뒤탈이 생기는 일이 많아지면서 사실상 야당을 이용한 수사는 없어졌다”며 “본인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직접 제보하는 것이 아니면 공적서를 작성해주지 않거나, 야당이 연락을 해와도 괜한 오해가 생길 수 있어 피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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