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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영 방송작가지부 수석부지부장 인터뷰
사상 첫 방송사와 단체교섭 체결 “기틀 마련”
방송작가들 임금체불·저임금·고용불안 여전
“근로기준법 바꿔 노동자 개념 넓혀야”
박선영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수석부지부장이 20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동균 인턴기자


방송작가들은 최근 일부 방송사(여수·목포MBC)와 사상 첫 단체 협약을 맺었다. 수십 년간 프리랜서로 규정돼 노동법 사각지대에 있었던 방송작가들이 노동자로서 권리를 일부 인정받은 것이다. 방송작가들이 2017년 노조(전국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를 만든 후 이룬 쾌거다. 20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만난 박선영 방송작가지부 수석부지부장은 "방송작가들의 처우가 나아질 수 있는 기틀이 이제 막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사실상 방송사의 지시와 관리·감독하에 일하지만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임금 체불과 저임금,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현실은 여전하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9일 고(故) 오요안나 MBC 기상캐스터가 노동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 역시 법의 보호 밖에 있는 방송계 '무늬만 프리랜서'들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19일 고 오요안나씨의 어머니인 장연미씨가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본청 앞에서 열린 MBC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사망 사건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결과 규탄 긴급 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박시몬 기자


방송작가의 '유노동 무임금'



박 수석부지부장은 방송작가들이 겪는 심각한 고충으로 임금 체불을 꼽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방송작가 집필표준계약서’를 쓰도록 권고한 지 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방송작가 절반은 계약서도 없이 일해 체불 입증이 쉽지 않다. 하지만 계약서를 써도 문제다. 고용노동청은 방송작가가 방송사·제작사와 맺은 집필 계약을 근거로 방송작가를 프리랜서로 규정해 체불 사건을 접수조차 하지 않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6월 한 예능 프로그램 작가 6명은 9주치 임금 2,600만 원을 받지 못한 채 계약을 해지당했다. 촬영장에서 한 작가가 스태프로부터 폭행 당해 작가진이 제작사에 항의한 게 이유였다. 작가들이 노동청에 진정을 넣었지만 노동청은 노동자가 아니라며 내사 종결했다. 박 수석부지부장은 “고용청은 ‘체불은 맞지만 (노동자가 받는) 임금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프로그램이 송출돼야 임금을 지급하는 관행도 문제다. 올림픽 등을 이유로 기존 방송이 결방되면 작가들은 임금을 못 받는다. 프로그램 시작 전 수개월 동안 자료 준비, 출연자 섭외, 현장 답사 등 기획 업무에 참여하지만 기획료를 못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박 수석부지부장은 “최근 1년 동안 준비한 프로그램 제작이 불발되자 작가에게 아무 대가도 주지 않은 제작사도 있었다”며 “작가가 문제 제기 끝에 어렵사리 몇 백만 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유노동 무임금’이 심각하다”며 “참고 일하면 다른 프로그램에 불러줄 수도 있으니 대부분 모질게 말하지도 못한다”고 전했다. 2023년 일하는시민연구소의 방송작가 조사결과에 따르면 작가들의 월평균 소득은 269만 원이었다.

한국일보가 지난 3월 만난 방송 작가 3명. 왕태석 선임기자


"'노동자 추정 제도' 도입해야"



사실 방송작가들은 여러 번 노동자성을 인정받았다. '무늬만 프리랜서'일 뿐, 업무 내용과 방식은 방송사에 고용된 직원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2021년 근로감독에서 조사 대상 방송작가 363명 중 152명(41.9%)이 방송사 노동자라고 판단했고, 법원은 2022년 처음으로 방송작가의 노동자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후 방송사들이 작가실을 없애거나 PC를 지급하지 않는 등 노동자성 지우기에 나서며 작가들의 근로 환경은 더 열악해졌다.

박 수석부지부장은 방송작가가 노동자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의 정의를 일하는 모든 사람으로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를 받고 타인에게 노동력을 제공하는 사람은 노동자로 추정하도록 법을 개정하자는 것이다. “현장 노동자들의 처우는 변하지 않는데 K콘텐츠만 칭송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에요. 방송작가의 노동자로서 권리가 보장될 때 방송의 본령과 사회적 역할도 비로소 완전하게 실현될 수 있어요.”

박선영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수석부지부장이 20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남동균 인턴기자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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