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후보 배우자 TV 생중계토론을 제안한 뒤 인사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의 과거 행위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헤아리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 앞에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배우자에 대한 공세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추진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김 비대위원장이 최근 논란에도 침묵 중인 김 여사를 대신해 ‘대리 사과’에 나선 셈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계엄에 대한 사과와 단절,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탈당에 이어 오늘은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한 당의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의 말씀을 드리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이 문제를 깊이 반성하며 그 부분에 대해 변화하겠다는 다짐을 드리겠다”며 “정직하고 깨끗하며 모든 국민들과 솔직하게 소통하고 서민들과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진정으로 국민의 식구 같은 영부인을 소망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대통령 영부인에 대해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투명한 검증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 영부인이 공적인 역할과 책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대통령 배우자의 활동에 투입되는 예산편성 및 집행 과정을 투명화해서 대통령 배우자가 공적 권한을 남용하거나 불법행위 저질렀을 경우 다른 공직자와 동일하게 법적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 배우자 김혜경 여사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 가족과 친인척, 가까운 주변 인사에 대한 감시와 감찰의 과정이 권력의 의지에 따라 좌우되지 않고 공백없이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며 “김혜경 여사 역시 과거 여사에 대한 무한 검증 필요성을 스스로 강조하신 바 있다. 대통령 후보자 부인으로서 마땅히 국민 앞에 검증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김건희 특검법’에 동참할 생각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그 부분은 검찰이 먼저 밝혀줬으면 좋겠다”며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에 있다. 수사 역량이 부족한 건지 검찰이 입장을 먼저 밝히면 그 뒤에 필요하다면 검토하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이날 회견은 대선을 앞두고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등을 요구한 한동훈 전 대표 등 당내 일각의 요구를 수용한 모양새다.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비판적인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된다.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2021년12월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허위경력 의혹 등에 대한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 여사는 최근 자신과 관련한 고가의 ‘샤넬’ 가방 의혹이 불거졌음에도 침묵하고 있다. 김 여사 측은 지난 13일에는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에 불출석 의견서를 냈다. 김 여사 측은 의견서에서 특정 정당 공천개입 의혹 조사를 하면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법원이 최근 이재명 후보 재판을 대선 이후로 모두 연기한 점, 검찰이 대면 조사 없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뇌물 혐의로 기소한 점 등을 불출석 사유로 든 것으로 전해졌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날까지 김 여사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경향신문

문광호 기자 [email protected] 민서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