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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공약 심층분석 < 4 > 엇갈린 에너지 로드맵
李, 신재생 기반 에너지 복지 집중
전력망 구축비용 등은 계산서 제외
金, 원전 중심 에너지 믹스 청사진
실증 안된 SMR이 25%●제약 커
단일 전력원 50% 이상땐 안정성↓
님비 해법 빠진 장밋빛 공약 지적도

[서울경제]

대선 주자들이 내놓은 공약 중에서 가장 큰 차이점이 나타나고 있는 분야가 바로 국가 전력을 다루는 에너지 분야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재생에너지를 근간으로 ‘햇빛·바람연금’을 내세우고 있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전력 생산에서 원전 비중을 60%까지 높여 전기요금을 반값으로 낮추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느 쪽이든 지나친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 국가전력망 안정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전력망 확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지역 이기주의 해소 방안에 대해 두 후보 모두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것도 공통점으로 볼 수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제21대 대통령선거 재외국민투표가 시작된 20일 경기 김포시 구래역 문화의 거리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포=오승현 기자


21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후보는 204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을 폐쇄하고 햇빛 연금을 확대하는 한편 농가 태양광 설치로 주민 소득을 증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2040년까지 한반도에 U자형 에너지고속도로를 짓겠다는 공약도 공개했다.

이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기본소득의 에너지판인 햇빛 연금 확대 공약이다. 현재 전남 신안군에서는 주민들이 1만 원을 내고 협동조합에 가입하면 분기마다 1인당 10만~68만 원의 연금을 받고 있는데 이를 전국으로 확대해보자는 구상이다. 이 후보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남 신안군은 수년 전부터 태양광발전소를 통해 주민들에게 총 22억 원을 배당했다”며 지역 활성화와 기본소득의 실현 모델로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일 서울 영등포 쪽방촌을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햇빛 연금에 대한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서 당장 수익이 나는 것처럼 보여도 에너지저장장치(ESS)나 전력망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을 누군가는 메꿔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한국전력이나 국고 부담으로 돌아가 전체 전력 소비자의 부담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햇빛연금이란 장밋빛 공약의 이면에는 전기요금 인상이란 부메랑이 도사리고 있다는 셈이다.

이미 한전은 2021년 기후환경요금 항목을 신설한 후 매년 3조 원 이상을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비용으로 쓰고 있으며 해가 갈수록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햇빛 연금은 연금의 형태로 포장했지만 전 국민의 전기요금을 더 걷어 특정 지역의 주민에만 나눠 주겠다는 얘기”라며 “지속 가능한 모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가 재생에너지는 물론 원전까지 아우르는 에너지믹스를 내세고 있지만 원전의 안전성 등에 대한 과도한 경계심은 여전하다. 그는 18일 첫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원전은 기본적으로 위험하고 지속성에 문제가 있으니 가능하면 원전을 너무 과하지 않게 (활용하고)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로 전환해 가야 한다”며 “(원전) 폐기물 사고가 났을 때 엄청난 피해를 고려하면 가급적 원전 (신설을)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경제성장의 대동맥인 에너지고속도로 공약에는 방향을 잘 잡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동해안 전력고속도로 건설 지연 등 현안에 대한 해결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전력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전과 하남시 간 동서울변환소를 둘러싼 갈등에 경기지사를 지낸 이 후보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김 후보의 에너지정책은 원전 최강대국 건설을 기치로 내걸었던 윤석열 정부의 연장선상에 있다. 김 후보는 10대 공약에서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대형 원전 6기를 차질 없이 추진하며 한국형 소형모듈원전(SMR)을 상용화하겠다고 명시했다. 현행 32.5%인 원자력발전 비율을 60%(대형 원전 35%, SMR 25%)까지 높이겠다고도 했다. 다만 목표 달성 시점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원전 비중 60%는 원자력학계가 제시한 50%를 10%포인트나 상회하는 수준으로 대형 원전보다 유연한 탄력 운전이 가능한 SMR의 도입을 감안하더라도 다소 도전적인 목표로 보인다. SMR은 아직 실증조차 이뤄지지 않았는데 반(反)이재명을 위해 지나치게 의존도를 높인 감이 없지 않다. 유 교수는 “대형 원전은 아무리 일러야 부지가 확보되고 나서 25년이 걸리는데 아직 부지조차 확보하지 못했다”며 “한국형 SMR 기술 개발에 성공할지 말지도 모르는데 이를 무작정 늘리겠다는 것도 너무 앞서나간 얘기”라고 했다.

결국 원전 건설이 해결되지 않으면 김 후보의 반값 전기료 공약도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 한전의 산업용 전력 판매 단가는 2022년 1분기 ㎾h당 108.1원에서 2025년 1분기 182.8원으로 69.1% 뛰어 오른 바 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든 원전이든 그 비중이 전력원의 50% 이상으로 올라가면 전력망에 부담 요인이 된다"며 “쏠림 현상이 심해지면 4~5년 내 국가 대정전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 최초 상업용 ESS, 10년만에 셧다운
-'52㎿' 서안성·신용인 내년 철거
-설비 노후에 가동률 20~30%대
-ESS 확대 외치면서 관리공약 실종

경기 안성시 서안성 변전소에 설치된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진 제공=한국전력

상업 용도로 설치된 국내 첫 에너지저장장치(ESS)가 10년 만에 철거된다. 화재와 잦은 고장, 수리 불능 등으로 운전 초기 90%를 넘겼던 가동률이 20~30%대로 주저앉으면서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으로 인해 ESS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설치 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막대한 설치비 및 사후 보수비만 잡아먹는 천덕꾸러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21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최근 경기도 신용인 ESS와 서안성 ESS를 내년에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총 52㎿(메가와트) 규모의 이 ESS는 각각 경기도 신용인변전소, 서안성변전소에 설치한 주파수 조정용 ESS로 2015년 7월에 국내 최초로 상업운전을 개시한 바 있다. 주파수 조정용 ESS는 전력망 주파수가 흔들릴 때 전기를 빠르게 충·방전해 전력망을 안정시키는 장치다. 전기발전량이 너무 넘치거나 모자라면 주파수가 변해 정전·전자기기 오작동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방지하는 것이다.

문제는 ESS 설치 이후 관리가 제대로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2018년 한 해 동안에만 경북 경산변전소, 경기 신용인변전소 등에서 ESS 화재가 10건 넘게 일어나는 등 안전성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신용인·서안성 등 일부 ESS는 2018년부터 가동을 사실상 중단했으며 3년 뒤인 2021년께 화재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서야 재가동될 수 있었다.

하지만 가동을 재개한 뒤에도 문제는 끊이지 않았다. ESS 설비가 고장 나서 작동이 안 되거나 부품 재고가 없어 수리가 불가능한 사태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한전의 한 관계자는 “신용인과 서안성 ESS 설비의 경우 초기에는 가동률이 90% 이상이었지만 현재는 20~3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 첫 상업운전 당시 한전은 총 52㎿ 규모의 서안성·신용인 ESS로 연간 약 100억 원의 전력 구입비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밝혔지만 가동률이 급감하면서 이 같은 경제적 효과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전력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SDI나 LG화학 등 대기업이 제작한 배터리 및 전력변환장치(PCS)가 ESS 구축에 쓰이지만 고장이 났을 때 부품이 단종돼 수급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며 “신용인·서안성 ESS의 경우 7월이면 10년간의 성능 보증 기간도 종료돼 정상운전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전력수요 급증에 대비해 ESS를 늘린다고 해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했다. 올 대선을 앞두고 주요 후보들이 앞다퉈 발전용량 및 전력망 확충과 이에 따른 ESS 확대를 외치고 있지만 ESS 관리 선진화 방안이나 유지 비용 조달 방안을 함께 내놓는 후보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을 지낸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ESS는 통상 15년 정도 쓸 수 있다고 보지만 휴대폰 배터리도 관리가 잘 되지 않으면 2년도 안 돼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처럼 ESS도 마찬가지”라며 “연간 ESS 유지 비용은 설치비의 5~10%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1GWh(기가와트시) 규모의 ESS를 설치하는 데 약 4000억 원이 필요하다고 가정하면 유지비는 매년 200억~400억 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원자력 업계는 2050년에 태양광발전 비중이 50%까지 늘어날 경우 총 1160GWh 규모의 ESS가 필요하다고 봤는데 이 경우 유지비만 매년 수십조 원이 소요되는 셈이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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