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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커피 원가 120원’ 따져보니
원두값·재료비만 1000원 훌쩍
고정비 포함땐 원가 더 올라가
자영업자들 “폭리로 비칠 우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커피를 내리며 카페 사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국민의힘은 연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커피 원가 120원’ 발언을 부각하는 공세에 나서고 있다. 김용태 의원 페이스북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커피 원가 120원’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 후보는 ‘2019년 봄 기준 커피 원두값만 언급한 것’이라 해명했지만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시점 원두와 커피 한 잔의 원가는 어느 정도일까. 커피 원가를 알아보기 위해 20일 경기도 성남의 한 카페를 찾았다. 45㎡(약 14평) 규모의 카페를 운영하는 신모(43)씨는 아메리카노 한 잔에 4500원을 받는다. 여기에 들어가는 원두 가격은 540원이다. 이 대표가 얘기했던 120원보다 일단 4.5배 비싸다.

원두는 원가의 극히 일부분만 차지한다. 물, 컵, 빨대, 뚜껑 등 부수적인 재료비만 700~800원이 든다. 이미 1000원을 넘겼다. 임대료(월 184만원)와 관리비(월 40만원) 등 각종 고정비까지 계산하면 원가는 더 올라간다. 수동 커피머신과 원두를 갈아주는 그라인더 가격은 이른바 ‘왕초보 패키지’로 사도 550만원이다. 이 매장의 기계 비용은 1000만원이 넘는다. 신씨는 “원재료 가격 하나만 언급하는 것은 자영업자들에게 상처가 된다”고 말했다.

이 후보 발언의 요지는 이렇다. ‘8000원에서 1만원 하는 커피 한 잔의 (2019년 봄) 원두 가격은 120원’. 관세청 통계를 살펴보니 2019년 원두 평균가격은 오히려 더 비쌌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9년 봄 수입 원두 10g(커피 한 잔 분량)의 가격은 170원 이상이었다. 하지만 가게마다 커피 한 잔에 쓰는 원두의 종류와 양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받아들일 만한 수치다. 다만 8000원이 넘는 고가 커피에 평균 원두 가격보다 저렴한 재료를 쓰는 일은 흔치 않다.

자영업자들이 비판하는 지점은 지나치게 단순화한 ‘원가 개념’이다. 신씨 가게에서 살펴봤듯이 커피 한 잔에는 원재료 가격뿐만 아니라 임대료, 인건비, 고정비 등 여러 요소가 ‘원가’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단순히 원두 가격만 언급하면 자영업자들이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해석될 소지가 다분해진다. 자영업자들이 반발하는 이유다.

카페업계에서 취재한 내용을 종합해보면, 4000~5000원짜리 커피 한 잔을 팔고 자영업자 손에 쥐는 돈은 판매가의 10% 남짓 정도다. 현재 수입 원두 가격은 10g당 300~600원에 형성돼 있다. 여기에 인건비와 임대료를 합치면 원가의 절반이 넘는다. 소모품 등 기타 재료비, 관리비, 공과금까지 더하면 원가율은 80%를 넘어선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라면 본사에 로열티도 내야 한다. 배달을 하는 경우 수수료 부담까지 더해진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소비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40대 이모씨는 “자영업자가 바가지를 씌우는 것처럼 보이면 사람들이 카페에 오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자신의 발언이 왜곡됐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는 이날 경기도 의정부 현장 유세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120원짜리 커피를 8000원에 바가지 씌운다는 식으로 내가 하지도 않은 말을 조작해 자영업자를 비하했다고 얘기하는 건 정말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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