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은 LS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각사
한진그룹과 LS그룹 간의 동맹 추진에 대해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조처"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진·LS그룹은 호반그룹이 자사 지분을 매입하면서 경영권 분쟁 위험이 커지자 서로 자사주를 보유하는 '반(反) 호반' 동맹을 추진 중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19일 'LS 자사주 처분, 한진칼 자사주 출연은 주주이익 침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두 회사가 겉으론 '주주이익 극대화'라는 명분을 내세우곤 실제론 지배권 방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주주 이익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3자 매각 시 의결권이 부활한다. 이 때문에 양측이 자사주를 상호 보유하면 우군에게 유리하게 의결권을 행사하는 '백기사 연대'를 만들 수 있다.
한진그룹의 지주회사로 통하는 한진칼은 지난 15일 자사주 44만44주(지분율 0.66%·약 663억원)를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했다.
LS는 이어 16일 한진칼의 대표 자회사인 대한항공에 대해 65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대한항공은 이를 인수해 LS 주식 38만7천여주(1.2%)로 바꿀 수 있을 전망이다.
포럼은 "한진·LS그룹은 협업 강화와 관련해 주주이익 극대화를 내세웠지만 현실은 반대"라며 "자사주는 지배주주 자금이 아닌 모든 주주의 돈인 회사의 현금으로 매수한 것이라 지배권 방어 수단으로 쓰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포럼은 앞서 한진칼의 자사주 출연에 대해 지배권 방어 외에 다른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부당 기부 행위라며, 주주에 대한 경영진의 충실의무 위반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현행 상법은 기업 이사가 주주 이익에 충실할 의무를 담지 않고 있지만, 국내 증시에서 주주권익 침해 논란이 잦으면서 상법을 개정해 이런 원칙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포럼은 LS에 대해 이번 교환사채 관련 자사주를 포함해 총발행주식의 15%에 달하는 자사주를 보유하면서도, 자사주 소각과 같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포럼은 "세계적 기업인 애플과 구글, 애플과 TSMC 등은 수십년간 긴밀한 협업 관계를 유지했지만 상호주를 보유하지 않았다"며 "지배권 방어는 고주가와 높은 밸류에이션(기업가치 평가)을 유지하는 정공법을 써야 하며 자사주를 우군에 매각해 지배권을 강화하는 것은 반칙"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호반그룹은 전선 사업 경쟁자인 LS 지분 매수를 진행하고, 한진칼 지분도 오너가보다 불과 2.29%포인트 낮은 수준까지 사들여 경영권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