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놀루션, 세계 최초 ‘꿀벌에이즈’ 치료제 개발
유전자치료제 ‘허니가드-R액’, 7월 국내 판매 시작
RNA간섭 기술 활용…바이러스 차단하는 백신도 나와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지구 식물 70%의 수분을 담당하는 꿀벌은 기후 변화, 감염병 등 이유로 개체 수가 급격히 줄었다. 꿀벌이 사라지면 양봉업은 물론, 인류의 식량 안보까지 위협받는다.
유엔(UN)은 꿀벌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매년 5월 20일을 ‘세계 꿀벌의 날(World Bee Day)’로 제정하며, 각국에 위기 인식과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꿀벌을 지키기 위해 첨단 바이오 무기를 개발했다. 바로 유전자 치료제이다. 국내 기업은 꿀벌 에이즈를 막는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했고, 미국 기업은 꿀벌 전염병을 막는 백신을 만들었다.
꿀벌 에이즈 막는 RNA 치료제
국내 바이오 기업 제놀루션은 꿀벌 집단 폐사의 주요 원인인 낭충봉아부패병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해 곧 출시한다고 밝혔다. 낭충봉아부패병은 이른바 ‘꿀벌에이즈’로 불리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유충에 감염된다. 2010년 국내에서도 이 바이러스가 유행해 토종벌의 90%가 사라졌다.
제놀루션은 리보핵산간섭(RNAi) 현상을 활용해 세계 최초로 꿀벌에이즈병 유전자 치료제인 ‘허니가드-R액’을 개발했다. 이 치료제는 농림축산검역본부와 공동 개발돼, 지난해 6월 농림축산식품부의 승인을 받았고, 이르면 오는 7월부터 국내 판매가 시작될 예정이다.
RNA는 디옥시리보핵산(DNA)의 유전자 정보를 복사해 단백질을 만든다. 그런데 RNA 중 일부 조각은 단백질을 만들지 않고 다른 RNA와 결합한다. 그러면 해당 RNA가 복사한 유전자의 기능도 차단된다. 2006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이처럼 짧은 RNA가 유전자 기능을 조절하는 RNA간섭 현상을 밝힌 두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제놀루션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정부 조달 등록과 생산 절차가 진행되고, 이후 7~8월부터 정부 주도로 판매가 시작될 것”이라며 “원료는 제놀루션이 생산하고, 완제품은 “동물용 의약품 전문기업인 이글벳이 맡게 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꿀벌 전염병 막는 백신도 나와
제놀루션은 낭충봉아부패병과 함께 농식품부에서 방역 지원을 하는 3대 꿀벌 질병인 바로아 응애(Varoa mite), 노제마병(Nosema diesease)에 대한 유전자 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바로아 응애는 꿀벌에 기생해 급속히 개체 수를 줄이는 진드기이며, 노제마병은 꿀벌의 비행 능력을 해치는 감염병이다.
해외에서도 꿀벌 질병을 막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미국 텍사스대 통합생물학과의 낸시 모란(Nancy Moran) 교수 연구진은 2023년 RNA간섭 기술을 이용해 꿀벌의 장내 세균 유전자를 변형하고, 이를 통해 노제마균의 필수 유전자 2개를 차단하는 이중 가닥 RNA(dsRNA) 기반 퇴치법을 발표했다.
유전자 치료에 슬 RNA를 만드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 연구진은 꿀벌의 장에 공생하는 세균을 RNA 공장으로 활용했다. 장내 세균의 유전자를 변형해 RNA간섭 치료제를 생산하도록 한 것이다.
미국 바이오 기업인 달란 애니멀 헬스(Dalan Animal Health)는 2022년 12월 세계 최초로 꿀벌 유충 감염병인 부저병(AFB) 예방 백신을 개발해 미국 농무부 허가를 받았다. 바로아 응애가 옮기는 전염병인날개불구바이러스(DWV) 예방 백신도 개발 중이다.
꿀벌 감소로 8개월에 2000억원 피해
글로벌시장 조사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Fortune Business Insights)에 따르면, 글로벌 양봉 시장 규모는 2024년 117억5000만달러(16조 7000억원)에서 2032년까지 185억9000만달러(26조 50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꿀벌 감소는 양봉 시장뿐 아니라 전체 농업에 피해를 줄 수 있다. 세계식량기구(FAO)에 따르면 농작물의 3분의 1이 꿀벌의 수분으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8개월 사이 100억 마리 이상의 꿀벌이 집단 폐사해 약 1억4000만달러(한화 1955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국내에서도 2023년 겨울에만 189억 마리 이상의 꿀벌이 폐사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이상 기후뿐 아니라 농약, 기생충, 바이러스성 전염병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국내 꿀벌 생태계는 이미 토종벌 대신 서양벌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서양벌은 토종벌보다 병해에 강하지만, 변이 바이러스에 취약할 수 있어, 또 다른 위기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전자치료제 ‘허니가드-R액’, 7월 국내 판매 시작
RNA간섭 기술 활용…바이러스 차단하는 백신도 나와
벌집에 있는 꿀벌들. 최근 꿀벌 개체수가 급감해 농업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미 텍사스대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지구 식물 70%의 수분을 담당하는 꿀벌은 기후 변화, 감염병 등 이유로 개체 수가 급격히 줄었다. 꿀벌이 사라지면 양봉업은 물론, 인류의 식량 안보까지 위협받는다.
유엔(UN)은 꿀벌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매년 5월 20일을 ‘세계 꿀벌의 날(World Bee Day)’로 제정하며, 각국에 위기 인식과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꿀벌을 지키기 위해 첨단 바이오 무기를 개발했다. 바로 유전자 치료제이다. 국내 기업은 꿀벌 에이즈를 막는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했고, 미국 기업은 꿀벌 전염병을 막는 백신을 만들었다.
꿀벌 에이즈 막는 RNA 치료제
국내 바이오 기업 제놀루션은 꿀벌 집단 폐사의 주요 원인인 낭충봉아부패병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해 곧 출시한다고 밝혔다. 낭충봉아부패병은 이른바 ‘꿀벌에이즈’로 불리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유충에 감염된다. 2010년 국내에서도 이 바이러스가 유행해 토종벌의 90%가 사라졌다.
제놀루션은 리보핵산간섭(RNAi) 현상을 활용해 세계 최초로 꿀벌에이즈병 유전자 치료제인 ‘허니가드-R액’을 개발했다. 이 치료제는 농림축산검역본부와 공동 개발돼, 지난해 6월 농림축산식품부의 승인을 받았고, 이르면 오는 7월부터 국내 판매가 시작될 예정이다.
RNA는 디옥시리보핵산(DNA)의 유전자 정보를 복사해 단백질을 만든다. 그런데 RNA 중 일부 조각은 단백질을 만들지 않고 다른 RNA와 결합한다. 그러면 해당 RNA가 복사한 유전자의 기능도 차단된다. 2006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이처럼 짧은 RNA가 유전자 기능을 조절하는 RNA간섭 현상을 밝힌 두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제놀루션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정부 조달 등록과 생산 절차가 진행되고, 이후 7~8월부터 정부 주도로 판매가 시작될 것”이라며 “원료는 제놀루션이 생산하고, 완제품은 “동물용 의약품 전문기업인 이글벳이 맡게 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놀루션은 꿀벌 보호의 중요성을 시민과 공유하기 위해 지난 17일 ‘세계 꿀벌의 날’ 기념행사를 송도사옥에서 개최했다. 꿀벌 생태 강연, 야외 꿀벌 체험 등 꿀벌을 소재로 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번 행사에는 임직원 가족들과 시민 200여명이 참가했다./제놀루션
꿀벌 전염병 막는 백신도 나와
제놀루션은 낭충봉아부패병과 함께 농식품부에서 방역 지원을 하는 3대 꿀벌 질병인 바로아 응애(Varoa mite), 노제마병(Nosema diesease)에 대한 유전자 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바로아 응애는 꿀벌에 기생해 급속히 개체 수를 줄이는 진드기이며, 노제마병은 꿀벌의 비행 능력을 해치는 감염병이다.
해외에서도 꿀벌 질병을 막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미국 텍사스대 통합생물학과의 낸시 모란(Nancy Moran) 교수 연구진은 2023년 RNA간섭 기술을 이용해 꿀벌의 장내 세균 유전자를 변형하고, 이를 통해 노제마균의 필수 유전자 2개를 차단하는 이중 가닥 RNA(dsRNA) 기반 퇴치법을 발표했다.
유전자 치료에 슬 RNA를 만드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 연구진은 꿀벌의 장에 공생하는 세균을 RNA 공장으로 활용했다. 장내 세균의 유전자를 변형해 RNA간섭 치료제를 생산하도록 한 것이다.
미국 바이오 기업인 달란 애니멀 헬스(Dalan Animal Health)는 2022년 12월 세계 최초로 꿀벌 유충 감염병인 부저병(AFB) 예방 백신을 개발해 미국 농무부 허가를 받았다. 바로아 응애가 옮기는 전염병인날개불구바이러스(DWV) 예방 백신도 개발 중이다.
꿀벌 감소로 8개월에 2000억원 피해
글로벌시장 조사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Fortune Business Insights)에 따르면, 글로벌 양봉 시장 규모는 2024년 117억5000만달러(16조 7000억원)에서 2032년까지 185억9000만달러(26조 50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꿀벌 감소는 양봉 시장뿐 아니라 전체 농업에 피해를 줄 수 있다. 세계식량기구(FAO)에 따르면 농작물의 3분의 1이 꿀벌의 수분으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8개월 사이 100억 마리 이상의 꿀벌이 집단 폐사해 약 1억4000만달러(한화 1955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국내에서도 2023년 겨울에만 189억 마리 이상의 꿀벌이 폐사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이상 기후뿐 아니라 농약, 기생충, 바이러스성 전염병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국내 꿀벌 생태계는 이미 토종벌 대신 서양벌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서양벌은 토종벌보다 병해에 강하지만, 변이 바이러스에 취약할 수 있어, 또 다른 위기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