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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9일 서울 용산역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고도의 전략인가, 자충수인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과거 자신이 야기했던 문제의 발언을 스스로 재소환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친중 굴욕 외교의 상징처럼 인식돼 온 ‘셰셰’ 발언이다. 이를 두고 지지율 우위 속에 논란을 정면돌파하려는 이 후보의 승부수라는 평가가 나오는가 하면, ‘부자 몸조심’ 전략과 어긋난 엇박자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도마 위에 오른 건 ‘호텔경제 순환론’이다. 지난 16일 전북 군산 유세 현장에서 이 후보는 “일부 경제학자들이 반론하던데, 과거에 쉽게 경제를 설명하기 들었던 예”라면서 이를 다시 언급했다. ‘한 여행객이 마을 호텔에 10만원의 예약금을 지불→호텔 주인은 이 돈으로 가구점 외상값 지불→가구점 주인은 치킨 구매→치킨집 주인은 문방구에서 물품 구매→ 문방구 주인은 호텔에 채무 상환→이후 여행객이 호텔 예약을 취소하고 10만원을 환불받은 뒤 떠나는 상황’을 가정했다. 그러면서 “이 마을에 들어온 돈은 결국 없는데, 거래들이 발생했다. 이게 경제다”라고 했다. 일단 돈이 한 바퀴 돌면 침체한 지역 상권에 활력이 더해지니, 이를 위해 지역화폐를 더 찍어낼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호텔 경제 순환론은 이 후보가 2017년 대선 때 자신의 핵심 공약인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지급을 설명하기 위해 꺼냈던 얘기다. 하지만 당시 “무한동력 창조경제”란 비아냥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2017년 2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그림. 이 후보가 강연 중 기본소득을 쉽게 설명하려고 예시로 든 이야기를 지지자 정모씨가 손그림으로 보냈고, 이를 토대로 캠프 자원봉사자가 그래픽 작업한 것이다.

이 후보는 3년 전 방산주 보유 논란도 스스로 도마 위에 올렸다. 14일 경남 창원 유세 현장에서 이 후보는 방산주 거래 사실에 대해 “지난 대선 때 낙선하고 먹고살 길이 막막해 몇달 고민하다 주식을 샀는데 마침 국회의원 선거에 당선됐다”면서 “국회의원도 아닐 때 샀는데 무슨 내부정보를 활용했다는 것이냐. 15% 손해 보고 팔았다”고 해명했다.

앞서 이 후보는 2022년 21대 국회 국방위원으로 활동할 당시 2억원대 방산주 보유 사실이 드러나 이해충돌 논란을 샀다.

이 후보의 “중국에도, 대만에도 ‘셰셰’ 하면 된다”는 발언도 13일 경북 포항 유세에서 “제가 틀린 말을 했냐. 일본 대사에게도 ‘감사하므니다’라고 했다”며 스스로 꺼냈다. 주변국들과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하자는 취지였다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이준석 개혁신당, 권영국 민주노동당,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오른쪽 부터)가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18일 서울 상암동 SBS 프리즘센터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선 1차 후보자 토론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치권에선 이를 두고 이전의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내는 회계 기법인 ‘빅 배스’(Big Bath, 화끈한 목욕)와 닮아있단 말이 나온다. 빅 배스는 새 최고경영자(CEO)가 부임하면서 기업의 기존 부실자산을 특정 회계연도 회계장부에 한꺼번에 담아 잠재부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걸 뜻한다. 회계상 손실로 잡혀있지 않던 애매한 부실을 과감하게 공개해 이전 경영진 탓으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향후 실적 개선을 부각하기 위해 사용된다.

민주당 선대위 소속 3선 의원은 “이 후보가 안정적 여론 기반을 구축한 상황이지 않나”며 “지난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에 대해 선제적으로 시비를 가리면서, 이번 기회에 다 털고 가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오을 선대위 국민대통합위원장도 “이제는 흑색선전을 해도 현명한 국민이 바로 판단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이런 이 후보의 대응 방식이 오히려 논란을 추가 양산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18일 대선후보 첫 TV토론회에서 이 후보의 ‘호텔경제’와 ‘세셰’ 발언은 집중 타깃이 됐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토론회 직전 페이스북에 “요즘 이 후보가 발언의 일관된 공통점은 과거에 문제 됐던 사건이나 발언을 다시 꺼내서, 덤벼볼 테면 덤벼보라는 듯 우겨대는 것”이라며 “이재명이 만들 세상은 그렇게 무서운 곡학아세의 세상”이라고 적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19일 페이스북에 “‘호텔은 노쇼로 파산해도 된다’는 황당한 발상”이라고 적었고, 한동훈 전 대표는 “문재인 정권은 소득주도성장으로, 이재명은 노쇼주도성장으로 경제를 망치겠다”고 비난했다. 이 후보가 가정한 사례에서 ‘여행객이 호텔에 예약금을 냈다가 환불받고 떠난 일’을 노쇼(No show, 업장 예약을 한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 일)로 지칭하면서 겉보기엔 돈이 돌았을지 몰라도, 호텔은 10만 원을 잃었고, 새롭게 창출된 가치는 없단 점을 지적한 것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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